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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십년 전 군대 일기(2003년 2월 9일부터 2003년 2월 25일)-군 생활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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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 10일 월요일 43일 남음

일했다... 끝...

 

2003년 2월 11일 화요일 42일 남음

일했지...뭐... 눈 내린거 치우느라 용쓰고...

 

2003년 2월 12일 수요일 41일 남음

하루종일 전화받고...용썼다.

그냥 그랬다.

 

2003년 2월 13일 목요일 40일 남음

오늘은 뭐했더라? 오전에 눈 쓸고 옆 소초 가서 개머리판 갈아주고

오후에는 옆 옆 옆 옆 소초까지 선탑했다가 복귀해서 좀 졸다가... 밥 먹고...

그러다 보니 하루가 끝!

시간 빨리 간다!

 

2003년 2월 14일 금요일 39일 남음

손망실 야투경 3대 중 1대 건졌다. 불행중 다행!

 

2003년 2월 15일 토요일 38일 남음

오늘 뜨거운 욕탕에서 몸도 불리고 사우나에서 땀도 흘리고.

휴식 같은 하루였다.

빨리 자자... 졸립다.

 

2003년 2월 16일 일요일 37일 남음

일했지 뭐!

 

2003년 2월 17일 월요일 36일 남음

영상의 날씨가 시작되었다.

쌀쌀한 바람도 불고...

드디어 봄이 왔나 보다.

2003년 봄이 왔따.

제2의 도약기가 시작되었다!

 

2003년 2월 18일 화요일 35일 남음

오늘은... 기관총도 싸보고 좋은 경험을 한 하루였다.

 

2003년 2월 20일 목요일 33일 남음

어제 눈이 내려서 그런지 날씨가 춥다.

며칠동안 영상의 날씨가 계속 되어서 몸이 영상의 기온에 적응이 되었었는데...

갑자기 살짝 추워지니...

그래도 점심 쯤에는 영상이었다.

지붕 위에 눈도 녹고...

다음 주 이 시간 쯤에는 말년휴가 첫날이다...

군인이라는 생각보다 민간인이라는 생각이 더 들겠지.

지금 이 순간들이 그리울지 모르기에 이 순간을 즐기려고 한다.

항상 그래왔듯이.. 지나고 나서 후회 하는 건 이제 싫다...

 

2003년 2월 21일 금요일 32일 남음

금요일이다.

이번 주는 굉장히 빨리 지나갔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니까...

시간 관념도 없어지는 것 같고...

나이만 먹는 것 같다.

시내도 갔다오고... 

외갓집 이등병때 선임병이 꼭 가보라고 했던 그 곳...

두번째 가서 밥 먹었는데 맛있었따.

이제 5일 정도 남은 것 같은데...

더 멋진 추억 만들고 싶다. 작은 바램이다...

눈도 내리고..

 

2003년 2월 22일 토요일 31일 남음

눈 두번 쓸다...

눈이 10센티미터 넘게 쌓여서 살짝 힘듦

지난 2월에 내리지 못한 눈이 다 내리려나 보다. 

 

2003년 2월 23일 일요일 30일 남음

마지막 일요일

군대에서의 마지막 일요일.

이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지만 군인이라는 존재로써의 나.

나중에 생각 많이 나겠지?

오늘은 눈도 좀 쓸고...

이것 저것 한 것 같다.

내일은 조금이라도 뜻 깊은 일을 하고 싶다.

유종의 미를 거두자!

 

2003년 2월 24일 월요일 29일 남음

오전에 눈 쓸고

막사 내부 청소하고

날짜 지난 신문 읽고

밥 먹고

전화하고

그럭저럭 하니까... 또 하루가 갔다.

하루하루 시간이 잘 가는 것이 말년 병장인 나한테 좋은일이겠지만...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시간 빨리 간 것 같다.

뒤돌아 보면...

오늘 또 하루가 저물어 간다...

 

 

2003년 2월 25일 화요일 28일 남음

하루종일 빈둥빈둥

저녁은 회식... 많은 생각...

삶이란 아쉬움이란 양념이 남을 수 밖에 없는 요리 인 것 같다.

맛있게 만들려고 해도...

아쉬움은 꼭 남는다.

나중에 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도 그렇겠지?

대학교 졸업도 그렇겠고...

그런게 사는거야...

내일은 뭐하지?

내일은 최고로 멋진 날로 만들자!

 

 

2001년에 입대를 해서 말년 휴가 떠나기 바로 전까지의 흔적을 다 옮겼습니다.

특별히 멋진 군생활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간첩도 못 잡고... 땅굴도 못 찾았습니다.

때 되면 이등병에서 일병으로 일병에서 상병으로 상병에서 병장으로 진급도 했습니다.

 

군대스리가?

군대 가면 축구도 많이 할 줄 알았는데 철책근무에 투입한 기간이 군대생활의 절반이었고

소대생활 할때 선임병이 멀리 공을 차면 그 밑으로 우루루 공 차지하려고 달려 본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어느 쌀쌀한 겨울 전투체육의 날에 축구를 하던 중 쇄골이 부러진 후임 덕분에 그 후로 축구는 금지가 되었었지요.

그래서 더욱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도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남자들의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술안주거리로 아마 죽기 전까지 할 군대 이야기를 딱히 늘어 놓을게 없었습니다.

입대하면서 받은 수양록이라는 일기장 같은 곳에 적은 흔적과 작은 수첩에 메모식으로 적어놓은 일기를 옮겨 놓다보니

마치 십년 전에 겪었던 일들이 바로 오늘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이때 쯤에는 이랬었구나...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구나...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시간은 언제나 금방 지나갑니다.

인생에 있어서 2년 2개월은 정말 짧은 시간인데

군복을 입고 있던 그 때는 왜 그리 하루하루가 더디게 지나 갔었는지 지나보니 살짝 웃음이 나옵니다.

 

10년 전 일이지만 그래도 무사히 집에 온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잊고 살았지만 지금도 군복을 입고 군인의 신분으로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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