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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십년 전 군대일기_2003년이 밝아 온다! 제대가 약이다!(200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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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 1일 수요일 83일 남음

2003년 새해가 밝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밖에 나가니 햇살 속에 구름바다가 눈 부셨다.

작년에는 눈 치웠는데...

올해는... 좋은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2003년 1월 2일 목요일 82일 남음

오늘...긴장된 하루...

항상 만약... 이라는 생각을 하자.

혹시...라는 생각이 들면 확인하고...

설마...라는 생각은 하지 말자!


2003년 1월 3일 금요일 81일 남음

감기 기운이 좀 있었다.

눈도 내렸고, 물도 없어서 씻지도 못하고...

내일은 물이 올라 올거야.


2003년 1월 4일 토요일 80일 남음 영하17도

지붕 위에 눈 치우고 이것저것 닥치는데로 하다 보니까 하루가 가버렸다.

시간이라는 것... 때로는 안갈 것 같지만...

순간을 즐긴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처음 군에 오기 전에 모든 사람들이 말해주었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즐긴다는 것... 어렵다...

앞으로 남은 시간 즐겨보자...


2003년 1월 5일 일요일 79일 남음 영하25도

많이 추웠다. 하루종일...

서로 도왔다... 그리고 시간이 그렇게 끝나간다...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

내일을 준비하며...



글을 재미지게 쓰질 못하지만 피곤한 군생활의 흔적이기에 가끔 무슨 말을 쓴건지 감이 안 올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기억납니다.

2003년 1월 1일 막사에서 나왔을 때 하늘이 참 맑았고 햇살은 눈부셨으며 멀리 산과 산 사이에는 구름바다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공기는 차디차서 시원했었고요.

2001년 입대 할 때 과연 2003년이 올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작업하라고 하면 작업하고 근무하라고 하면 근무하다보니 

훈련병은 이등병이 되었고 일병이 되었고 상병이 되었고 병장이 되었고 점점 집에 갈 날이 줄어드는 말년 병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군대에 갔다온 모든 분들이 다 겪었던 그런 시간이죠.

남자들끼리 할 얘기 없을 때 많이 나누는 이야기가 군대 이야기고요.

가끔 군대 입대 하는 꿈도 꾸시고 그러잖아요? ㅎ


2012년도 몇 시간 안남아 마음이 싱숭생숭거려서 더더욱 십년 전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산 아래에서 펌프와 급수관을 이용해서 물을 길어서 썼었습니다.

아마도 지금도 그렇게 쓰지 않나 싶어요.  


아래부터 펌프로 물을 길어 올리고 중간 중간 모아놨다가 위로 올리고 어느정도 물통을 꽉 채우면 급수관에 물을 쫙 빼주어야 했습니다.

안그러면 급수관이 얼어서 막히거든요. 그러면 물을 물 쓰듯이 하다가 물이 바닥나면 물을 못쓰게 되는 것이죠.

눈이 많이 내리고 쌓여 있기에 녹여서 쓰기도 했습니다.

하얀색 눈을 녹이면 보기 안좋은 색깔의 물이 나오는데... 그 물로 딱히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눈 퍼다가 막사 바닥 청소할때 썼습니다. 잘 씻지 못하는데 청소도 제대로 안하면 감기 걸리기 딱이었거든요.


그렇게 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던 그 시절이었는데...

지금은 물을 정말 물 쓰듯이 쓰는걸 보면 정신줄을 많이 놓은 것 같습니다.


요즘도 많이 추운데 일기를 보니 영하 17도라고 표시한 것도 있고 25도라고 적어 놓은 것도 있네요.

상급부대에서 시간마다 온도를 물어 봤었는데 그때 부대에 있었던 온도계는 영하15도? 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밑에 자로 재서 온도수치를 표시해놨었던 기억이 납니다.

거기에 바람까지 불었으니 체감온도는 아마도 일기보다 더 추웠겠지요.


아마 제가 있었던 그 곳에 있는 군인동생들도 추위와 싸우고 있겠죠.

몸도 춥고 마음도 추울 것 같습니다.

특히 오늘 저녁은... 밤은 길고... 춥고... 사회에 있는 부모형제 친구들이 생각나겠지요.

눈이나 안내리면 괜찮을텐데... 

항상 십년 전에 썼던 일기를 꺼내보면 어렸던 시절을 되새기는 시간도 되지만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군복을 입고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에 대한 고마움도 새삼 느껴집니다.


군인동생들도 새해 복 많이 받기를...제대가 약이다!!

그리고 볼품없는 제 글 읽어 주신 분도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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