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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기억과 추억

이놈에 고양이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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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인지는 정확히 기억은 나질 않습니다.

2009년이었을까요?  2008년이었을까요?


딱히 언제 온거는 중요하지 않더라구요.

매일 매일 비슷한 시간을 살고 있고 그리고 아마도 그렇게 매일 매일 비슷하게 살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첫만남은 이랬습니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질 않는데 제가 어머니 마중을 나갔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박스를 줄로 묶고 들고 오고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그걸 들어드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줄에 묶여 있는 박스는 별로 좋은 기억이 없었던 것이 

더 과거에 박스에 살아있는 닭을 아버지가 가져오셨던 기억이 있어서입니다.


종이상자 속에 치킨도 아니고

종이상자 속에 살아있는 닭이라니....


어릴 때 병아리를 키웠던 경험으로 비추어 봐서는 닭이랑도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그거는 병아리 때부터 친해야 정이 들고 알아가는 것이고 

그 상자 속에 있던 닭을 키우는 것도 아니고 잡아서 먹는데 죽는 과정을 봤던 저는 끝내 그 닭고기 요리를 못 먹었습니다.


어쨌든 다시 어머니가 들고 오신 박스를 보면 닭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어머니께서 열어보라고 하시는데 솔직히 두려웠습니다.

그때가 11월인 것 같은데... 이 겨울에 상자 속에 든 닭이라니....

그러면서 상자를 열어봤을때는 더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고양이가 들어있었는데 완전 애기 고양이였습니다.

어른들한테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인 비루먹은 강아지 그 말이 제일 비슷한 표현이었을 것 같습니다.

정말 못생기고 털도 윤기도 없어 보이는 목소리도 작은데 자기는 고양이입니다 라고 말하듯이 야옹야옹 거리는 것 같이 들리긴 했습니다.


아 뭔놈에 고양이야....


사실 저희 집에 고양이는 두번 정도 스쳐 지나갔던 경험이 있습니다.

한 녀석은 잠깐 왔다가 왜 왔는지 잠깐 왔다 누군가에게 줬었고

다른 한 녀석은 걸어가다 어미고양이가 물고 가는데 놀래켜줬더니 새끼를 놓고 도망을 간 것을 주워 갔다가 다시 내놓으니 그 자리에서 계속 울기에 데려가서 키우려다 또 누군가에 줘버렸습니다. 


역시 고양이는 안맞아... 못키우겠어... 

우리집에는 개가 잘맞지... 개가 사람 말을 잘 듣거든....


이런 생각이 확실했었습니다.


특히 어릴때 고양이를 만져주다가 고양이한테 물린 기억은 절대! 고양이를 키우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사실 얼마 있으면 다른 집으로 갈거라고 예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이틀 .... 일주일?

오호 한달?

어쭈 일년?....


어차피 안키울건데 그러면서 정을 안주려고 했지만 사실 말도 잘 안듣고 그래서 원래 키우던 개만 예뻐했었습니다.

고양이의 날카로운 발톱과 가끔씩 물어 버리는 것은 정말 싫었거든요.


사진도 잘 안찍었던 것 같습니다. 

뭐 다른집으로 갈 녀석인데... 


어느새 굉장히 자라있었습니다.

원래 있던 개보다 덩치가 더 커졌죠.


털도 엄청 빠집니다. 

가끔 코가 간질간질 거리면 뭔가 해서 콧속을 뒤적뒤적 후비다 보면 고양이 털이 나옵니다.

아오.... 저 고양이 자식...


가렵거나 따끔거려서 살펴보면 옷에 고양이 털이 박혀 있습니다.

아오.. 저 고양이 자식....


개처럼 말도 잘듣고 애교도 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오... 저 고양이 자식...


자고 있는데 걸리적 거리게 옆에 와있습니다.

특히 발정 났을 때는 괜히 친한 척 합니다.

아오... 저 고양이 자식...


그렇게 몇년이 지났습니다.


술에 취해서 제가 가서 막 아는 척을 합니다.

귀찮은지 막 할퀴고 물고 그럽니다.

아오... 저 고양이 자식...


술이 깨서 따가워서 보면 발톱 자국이 나있습니다.

아오... 저 고양이 자식...


그러면서 괴롭힙니다.

어제 어? 할퀴고? 어? 주인을? 어? 

아오... 저 고양이 자식...


이제는 술이 안취해도 괜히 가서 아는척하고 괴롭히고 그럽니다.

개처럼 아는 척도 안합니다. 

사료값도 못합니다.

아오... 저 고양이 자식...


매일 얼굴잡고 제가 말합니다.

쥐는 언제 잡아올거냐?

밥값은 좀 해야지....


뭐 항상 그렇듯이 듣는 둥 마는 둥 합니다.

그래도 개는 뭔가 통하는 그런 느낌이 있는데

고양이는 잘 모르겠네요.


그렇게 시간이 계속 지나갑니다. 

시간은 잘 흘러갑니다.


이 고양이 녀석은 집에만 박혀 있습니다.

나가자고 보채지도 않습니다.


예전에 개는 문만 살짝 열리면 도망가고 

찾으러 다니고 그랬는데


이 고양이는 문 밖에 나가면 잘못되는줄 아는지

나가면 나살려 이렇게 외칩니다.


아오... 촌스런 고양이 자식...


주말에 집을 비우고 어디를 갈때  혼자만 두고 갈 수 없어 장만한 가방

주말마다 쓴 것 같습니다.


큰 집이 아닌 좁은 집이 고양이의 기억 속에 

세상의 전부라고 여기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녀석은 어딘가 구석에 박혀서 하루종일 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이불 속 혹은 선반 위....

 

 

매일 매일 잠만 자는 고양이 자식

옷이란 옷

이불이란 이불은 고양이 털이 꼭 붙어있네요.

아오 이 고양이 자식...

 

언제부턴가는 잘 오지도 않더만 자고 있으면 근처에 가끔 와서 잡니다.

잠도 잘 못자게 하고...

고양이라 발소리도 잘 안들립니다. 가끔 놀라지요.

 

이놈에 고양이 자식이

나이를 먹어가니까 장난도 안치고 잠만 자고 그렇습니다.

이놈에 고양이 자식!..................

 

 

 

이 녀석이

지금은 곁에 없네요.

며칠 후면 세상을 떠난지 한달이 됩니다.

 

배에 뭔가가 잡히는걸 그냥 두었더니 그게 큰 병이 되었습니다. 뒤늦게 수술을 했지만 깨어나질 못했습니다.

일 나가면서 인사한게 마지막 기억입니다.

수술하고 돌아올줄 알았지만 그 후로 볼수가 없었네요.

아직도 옆에 있는 것 같은데 보이진 않네요.

아직도 옷이나 이불에 털이 붙어 있는데 정작 불러도 보이지도 않고 울음소리도 어땠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습니다.

지난 십년을 돌아보면

처음 몇년은 서로 사이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고양이를 처음 키워봤으니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친해진지 불과 5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이제 많이 친해진 것 같은데 그렇게 헤어져버렸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잊어져 갈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사는 것은 망각의 연속이니까요.

하지만 이녀석의 털은 잊을만하면 옷이나 이불에서 나오겠죠.

이불에 붙은 털들을 떼면서 이름도 불러보고 평소에 잘 있던 곳도 쳐다보게 되겠죠....

어색함이 자연스럽게 될 날이 오겠죠.

지금은 헤어지는 과정이겠죠. 

 

이놈에 고양이 자식.... 조금만 더 살다 가지...

못해준 것 들만 기억에 납니다.

 

좋은 주인 만났으면 아직도 살아있을텐데.... 미안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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