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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20년 전 2001년1월26일 버스타고 춘천102보충대 가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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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월 26일, 지금은 20년이 흘렀고.... 10년 전에 10년 전 군대이야기를 썼던 것에 기억의 왜곡은 얼마나 많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써보는 20년 전 오늘, 군입대 하던 날을 떠올려봅니다.

 

 

대한민국 남자에게 있어서 군대라는 문제는 공통의 숙제 일 것이다. 

그 숙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끊임없이 옆에서 괴롭힌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20살이 되기 전까지 억압 받고 살았다는 생각을 하고 살다가 

막상 술집에서 술을 먹어도 뭐라 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그 억압에서 벗어나고 있음에 기뻐하다가도 

어느새 내 뒤에서 군대라는 그림자는 스물스물 나를 덮치고 있었다. 

 

신체검사를 받으라는 통지서가 날아오고 신체검사를 받고 나면 

마치 시한부선고를 받은 것 마냥 초조했다. 

면제를 받을 수 있다면 숙제는 일찍 끝나서 홀가분했겠지만 

나는 운이 참 좋게 군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당시 남자애들은 술을 마시면서 씹는 안주중에 하나는 꼭 군대 문제가 있었다. 

공통관심사... 남자들의 공통관심사였다. 

 

매도 일찍 맞겠다고 친구 세명이서 날을 맞춰 지원을 했지만 면접 도중 나와 친구한명은 도망나와 오락실에서 친구들 기다렸고 면접을 봤던 친구는 일찍 군대를 갔다. 

그때 느꼈었다....

나는 그때 오락실을 가지 말았어야 했다. 

그냥 면접을 보고 단 몇달이라도 일찍 군대에 갔었어야 했다. 

 

어쨌던 그 면접날 도망치고 시간이 지나서 면접을 안봤던 그 친구와 나는 또 다시 같은날 지원을 했고...

 

 

2001년 1월 26일

 

이때쯤 결과가 나왔을 텐데.. 하면서

무제한 ADSL 이 깔려있던 우리집  인터넷으로 재빠르게 날짜를 확인을 했다. 예외라는 것은 없었는지 이번에는 날짜가

잡혔다. 

 

102보충대 춘천... 

 

춘천...

어디서 춘천가는 기차 어쩌구 저쩌구 하는 노래를 들은 적이 있었다. 

 

기차...

집떠나와 기차? 아니 열차 타고... 이 노래는 자주 불렀던 노래다....(휴가 나온 친구들이..)

 

나는 착잡한 그 와중에 김광석 CD를 찾아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누웠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잠을 청했다...

이제 남일이 아니구나....

 

 

S#. 2000년 겨울... 입영날짜가 잡히다...

기억 하십니까? 1998년 1999년 90년대 말... 2000년대 초에는 인터넷이 나름의 전성기였다는 사실... 99년에 신체검사통지서를 받았을 때 아주 기분이 안좋았다는 것은 앞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lifehotstory.tistory.com

 

 

 

나라는 아니 조국은 배려심이 참 많았다.

구정연휴를 사회에서 보내고 오라는 그 배려심... 우리나라는 참 배려심이 많았었다. (1월 23일입대 예정이었지만..)

 

구정연휴가 하루하루 지날때마다 얼마나 초조해지는지 기분이 말도 못할 정도였다. 

시간은 그 누구도 멈추지 못하기에 연휴는 끝났고 입대일은 다가왔다.

나는 식구들한테 오지 말라고 하며 혼자서 동서울터미널에 가서 친구와 버스를 타고 춘천으로 갔다. 

보충대 근처에서 맛없는 밥도 먹었고 쫓아오지 말라고 했던 부모님도 어떻게 쫓아오시고 102보충대에 입소를 하고 

이상한 강당에 몰아넣어지면서 썅욕을 얻어먹으면서 정신없이 줄서고 뭔가 체크하고 주눅들고 그랬던 기억이 가물가물 존재한다. 20년 전 기억이기도 하고 군대 처음 가는 거라 무슨 여유는 당연히 없었다.(그후 그날 같이 와줬던 친구가 306보충대에 들어갈때 나는 휴가를 나와서 동행했었고..그 당시 306보충대에 관한 장면들은 조금 더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나는 일병이었으니까.... 보충대 아저씨들보다는 유경험자라고나 할까?)

 

102보충대 사진들

 

2001년 1월 26일 그날은 금요일이었고 보충대에서 첫주말을 보내게 되었다.

생활물품 지급받고 적응안되는 불침번 같은 근무 서고 탄 냄새나는 스프... 뭔가 영양가는 많이 없을 것 같은 밥...

그리고 줄서서 어디론가 돌아다니던 기억... 사람은 정말 많았고 기분은 내내 좋지 않았다. 좋은게 이상했겠지만... 

교회에 종교활동을 가서 초코파이 먹었던 기억... 무슨 인쇄물인지 기억은 나질 않지만 그 인쇄물을 보고 기분 안좋아하던것... 텔레비전으로 병사들 나와서 뽑기 같은거 하던거 보여주던 기억... 그 기억들이 뒤섞여있었고... 군생활은 시작되었다는 것만 기억에 남는다...

 

1월 26일이라는 날은 매년 반복해서 나오는 날짜다. 

그런데 그 쳇바퀴 돌던 오늘 우연히 달력을 보니 1월 26일이었고... 20년 전에 춘천에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마무리하는 시간인 오후11시 정도의 이때쯤에는 꿈이길 바라면서 모포를 덮고 잠을 청하고 있을것이다.
춘천...강원도라고 꽤 추웠었는데...
모포... 무겁고 따뜻하지도 않고
그렇게...20년 전의 나는 2년2개월 군생활 중 1일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다시 군대 가라고 한다면....
솔직히 안가고 싶다... 잊을만 하면 꿈에서 군대를 간다는 것은... 편한 기억은 아니었을테니 말이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군복을 입고 결코 가볍지 않은 시간은 보내고 있는 국군장병 조카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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