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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십년 전 군대일기_2003년2월 2일~2003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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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 2일 일요일 51일 남음

작심삼일

그냥 본능에 져버리고 말았다.

배불러서 좋긴 하지만 뱃살 나오는 건 아무래도 싫다.

점점 나태해지기만 한다.

 

2003년 2월 5일 수요일 48일 남음

오랜만에 사격도 하고...

한 125발 쏜 것 같다.

그 후유증으로 귀가 멍~ 하고

군인이란 느낌을 많이 받았다.

탄두가 나가고 있는지 느낌도 없었고

그냥 먼 산에 대고 쏴버렸다.

오늘 같은 순간을 그리워 할 날도 오겠지?

건강하게 있다가 가자!

2001년에 제대한 선임병 전화왔었는데 기분 남달랐다.

시간 정말 빨리 가는 것 같다.

 

2003년 2월 6일 목요일 7일 남음

업무봤다.

젠장!

말년 휴가 26일짜리 간다.

이럴수가...

 

2003년 2월 8일 토요일 45일 남음

눈!

하루종일 밖에서 놀았다.

오랜만에 S1, S2, 포대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내려오는 도중에 미끄럼도 타고...

기억에 남는 하루!

 

2003년 2월 9일 일요일 44일 남음

그냥........

이렇게 하다보니 지나간 하루.....

먹고 살 걱정이 들기 시작하니까 걱정하느라 시간이 잘간다.......

잘살자!

 

10년 전 이 즈음에는 군생활...

아니 말년 휴가 출발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던 어찌보면 굉장히 시간이 더디게 흘러가는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겨울이었기에 떨어지는 낙엽이 없어서 덜 위헙했고...

떨어지는 눈은 솔직히 크게 위험하지는 않았습니다. 내리는 족족 치우면 됐기 때문이었죠.

일기를 보니까 말년 휴가 26일짜리를 가는 것에 기분 나빠하고 있었던 걸 보면

요즘 저에게는 10년 전 나는 미쳐있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줍니다.

 

물론 그 당시 좀 더 길게 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방부대이다 보니까 휴가를 거의 나올 일이 없었기에

대부분 쓰지 못한 휴가를 말년 휴가에 붙여서 썼기에 거의 한달 가까운 시간을 말년 휴가로 보냈던 걸로 기억납니다.

 

말년에는 내리는 눈도 신났습니다.

2003년 2월 8일에는 대대본부로 중대차량으로 이동하는 중에 눈이 너무 내려 차를 돌려 중대로 복귀했습니다.

정말 펑펑 내렸습니다. 구형짚차에 달려있던 싸리비를 내려서 도로도 쓸고 운전병만 차에 올라 몰고 내려오고 동승인원들은 걷기 시작했습니다.

미끄럼도 타고 마냥 시났습니다. 이등병이었다면 아마 하늘 보며 욕하고 있었을텐데. 다행히 말년이라 꽤나 낭만이 있었습니다.

 

군생활 동안 눈 치우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었었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눈 치우고 들어와서 잠자고 또 치우러 나가고...

발가락이 부러진 것도 모르고 눈 치우러 다녔던 기억도 있으니 그 눈은 정말 낭만이 아닌 절망이었습니다.

하지만 몸은 꽁꽁 얼어도 눈 내리 경치는 사진으로 못 남겨 놓은게 안타까울 정도로 멋진 곳이었습니다.

지금은 구경하러 가보고 싶어도 못가는 그 곳이었죠.

 

아마 지금 그 곳에서는 여러 감정들이 섞여있겠죠.

올해 전역이다! 이런 친구들도...

누구는 휴가가서 좋겠다!

내년 설날에는 집에서 보내겠지?

 

이런저런....

하지만 제일 많이 드는 생각은 아마도?

왜 하필 일요일이 설날이냐!!!

이 생각을 제일 많이 할 것 같습니다.

사회나 군대나 아마도 이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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