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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병영일기(2001.11.20~201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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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화요일 D-488
오늘은 하루종일 주간근무였다.
틈틈히(?,,이?..이상한 걸..^^) 김지룡인가? 자룡인가.. 아무튼 TV에서 자주 나오던 사람이 쓴 "인생 망가져도 고"라는 책을 읽었다. 오랜만에 가벼우면서도 인생의 궁금증이라고나 할까? 수수께끼? 풀리지 않던 그 무엇인가가 풀려진 것 같았다.
인생은 어차피 한번밖에 없는 쏘아 놓은 화살이요. 엎질러진 물과 같다는 생각이 많이..자주 든다..
사람의 죽음을 대충 어림짐작으로 정할 수 있는 의사들이 대단하고 그 결정을 믿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무능함과 현실이 화가 난다. 어제와 오늘은 다를게 없는데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인생이란 무엇인지.. 하루하루가 소중할뿐이다. 하지만 이 군대에서의 시간들은 솔직히 대충 빨리 갔으면 하는 생각뿐이다. 물론 나중에 지나고 보면 후회하고 아쉬워 하겠지만..

11.21 수요일 D-487
준비태세 연습과 작업.. 예비역 대령의 강연.. 별로 특별한 일 없었고.. 그냥 하루종일 배만 고팠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살찌려고 하나? 자꾸 먹을 것만 생각난다.

11.22 목요일 D-486
오늘은 준비태세 훈련을 했다. 하루종일 거점에서 시간 보내고.. 밥먹고..지뢰도 좀 배우고.. 복귀해서 온수샤워하고..
약간 지루했던 시간이 빨리 간 거 같다. 지난 100일 휴가 때 찍은 가족 사진을 보니까 기분이 정말 이상하다.
우리 가족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11.23 금 D-485
오랜만에 집에 전화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두통을 앓았다..
중학교때부턴가 일년에 한두번씩 아팠으니까.. 군대와서 예상은 했지만 오늘 아플지는 몰랐다.. 진통제 먹으니까 좀 나아졌다..
무슨"통"인지도 모르고..

인간의 삶이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운동장의 개미와 같이 언제 밟혀 죽을런지 모르는 생명과 같은 것 같다. 쉬지 않고 무언가 열심히 하는 개미처럼...
사람도 항상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단 1~2초 사이에 사람이 시체가 되고.. 목숨이란 것은 정말 하찮은 것인지 모른다. 영혼의 세계가 있다면..인생자체가 중요한 건 아닐지 모른다.
뫼비우스띠 처럼 끊임없이 반복되고 반복되는 영혼의 세계가 되겠지.. 그 중 인생은 영혼의 세계의 순환 중 한 구간이 아닐까?
죽음이 왜 사람들을 슬프게 하지? 정? 죽음을 슬퍼하기보다는 기뻐해야 하지 않을까?
육체를 빠져나오는 과정이 죽음이니까.. 고통의 육체보다는 영혼이 좋지 않을까?
물론 살아있는 육체가 죽어이는 영혼의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인생은 복잡하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면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후회없이 사는 것이 중요하겠지.. 너무 미래를 생각하기 보다는 가장 가까운 미래를 위해 사는게 좋겠다.
너무 멀리 보지말자. 가까운 날을 보며 살자.. 인생은 너무 소중하니까..

11.24 토 D-484
사람이라는 것은 무척 이기적이다.
남의 죽음을 웃으면서 얘기 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니까.. 이름도 잘 모르면서 들먹거리고..
나 자신이 너무나 우습고 웃긴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오늘 오전에 베개피 빨고.. 운동화(이 곳에선 활동화라고 한다)를 빨고.. 교보재 창고 정리하고.. 날씨가 안개끼고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정말 기분 이상하다..
날씨가 맑아지길 바라면서.. 내 마음을 가다듬자... 겨울비.. 축축하고 차가운.. 그 속에서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강아지와 개들.. 인간도 별다를게 없는.. 치열하다..
그리고 한끼의 식사에 감사해야 하고 이렇게 숨쉬고 생각하고 웃을 수 있는 건강함에 감사해야 한다. 항상 감사하고 살아야겠다..
심장이 뛰고 있는 그 것에 대해서 감사하자! 그리고 언젠가 죽을때에도 감사하자!


11월 25일 일요일 D-483
근무 끝나니까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었다. 시간은 언제나 그렇게 흘러간다. 세상일은 자기 뜻처럼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사는 맛이 아닐까? 될때까지 노력해서 이뤄지면 그것으로 만족감을 느끼니까.. 살다가 일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노여워 하지 말자.
사는 건 원래 그런거니까.. 이제 보니까 오늘이 작은누나 생일이다. 깜빡할 뻔 했다. 이럴때 일기의 소중함을 느끼는구나..
오늘 아침에 전화해야겠다...꼭!

같은날 수양록은?
일요일, 작은누나 생일..어제는 겨울비가 내려서 그런지 무척 추웠다. 날씨는 화창한데 나가기는 싫다. 며칠전에 친척형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들으니 기분이 참 이상했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가치관을 수정해야 겠다는 생각도 들고.. 참 이상하다 죽는게 뭔지.. 사는게 뭔지..군생활도 이제 16개월 남았다..
26개월 중 16개월이면..그럭저럭 많이 지나간 것 같다..

11월 26일 월요일 D-482 영하14도
오늘 오전에 연대장님 정신교육과 오후에는 드럼통 몇개 나르고 청소 좀 하고 사람들하고 얘기 좀 하고 나니까 일과가 끝났다.
오늘도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다..그렇게.. 슬슬 추워진다.. 이제 시작이다..
피곤하다. 별다른 일 없이 보냈는데도..

같은날 수양록은?
춥다.. 딱 10개월째다.. 앞으로 16개월.. 금방 갈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자!


11월 27일 화요일 D-481 영하 18도
오늘은 주간근무를 섰다.. 바람도 많이 불었고.. 싸리눈 같은 것도 날렸다.. 듣고 싶은 목소리도 듣고... 비록 추웠지만 마음까지는 춥지 않은 것 같다.

11월 28일 수요일 D-480 휴가예정 15일 전
오전에 작업 조금하고 헌혈하고 오후에 1시간 정도 자고 BOQ 청소하고 김치 나르고.. 밥먹고..
시간은 그렇게 훅~ 가버렸다. 오늘도 편지는 오지 않고 점점 잊혀져 가나보다.. 조금씩 편지 안오는 것에 대해 무관심 해지고..그렇게 시간가고.. 사회 나가면 보복을..^^
11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11월 29일 목요일 D-479
요즘에는 의외로 시간이 잘 가는 것 같다.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하루하루는 잘 간다. 사람은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는 자존심도 필요하니까 자존심에 상처 받는 일은 하지 말자. 당당하게 살자..
"사랑으로 가슴 설레이고 보고 싶어서 잠 못 이루는 그런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낮에 .. 비가 오더니..눈이 쌓인다.
겨울내내 눈 쓸고.. 그래도 멋있다..
눈이 쌓인다.. 눈이 쌓인다..
제설작업하고 정전..조기 취침 비슷한 것..
날이 점점 추워지는데.. 마음도 추워지면.. 안될텐데.. 편지도 안오고.. 배도 고프고..
휴가..피자..떡볶이..삼겹살..불고기..술..음..배고파~!

11월 30일 금요일 D-478
오늘은 11월의 마지막 날.. 11월도 금방 지나간 것 같다.. 날씨도 많이 추워진 것 같고..
오늘은 주기작업을 했는데 의외로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모든 곳,것에서 사소한 것이라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근무 중에 전화 거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세상에서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오늘 근무 중에 한 5분? 정도 통화했다. 난 이상하게 지난 뒤에 후회를 많이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을 너무 해서 그런 것 같다. 너무 생각해서 나의 감정을 무시하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나의 감정은 억제 되고 인생은 자칫 너무 딱딱하고 지루할 수 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내 감정 솔직하게 밝히면서 살려고 노력하자.
물론 이 놈의 군대라는 곳에서는 확실한 가면을 쓰고 생활해야 할 곳이지만..
이번 달도 5분 후면 끝난다. 지난 달 시간 빨리 간 것 같지만.. 순간순간 하루하루 많은 일과 많은 생각 많은 교훈을 얻으면서 지내 온 것 같다.
다음 달도 무사히 지나가길 빌고..자자!^^


2011년 덧붙임
후방으로 올라와서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 나가는 중에 
어느날 훈련중이었습니다.
어릴때부터 일년에 한 두 번 눈앞이 안보이고 두통이 심해서 구토까지 하고 쓰러져서 잠자고 일어나면 뒷통수가 마구 땡기는 그런 날이 반복되었었지요.
그 훈련하는 날에도.. 참을 수 없이 아파서 부대로 복귀.. 휴식을 취했습니다..
다행히 자고 나니 괜찮아졌고.. 그 당시 짬이 비렸던 저로써는 꼭 꾀병 부린 것 처럼 비춰져서 눈치가 많이 보였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휴식시간에 집에 전화를 했고... 그 전화를 통해서 약.. 한달 전 쯤 암선고를 받은 사촌형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너무.. 혼란스러웠었습니다.. 텔레비젼에서 3개월 남았습니다! 뭐 이런식의 사망선고...가 어떻게 내려지는 건지.. 어떻게 사람의 죽음을 예측할 수 있는 건지...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몸도 아프고..마음도 아프고.. 그래서 2001년 그 당시 휴가를 신청했습니다...원래는 휴가를 받아서 세상을 떠나기 전에 얼굴이라도 보려고 했던 휴가였지만.. 막상 휴가를 나갔을 때에는.. 볼 수 없었던 그 때였습니다.

2011/12/11 - [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 병영일기(수양록&새로운 일기장_2001.11.7~2001.11.19)
2011/12/06 - [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 병영일기(2001.4.27~2001.10.12여름이야기_2001.10.11~2001.10.22)
2011/12/06 - [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 병영일기(2001.4.27~2001.10.12여름이야기_2001.9.15~2001.10.11_GOP철수까지..)
2011/12/05 - [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 병영일기(2001.4.27~2001.10.12여름이야기_2001.7.10~2001.8.31)
2011/12/05 - [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 병영일기(2001.4.27~2001.10.12여름이야기_2001.6.2~2001.6.28 )
2011/12/03 - [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 병영일기 (2001.4.27~2001.10.12 여름이야기_2001.5.22~ 2001.5.31)
2011/11/29 - [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 수양록을 보다(2001년 4월 16일~2001년 7월 1일)
2011/11/13 - [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 수양록을 보다(2001년 3월 21일 ~ 2001년 4월 14일)
2011/11/06 - [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 자대 배치를 받다.
2011/11/01 - [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 수양록을 뒤져보니...(보충대+6주간 훈련소에서 적었던 짧은 메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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