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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십년 전 군대 일기-2002.12.02~2002.12.08-그 해 겨울은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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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2일 월요일 군생활 113일 남음

요즘은 왜 그리 자주 아픈지...

요즘 맞은 링겔만 해도 다섯 개나 되니까...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 건강해야지...

그리고 이번 12월은 군대에서 하는 내 업무를 인수인계 해주고...

건강을 회복하는 달로 만들겠다.

내 군 생활이 아직 많이 남았지만, 언제나 내가 그래왔듯이...

항상 준비하는 자세로 살자!


2002년 12월 3일 화요일 군생활 112일 남음

근무지원 정신없지 뭐~


2002년 12월 4일 수요일 군생활 111일 남음

상황근무지원 감기가 잘 났지를 않는다.


2002년 12월 5일 목요일 군생활 110일 남음

상황...

감기는 여전히 나를 힘들게 한다...

많이 회복 된 것 같다.

편지 네통 썼다.


2002년 12월 6일 금요일 군생활 109일 남음

정신없이 아프다가 벌써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한주가 끝나간다.

12월의 시작은 나에게 무척 힘들었는데 

예전에 집에서 보내 준 약으로 지쳐버린 내 몸을 지탱하고 있다.

언제나 느끼는건데 몸이 병든 것 보다 정신이 병든 것이 치료하기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예전에는 그래도 버틸 수 있는 정신력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약해졌는지...

몸이 더디게 낫는다. 상병 될 때까지는 절대 안 아팠는데...

군생활도 거의 끝나가는지... 약해졌다.


2002년 12월 7일 토요일 군생활 108일 남음

오늘 토요일

어두침침했고...

그렇게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건강도 조금씩 괜찮아 지는 것 같고... 이제 슬슬 이 시간들을 이끌어 나갈려고 한다.

나름대로 하루하루 즐겁게(즐겁다고 하기에는 좀 열악하지만) 보내야겠따.

편지도 자주 쓰고... 전화도 많이 쓰고...

책도 많이 읽어야겠다. 공부 할 때가 왔다... 독하게 살자!


2002년 12월 8일 일요일 군생활 107일 남음

일요일 눈이 내렸다.

그럭저럭 하루가 갔고...

오랜만에 많은 글씨를 읽었다.

책 많이 읽고 싶다. 이제 책을 읽자!

 


10년 전 요즘 취침을 하다가 갑자기 아파서 잠에서 깼습니다.

뭔가 속이 아프고 체했다는 느낌이 들었었습니다.

화장실에서 구역질을 하면 좀 괜찮아 지나? 하는 생각에 화장실에도 가보았지만 

속이 아픈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바늘로 손을 따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바늘이 없었습니다.

어쨌든 바늘로 상처를 내서 피를 내는 것이라면 어쨌든 바늘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치 뚜껑이 생각났습니다. 

그것으로 손가락에 상처를 냈지만 피가 쉬원하게 나질 않았습니다.

괜한 일을 했다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쪽 구석에서 잠을 신나게 잘자고 있는 의무병을 깨웠습니다.

"나 아파... 속이 너무 아파..."뭐 이런 식의 말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딱히 어찌 할 바를 몰랐던 의무병은 저에게 링겔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3일인가요? 그렇게 링겔 맞고... 죽 먹고... 잠자고... 제 군생활 중에 제일 나태한 일상 같습니다.


왜 갑자기 아팠을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었습니다.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까닭에 스트레스를 가득 몸에 담아두고 있었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발전기가 안돌아간 까닭이 궁금한 

비상용 발전기를 하루종일 열심히 팽이 돌리듯 줄을 감아서 잡아 당긴 까닭에 체력적인 소모도 컸던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어쨌든 십년 전 요즈음에는 몸이 완전 약해졌었고...

좀 회복되면 독감환자로 근무인원이 부족한 소초로 근무지원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골골대면서 여기저기로 팔려나갔던 시기였었죠.

제 후임들은 근무지원도 안나가고 나름 편하게 있었을텐데... 

중대장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말년의 비참한 일상들이었습니다.

제가 좀 아부 같은 것을 잘 했다면 굉장히 편히 보냈을 것 같은데 

어렸을 때는 별 것도 아닌게 자기 주장이 굉장했고 고지식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지금도 그곳에서는 근무를 서고 있겠네요. 

얼른 막사에 들어가서 라면 먹고 잘 생각을 하는 팀과

이 긴긴 밤을 어떻게 보내나 고민하는 팀...


요즘에도 대북방송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2003년 이후에 대북방송용 스피커들 제거하는 것이 텔레비젼과 신문에 나왔었는데 다시 설치하진 않았겠죠?


예전엔  대북방송이 재미있는게 많았거든요. 

나름 최신가요도 틀어주고, 이런저런 뉴스, 라디오 드라마 같은 것도 틀어줬었고요.

근무 설 때 심심하지 않게 해주던 좋은 방송이었습니다.

GOP의 낭만 중 하나 라고 할까요?


매일 자정에는 <애국가>와 88올림픽 주제곡이었던 <손에 손잡고>가 흘러 나왔었습니다.

애국가도 따라부르고... 

손에 손잡고가 나오면 어렸을 때 성화점화할때 타죽던 비둘기들도 생각나곤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겨울이니까 빗자루 들고 근무지 이동 하면서 제설작업을 하고 있겠네요.

빙판 조심하고 감기 조심하길 멀리서 빌어 봅니다...


그들이 있기에 10년 전 군대 일기도 꺼내보며 추억도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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