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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기억과 추억

2001년 1월 26일 15년전 오늘 그리고 이날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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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월 26일  


춘천 102보충대에 들어가서

장정이라 불리우며 군인같은면서 군인이 아닌 하지만 민간인이라고 할 수 없던 신분으로 보충대 기간병들에게 찍히지 않으려고 목소리 높이면서 빠른척 움직이던 그 첫날

밥은 점심과 저녁을 먹었던 것 같다.

솔직히 나쁜 맛은 아니었지만 과연 이런 음식을 26개월을 먹어야 하나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되었다.


이런저런 절차를 거치느라 무슨일을 했는지 모르지만 

잠을 잘 시간은 국방부 시계가 돌아가는 한 어김없이 와버렸다.

 

간단한 인원점검을 마치고

입소할때 입었던 사복을 입은채 두껍고 뻣뻣한 결코 좋은 냄새가 나지 않는 모포를 깔고 덮고 잠을 청했던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내무반은 잠이 쉽게 들지 않는 구조였다.

마치 방안에 가운데 복도를 사이로 양쪽에 나무마루가 낮게 깔려있는 모양새였다.


불은 꺼져있지만 내무반 가운데에는 요상한 붉은등이 박혀있어서 기분이 묘했다.

내무반 출입문도 창문이 있어서 밖에 사람들 돌아다니는게 보여서 더욱 묘했다.


그리고 건물 곳곳에 박혀있는 스피커로 굉장히 슬픈내용의 멘트가 흘러나왔는데

고향생각이 많이 나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곳곳에서 훌쩍훌쩍 흐느끼는 소리가 나고...

불이 꺼지기 전까지는 무척 쎈 남자인척 하던 사람들이 불이 꺼지고 낯선 곳에서 잠을 청하려니

마음이 많이 약해졌었나보다.

나 역시 스피커에서 나오는 멘트에 눈물 주르륵 흘리다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군대에서의 첫날이

15년전 오늘이다.





시작할때는 끝이 안보였던 그 생활이 

15년이 지나고 뒤돌아보면 참 좋았던 시절같다.

지나고 뒤돌아보면 지난 시절은 항상 좋았던 것 같다.

되돌리지 못하는 시간이기 때문 아닐까?


15년전 오늘부터 2년 2개월 동안

힘든 시간도 많았던 것 같다.

나쁜 기억도 많았던 것 같다.

안가고 경험하지 않았어도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가니까 꾹 참고 즐길수있는 것은 즐기면서 버티고 버티다보니

때가 되면 계급장 하나씩 늘어나고 몇푼안되지만 월급도 조금씩 오르는 재미도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15년 전 오늘 나는 정말 앞날이 깜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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