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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10년전 11월 1일부터 10일까지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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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금 버티면 전역입니다.

물론 지금 이야기는 아닙니다.

10년 전 제 나이 23이었을 때 이야기입니다.

10년 전에 자의든 타의든 아무튼 저는 군복을 입은 군인이었습니다.

11월이면... 병장이었네요. 병장이면 군생활 편하겠지요? 아닙니다. 달달이 고참이 있어서 아마 그 시절에 쓰리고? 이쯤 되었던 것 같네요.

왕고랑은 동갑이었고, 투고랑은 더블백 동기... 아무튼 철책선에 붙어서 나름 말년을 보내고 있던 그 때였습니다.

11월 참 마음이 뒤숭숭하고 외롭고 그런 때인 것 같아요. 

사회에 있는 저 역시 그런데... 십년 전 저는 안그랬겠어요?

나이 한 살 더 들고... 제대하면 뭐 할까? 이런 저런 하루하루 반복되는 삶이라 더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하번 펼쳐 봅니다... 십년 전 일기장을...


2002년 11월 1일 금요일 144일 남음

오늘도 나름대로 열심히 보냈다. 그날이 그날 같아서 모르겠다! 자자!


2002년 11월 2일 토요일 143일 남음

정신없었다... 정말 정신없었다!...


2002년 11월 7일 목요일 138일 남음

휴가복귀


2002년 11월 8일 금요일 137일 남음

하루종일 취사장에 있었다.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르겠고...

눈이 내렸다는 것 밖에 모르겠다.

나름대로 뜻깊게 보냈다.

부사수 녀석한테 자동경보기 사용법도 가르쳐 주고... 오늘도 그렇게 지나갔다.


재미있었던 일: 취사장에서 차력을 하면서 신나게 웃었다. 젓가락 부러뜨리기, 고무장갑 머리에 쓰고 바람불기...


2002년 11월 9일 토요일 136일 남음

이 일기장도 벌써 1년째 써왔다. 일년 간의 일들이 이 일기로 다 표현되진 않았지만... 이 글 읽고나면 많이 생각나겠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앞으로 건강하고 알차게 잘 살자...


2002년 11월 10일 일요일 135일 남음

밥하는 것...

먹기는 쉬워도 치우는 것은 어렵듯이 그것도 어려운 것 중 하나다.

밥 하면서 이것저것 먹어서 그런지 살 찌는 것 같고... 어머니들의 고생을 조금이나마 공감 할 수 있을 것 같다.

날씨가 꽤 쌀쌀하고 흐리다...

앞으로 자주 눈 내릴 분위기다.

눈 오면 눈 치우는 것이 이곳의 일과니까...

신병교육대에서 쓸었고...

@@선점에 있을 때 @@로 쓸었고... 이번은 이 곳을 쓸겠지...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말년(물론 위에 고참이 두명...)에 전방에 있었다는 것은 나름 편했을 것 같습니다.

작업이라고 해봤자 제설작전밖에 없었던 것 같고요.

딱히 군대스리가 같은 것도 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이등병 일병때 전방에 있을 때에는 축구 하기는 쉽지 않았거든요. 공이 휘~익 날아가면 지뢰 표시는 되어 있지 않지만 불발 박격포탄이 꽂혀있는 그런 곳에 있었으니까요... 물론 저는 그런 곳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모험심도 없었거니와 소심했기에...

그래서 저는 남자들끼리 모이는 자리에서는 군대 이야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딱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어요.

면회? 그런 것 없었구요.

휴가? 그리 많이 안 나왔었구요.

축구? 축구 하다가 쇄골 부러진 후임이 있어서 축구 금지였구요.(동생아 잘 지내냐? 너는 참... 전역한 다음에도 많이 생각난다...군대에서 전투체육 잘못해서...인생변화가 그리 많으니...)

아무튼 가끔 군대 이야기 하면 저는 할 이야기가 없더라구요.


위치상으로는 나름 서열 10위 안에 위험한 곳에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이 일기를 쓰는 이유는 어린시절 추억하는 것이니까요...


아마도 지금 이 시간에 제가 근무 했던 그 곳에 있는 동생... 아... 조카라고 해야할까요? 아무튼... 후배들!

그 친구들이 그 곳에 있을 것입니다.

그 친구들 얼굴도 모르지만... 그 친구들 항상 고맙구요...

자의든 타의든 군복 입고 나라 지키는 그 친구들한테 고맙다는 생각만 드네요.

그 친구들도 전역하고 시간이 지나면 그 지옥같았고 잊고 싶었던 그 시간이 어느새 추억이 되었고, 그 시간들이 자신의 인생에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초코파이라도 보내고 싶은데... 전 그닥... 무능한 키보드워리어(워리어도 안되지만...)네요...

그래도 항상 감사합니다!


아시죠? 우리나라는 휴전국가입니다.

군대라는 틀에서 각잡고 있는 이등병부터 제대가 얼마 안남았다~ 라면서 널부러져 있는 말년 병장까지... 우리는 그 친구들 덕분에 이렇게 두 다리 쭈우~~~욱 뻗고 잠 잘 수 있는거니까요~


두 말 해야 잔소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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