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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십년전 병영일기를 꺼내다(2001.12.16~2001.12.31)-연말은 외로움을 잊게 해주는 제설작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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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십년전 2001년에도 크리스마스가 참 슬펐던 것 같습니다. 잊고 살았지만 일기를 보면... 그랬습니다.
그리고 십년전 25일 크리스마스엔... 눈이 와서... 8시간 동안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딱히 약속없고 애인없어도..
크리스마스에 눈을 8시간 동안 안치워도 되는 사회에 있어서 행복하다고 여기며... 10년전 일기를 적어 봅니다.

2001.12.26 수요일
어제 자기전부터 열과 몸살..집에서 아프면 서럽지도 앟았을텐데.. 통문 근무 갔다 와서 좀 살만한지 이렇게 일기도 쓴다
눈도 아프고..자자! 하루종일 정비...

2001.12.27 목요일
통문근무 갔다와서 부사수인 @@녀석과 초코렛 먹고 몇 자 적는다..
아직 오늘에 대해선 쓸 것이 없다..

2001.12.29 토요일
오늘 눈
싸리비를 들고 길을 따라 통문을 지나 헬기패드를 넘어 지주번호20번부터 쓸었는데 눈이 미친듯이 내려서 철수하고..
온수샤워했다. 음.. 왜이리 눈이 내리는지..
2001년 12월 31일이나 2002년 1월 1일이나 그날이 그날이건만.. 왜 이리 기분이 다른지...
과연 2002년이 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

2001.12.30 일요일
눈은 멈췄다!
그나마 다행.. 야간통문근무 때 바람이 장난 아니게 불었다.. 이것이 똥바람인가.. 소리도 장난이 아니고.. 힘도 장난 아니다.
지금은 싫지만 언젠가는 추억거리가 되겠지.. 언젠가는
오늘 나갈 제설작전을 위해 자자.. 역시 제설작전은 힘들다..

2001.12.31  D-450
2001년 마지막 날..
군에서 처음 맞는 연말.. 음.. 솔직히 아무생각 없다. 솔직히 사회에서도 아무생각없었다.
이제 2002년이 되면.. 아니 그 보다..지난 한 해를 돌아 봐야겠다.

지난 2001년은 군대라는 곳에 온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 같다.
입대일을 세면서.. 친구도 만나고..
카페에 글도 올리고... 구정은 정말 아쉬움의 시간이었고.. 구정이 끝나도 그 다음날에 춘천 102보충대 와서 신교대가서 6주 훈련받고 연대대기..
지금 소대에서 지금까지 생활.. GOP에서 경계근무도 서고.. 작업도 하고. 훈련도 받고.. 휴가도 가고.. 그렇게 하다보니까 이렇게 2001년이 끝나간다.
아쉽기도 하지만.. 시원하다.
군대에 있는 동안은 시간이 빨리 갔으면 하는 바램이니까..
지난 한해동안 우리 가족 건강하고 아무일 없었던 것에 대해 정말 다행이고.. 
앞으로도 우리가족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휴가때마다 조금씩 나를 위해 투자한 것 같다. 앞으로도 그렇게 나를 위해 투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남은 450일 동안 사회 나가서 뒤쳐지지 않는 나를 위해서 노력하자..
그리고 2002년 새벽부터 해야할 제설작전을 위해 자자..
음.. 아까전에 155mm였으면 내일 새벽 4시에는 얼마란 말인가?
눈..싫다...싫어...
 

2011년..
어린 학생이었을 때에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 연말.. 기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1학년이 중학교2학년이 되면 좋았고..
중학생보다는 고등학생이 더 좋았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성인 될 때도 좋았습니다.
잠깐.. 좋았었습니다.. 술집에 들어가도 누가 뭐라 안했으니까요..
하지만 군대라는 곳에 가야 한다는 생각은 좋은만큼 가슴 한구석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흔히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 라는 말도 많이 씁니다.
그런 느낌이었나봅니다.

가긴 가야하는데.. 가기는 싫고..
반 전체가 매를 맞는다고 줄을 서라는 선생님의 스윙을 보면서.. 언젠가는 엎드려서 맞아야 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
정말 싫었습니다. 연말이 되면 더 싫었던 것 같습니다. 한살 더 먹으면 군대라는 곳에 점점 가까워지니까요...
친구들과 술자리에서는 항상 군대 가기 싫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군복을 입기 전 20대의 연말은 정말 싫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봤자...
20살 21살 2년 밖에 되지 않지만 말이죠..
그리고 군입대해서는 연말에 대해서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군대라는 곳은 신기한게 달력에서 빨간날에는 눈이 내리거든요...ㅎㅎ
아마.. 민간인 통제구역... 남방한계선.. 이런데 근처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은.. 하늘을 원망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사회에서 비 내리면 군대에서는 눈이 내렸었으니까요..
아무튼 그렇게 2번의 연말은 그냥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10년이 흐른 지금의 연말은... 딱히 할 것은 없지만.. 굉장히 시간이 가는 것이 아쉽고..
한해가 너무 빨리 지나가서 안타깝기만 합니다.
조금 있으면 크리스마스...
교회를 다니지 않으니... 특별히 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만날 사람도 없고요..
아마도 날씨가 추움에도 불구하고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부러워 하고.. 제 자신을 못난이라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10년 전 오늘보다는 행복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군대 전역하고 한동안은 잊고 살던 기억이었으니까요...
내가 지금! 현재! 얼마나 행복한지..
그리고 9년 전 오늘은 10년 전 오늘보다 더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그 9년전 오늘은 아마도 내년 이번주 정도에 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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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1 - [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 십년전 병영일기를 꺼내 보다..(2001.12.1~12.11)
2011/12/11 - [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 병영일기(2001.11.20~201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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