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부산여행(광안리+남천동 소극장공연),첫번째 이야기
http://lifehotstory.tistory.com/618
밥을 먹고 5시에 시작하는 공연을 현장 예매하러 극장을 찾아갔다.
공간소극장이라는 이름은 왠지 낯설지 않았다.
이날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연극 <엄마 다시 가을이 오면>이었다.
공연장 내려가는 계단에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그림이 그려져있었다. 예사롭지 않은 느낌이었다.
오래된 건물 특유 냄새가 나긴 했는데 왠지 역사가 있어 보이는 분위기였다.
공연장을 많이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소극장에 기다리는 관객들을 위한 이렇게 많은 책들이 있는 곳은 손에 꼽지 않을까 싶었다.
인근에 시장도 있는 그냥 차 많고 사람 많은 도시 골목에 있는 공연장은 조금 신선한 충격이었다.
부산을 처음 돌아다녀서 많은 부분을 모르고 있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생활에 녹아있는 듯한 모습은 인상깊었다.
공연장 곳곳에 그동안 무대에 올랐던 작품들 포스터가 있었는데
부산지역공연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혼자 있기 조금 뻘쭘해서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다가 공연시작 시간에 맞춰서 다시 극장에 갔었다.
나를 포함해서 30여명 넘는 관객들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토요일 5시에 소극장 공연에 30명 넘는 사람들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 시간 이자리에 모이게 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공연을 기다렸다.
우명희 박다솜 배우의 2인극은 암전이 되면서 시작되었다.
간단히 공연소개를 한다면
시놉시스
오직 자식을 바라보며 세상을 버티어 온 엄마,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온 힘을 다해서 꿈틀거리고 있는 딸,
그런 엄마와 딸이 부대끼며 함께 살고 있는 집.
꿈을 위해 삶을 추구하는 것인지?
살아남기 위해 작은 행복에 만족하며 세상의 굴레에 스스로를 맞춰야 하는 것인지?
삶의 방식에 관한 엄마와 딸의 논쟁은 끝이 없는데..
딸은 독립할 것을 선언한다.
하지만 세상의 풍파를 맨 몸으로 이겨내기란 결코 쉽지 않은 법.
녹녹치 못한 세상과의 싸움과 힘겨운 삶의 태풍이 거세어질수록
딸은 점점 더 엄마를 그리워하는데...
남자인 나보다는 여자들은 아마도 더 공감이 되었을 것 같다.
조촐한 무대는 작은 방처럼 작아보였고 살짝 떨어져 있는 책상들은
극중 모녀간의 거리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무대는 앞서 말했듯이 작았다.
하지만 무대를 둘러 싸고 있는 또 다른 무대가 존재하고 있었다.
겉으로 봤을 때는 방 모양의 무대만 보였지만 일종의 샤막 뒤에는 또다른 공간이 있어서 공간을 뛰어넘고 있었다.
처음 봤던 작은 무대의 공간 나누기는 어려웠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는 슬기롭게 훨씬 넓게 활용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뻔한 이야기 흐름을 보였었다.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는 원래 이렇게 비슷한 걸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역시 2인극은 극을 끌고 나가는게 힘든건가 보구나... 이런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어머니와 딸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딸이 집을 떠나려고 하는 순간 조명이 노을처럼 붉어지는데
그 순간 말로 표현 못할 전율이 느껴지면서 가슴이 울컥거리는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조명으로 몰입되는 느낌은 신선했던 것 같았다.
배우의 힘+무대의 힘+조명의 힘 이 잘 버무려진 작품인 것 같았다.
시즌2에서 시즌3로 넘어가면서 내용이 조금 바뀌었다고 하는데 시즌2를 관극하지 못해서 이 작품에 대한 느낌을 적기에는 조심스러워진다.
연극에 대한 내용은 줄이기로 하고....
이번 여행(글을 쓰는 지금은 날짜가 많이 흘렀지만...)은 혼자서 KTX를 타고 간 첫 여행이었다.
조금은 즉흥적으로 출발했기에 부산 갈때는 입석이어서 조금은 불편했지만 불편한 복도여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아무도 신경쓰지는 않겠지만 혼자서 뻘쭘해 하면서 셀카도 찍고 지하철도 타고
광안리 해수욕장을 찾아서 편의점에서 산 맥주 한캔을 모래밭에 앉아서 홀짝 홀짝 마시는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캠핑장에 가서 불멍하는 시간도 참 좋은 시간이지만
해수욕장에 가서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름 좋다는 것을 처음 알았었다.
그리고 낯선 길을 하염없이 걸어서 공연장을 찾아가는 재미도 혼자서 좀 지루하지만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공연을 보고 여유롭게 부산을 느끼고 즐기지 못한것은 너무 아쉬웠다.
다음번에도 어느 도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행겸 공연 관극을 하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
'삶은 기억과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인적으로 상식이 통하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0) | 2017.03.01 |
---|---|
영화라 다행인 영화 <녹화중이야> (0) | 2017.02.23 |
남자 혼자 당일 부산여행(광안리+남천동 소극장공연), 첫번째 이야기 (0) | 2016.09.13 |
어릴적 놀이를 추억하다 - 얌체공과 골프공 (2) | 2016.08.01 |
2001년 1월 26일 15년전 오늘 그리고 이날밤 (0) | 2016.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