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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십년 전 군대일기-원래 1월은 빨리 가나봐(2003.1.7~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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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 7일 화요일 77일 남음

오늘은 야간 상황근무를 선다.

야간 상황근무를 서면 시간이 잘 안가는 것 같다.

그럭저럭 시간은 흘러서 집에 갈 날도 보이겠지...

 

2003년 1월 8일 수요일 76일 남음

오늘도 뭐 그냥 그랬다.

그렇게 하루가 끝났다.

 

2003년 1월 9일 목요일 75일 남음

오늘은

하루종일

나가 있었다.

요즘 물도 안 올라오고 좀 불편한 생활이 계속 되고 있지만,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되겠지.

지금 껏 그래왔듯이...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려면 지금 이 순간도 재미있게 보내야겠지?

재미있게 살자.

 

2003년 1월 10일 금요일 74일 남음

벌써! 10일!

놀랍다! 시간 흘러 가는 것이...

 

2003년 1월 11일 토요일 73일 남음

오늘 토요일.

그냥 토요일이었다.

오늘 그냥 그랬다. 무의미하게...

 

2003년 1월 13일 월요일 71일 남음

오늘부터 밥했다. 밥하고 그냥 이것저것 하느라 바빴다.

이번 주는 밥하느라 바쁠 것 같다.

 

2003년 1월 14일 화요일 70일 남음

밥했다.

밥 하느라 하루를 보냈다.

언제나 밥 할 때 느끼는 건데 어머니들은 밥하고 반찬 만드느라 적지않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

요리를 잘 하는 것도 재주 일 수 있겠지?

요리 잘하는 여자와 사는 것도 행복 중에 하나 일 지도...

뭐든지 하면 실력이 느는 것 같다.

아직 칼질이 능숙하진 않지만 많이 좋아진 것 같다.

 

2003년 1월 15일 수요일 69일 남음

오늘도 밥! 만 했다.  -끝-

 

2003년 1월 17일 금요일 67일 남음

눈 내렸고, 취사 대리 임무 끝!

내일 휴가 간다!

 

 

 

10년 후 지금 일기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항상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일기를 정리하다보니까 GOP에서 취사병을 하던 후임 밑(?)에서 보조 역할을 했던게 기억납니다.

말년에 짱 박힐 곳이 딱히 없어서 취사장에 간 것이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부식정리부터 도와주다가(물론 도와주고 많이 얻어 먹었죠...) 쌀 씻고 밥 짓고 쉬운 반찬 한개 맡아서 했습니다.

 

군인신분이 좋은거 나쁜거는 없겠지만 취사병은 정말 쉬는 시간이 없더라구요.

아침밥 하려면 좀 더 일찍 일어나서 밥하고 배식하고 뒷정리하고 점심 준비하고 뒷정리하고 저녁준비하고 뒷정리하고 이 과정이 무한반복인거죠.

특히 GOP에서는 취사병이 혼자였었거든요.

그리고 이 취사병은 밥 때문에 휴가도 못가는 거였습니다.

얼마나 불쌍해요. 밥 해줄 사람이 없으니까 철수한 다음에 가라... 이러면 말이죠. 

GOP올라간지 얼마 안되어서 말년선임병 한명이랑 저랑 같이 취사보조를 시작했었습니다.

반찬도 몇번 하다보면 비슷하게 만들어졌고요.

 

어쨌든 선임병과 저 두 사람 덕분에 취사병 후임은 휴가를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3년이 되면서 중대 왕고였던 저는...

취사병 후임 휴가를 보내기 위해서 혼자 취사병 노릇을 했었죠.

 

말년에 취사라니!! 말년에 취사라니!!

아무튼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밥 하고... 식단표를 보면서 혀가 기억하는 맛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하루가 금방 갔었죠.

밥 하다 보니 잘 시간...

밥 하라고 깨우는 후임의 목소리를 들으며 옷을 주섬주섬 입을 때 정말 간만에 신병교육대에서 근무 설 때가 기억났습니다.

정말 일어나기 싫고!

정말 무겁고 추운 전투복이 싫고!

정말 밖은 너무 추워서 싫고!

 

10년 전 이 즈음에는 밥을 열심히 지었었네요.

 

지금도 GOP에서 식사를 책임지는 취사병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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