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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일상..

나의 저장강박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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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변 이곳저곳에 이런저런 물건들이 많이 있다.

남들이 보면 쓰레기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나름 가치 있는 것들

 

그러니까 그 가치 있는 것들이라 함은...

언젠가 쓸지 모르는 물건들

그리고 그 물건들의 언젠가라고 한다면...

빠르면 오늘 일지도 모르고 늦으면 언제가 언제일지 모르는 그런 막연한 시간이다.

 

그렇게 이런저런 물건들이 곳곳에 쌓여있었다.

하루하루 그것들과 같이 살아서 그런지 많이 쌓이는 줄 모른채 말이다. 

 

아마도 나는 저장강박증이 있는게 분명했다.

정돈 되어 있지 않은 나의 주변들은 나는 불편한 것을 몰랐지만 나 아닌 사람들은 불편해했다.

언제까지 나의 소중한 것들은 쌓여야 할까?

 

만일 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이 소중한 것들을 누가! 아니 나한테는 소중하지만 남들한테는 쓰레기 같은 것들을 누가! 치울 것인가?

나의 부모님들은 연세가 많으신편이라서 이 소중한 것들을 치우시기 힘들것이다.

그렇다고 청소대행업체를 부를 여유도 없으셨다.......

 

결자해지 [結者解之]....

어쨌든 몇달 전 부터 나는 나의 저장물들을 없애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다 없애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나는대로 조금씩 조금씩 

언젠가 필요할거라는 생각을 무시하면서 버린게 되었다.

안쓰는 것

안보는 것

등등

 

꽤 많이 없앴다... 아직도 어수선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 전에 비하면 

나의 저장능력은 많이 약해졌다.

 

그렇게 쌓여있는 것들 중 비디오테이프들이 몇개 있었다. 

요즘에는 보고 싶어도 보기 힘든 비디오테이프...

무엇이 들어있을까 설레이는 마음에 재생을 해봤다.

 

 

15년 전에 찍은 영상들

술마시고 노래 부르고 화면은 촌스러웠고 화질도 좋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젊었고 피부도 좋아보였다. 

당시에는 너무도 반갑고 좋았던 사람들과 보낸 시간이었다.

 

피식피식 웃다가 생각해본다.

저 영상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디지털로 새 삶을 살게 해야 할까?

아니면 비디오테이프안에서 살게 해야 할까?

수많은 고민을 했다.

나는 그냥 그것들을 잊혀졌을 수많은 기억과 추억으로 남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잊혀졌던 것 처럼 비디오테이프에서 되살아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디오 테이프는 분해해 철저히 분리수거를 했다.

아마도 절대로 그 테이프에 기록된 시간들은 영상화 되지 않을것이다.

그렇게 대부분 사람들에게 잊혀졌던 기록은 나에게 있어서 조금 더 기억될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오랜먼에 봤던 그 기억도 잊혀질거다.

디지털저장강박증..

나는 디지털저장강박증도 있었다.

처음 디지털카메라를 샀을때 찍었던 여러장의 사진들이

안쓰는 하드디스크들 중 몇개에 저장되어 있었다.

아...나는 왜 이 하드디스크들을 버리지 않고 모아놓고 있었을까?

그 하드디스크 안에 얼마나 가치 있는...

디지털... 뭐라고 해야하지?

디지털재산? 디지털자료? 어쨌든 디지털여러것들이 있었을까?

 

그 여러 하드디스크 안에는 학교다닐때 숙제와 같은 문서 파일, 사진파일, 영상자료, 상업영화 몇 편

윈도우 XP로 보여지는 디렉토리들이 저장되어 있었다.

 

나에게 있어서 지금 하드디스크 안에 있는 파일들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고민해본다.

지금도 일년에 몇번 보는 주변사람들의 15년 전의 사진들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 잠깐이나마 미소지을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모든 시간을 기억하고 추억할 수 없는게 당연한거고 그런게 인생일텐데

나는 왜 그렇게 모든 것을 잡아두고 놓지 않으려고 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 까닭에 쓸데없는 하드디스크까지 쌓아놓았던 것 같다. 

 

개인적인 빅데이터....

 

오래된 하드디스크에 있는 여러 폴더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들을 새로운 저장매체에 옮겨놓는 것

시커먼 테이프 안에 들어있는 영상들을 디지털화시켜 만져지지는 않는 파일로 만드는 것은

개인적으로 굉장한 인생 아카이브 활동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지울 것은 지우고 남길 것은 남기는 것!

이것이 숙제가 아닌가 싶다. 

 

지난 금요일에 오랜 친구와 술을 마시면서 나의 저장강박증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었다.

요즘 나는 나의 물건을 정리를 하고 있다. 

예전에 캠코더로 찍었던 쌓여있던 테이프들을 정리하는 중이다. 

오래전 이런저런 영상을 찍었는데 너도 나오더라 등등등....

 

친구는 편집해서 보여달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그 영상 속에는 여러 사람들이 등장을 한다. 

연출된 멋진 모습이 아닌 날것의 모습에는 자연스러움이 남아있었지만 

너무 날것의 상황들이어서 술에 취해 얼굴이 빨갛거나 망가져서 민망한 모습들의 영상들이 많았다.

이것은 그냥 잊혀졌던 기억에서 잠깐 회상되는 선에서 마무리를 해야 되지 않나 싶었다. 

 

모든 기억을 다 기억하고 사는 사람은 없듯이 

일부러 잊었거나 자연스럽게 잊혀졌던 기억을 일부러 회상을 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나는 나의 디지털저장강박증에 의한 저장물들을 이제 슬슬 지우고 버리려고 한다.

 

요즘같은 AI, 빅데이터...이런말이 자연스러워진 이런 세상에서는 사소한 모든 데이터들도 한 사람의 AI딥러닝으로 활용될 훌륭한 자료들일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많은...쓸데없는..잊고 싶은 ... 잊혀지고 싶은 것들이 가상의 공간에 쌓인다는 것은 많이 즐겁지는 않은 것 같다.

 

SNS를 많이 사용하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자발적인 디지털저장강박증이 생기는게 당연하지만(사실 디지털저장강박증이라고 생각 안하는게 자연스럽다)  

아.... 사실 이 사람도 찾지 않는 이 곳에 이런저런 흔적들을 남기는 것 역시 뭐 디지털저장강박증로 만들어진 저장물이다...

 

단지 내 방, 내 컴퓨터, 내 하드디스크에 저장되지 않았을 뿐.

 

나의 디지털 저장강박증에 대한 이야기는 결론없이 다시 돌고 돌게 생겨버렸다....

 

앞으로 이 글을 얼마나 수정 혹은 내용이 추가가 될지....    

---------여기까지는 2021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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