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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십년 전 병영일기(GOP투입)-가을은 군인이나 민간인이나 다! 외롭구나!(2002.09.14~200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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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한게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으로써 살짝 살만한 요즘입니다.

(태풍은 더이상 안 올라왔으면 좋겠고요.)

바람이 선선해서 그런지 마음도 휑~~ 한것이 외롭고 쓸쓸한 느낌이 많이 듭니다.


10년 전에는 어땠을까.. 또 일기장을 꺼내 봅니다.(그만큼 할게 없다는...?)


10년 전에 저는 동계GOP에 선발대로 투입을 했던 시기입니다.

느낌이 참 이상하지요.


11년 전 하계GOP 교대하면서 철수하던 날이 엊그제였는데..다시 전방체험입니다.

철수 할 때 그 느낌은 정든 집을 두고 떠나는 느낌이었습니다.

홀가분하면서 앞으로는 못 보겠구나... 마지막이구나.. 하는 느낌 말이죠.



몇개월 살다가 이사가고 몇개월 살다가 이사가는 순환배치..(물론 그 후로는 체류기간이 좀 바뀌었다는 것 같아요.)

처음 투입하면 깨끗하게 정돈하고 시설물도 보수하고(한마디로 열혈작업의 연속이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어느정도 살만하게 꾸며놓으면 한달 조금 더 걸릴까요? 그 다음부터 비오면 배수로작업, 제초작업, 이런저런 작업과 경계근무를 서다보면 시간도 어느정도 흘러가있고, 교대시기가 슬슬 나오기 시작합니다. 언제 철수라더라.. 좀 뒤로 밀렸다더라.. 휴가 가고 싶다.. 철수위로휴가는 어떻다더라.. 그렇게 철수를 하면 시설물은 많이 낡아있죠. 다음 부대가 또 정돈하고 꾸미고... 이게 반복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게 철수할때의 느낌은 좀 시원 섭섭합니다. 행군으로 철수하면서 계속 멀어져가는 소초를 힐끔힐끔 보게 되고.. 발걸음은 점점 가벼워집니다.

그렇게 대대 연병장에 도착하면 사단에서 나온 군악대가 사단가를 연주합니다. 그때의 느낌은 막 찌릿한게 전쟁에 나가보지는 않았지만 승리해서 돌아왔을 때의 느낌이랑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 느낌이 엊그제 같다는 겁니다.

그런데 벌써 철책을 지키러 올라왔지요. 그것도.... 하계GOP 섹터와 같은 곳... 컴백홈~! 이라고나 할까요?

굉장히 익숙한 그곳이었습니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편하긴 했지만 좀 아쉬운 점은 더욱 험한 섹터도 많았고.. 말로만 듣던 그 섹터들을 경험해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었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네요...


10년 전 일기장을 옮겨 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인생이 어둡고 싱거웠습니다. 저에게는 그때나 지금이나 빛과 소금이 필요한듯합니다.


2002년 9월 14일 토요일 192일 남음

GOP생활은 정신없게 시작되었다.

이쪽 지형은 익숙하고 기상은 늘 그렇듯이 @@스럽다.(지역명은 생략함, 물론 예전에 쓴 글을 읽어보시면 지역명이 언급되어있음)

경계근무 서는 것과는 많이 아니! 완전히 틀리지만... 빨리 이 생활이 안정되길 바랄 뿐이다.. 너무 이른 바램이겠지만.. 

오랜만에 나무관물대 쓰니까 불편하다. 작년 GOP때를 생각하자!

작년 이곳은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 많이 크게 해준 곳이었다.


2002년 9월 15일 일요일 191일 남음

GOP는 역시 주말 같지가 않다.


2002년 9월 17일 화요일 189일 남음

행정적인 GOP투입 첫째날.. 그럭저럭 시간이 흘러갔다.


2002년 9월 18일 수요일 188일 남음

그냥 한 것 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집에 오랜만에 전화도 하고..


2002년 9월 19일 목요일 187일 남음

오전에 자고

거의 하루가 그냥 갔다. 벌써 오늘도 끝이 보이는구나.. 그렇게 갔다.


2002년 9월 20일 금요일 186일 남음

야간상황근무.. 아마도 짜증은 계속되지 않을까?

참자!!


2002년 9월 23일 월요일 183일 남음

난 가끔씩 추억에 묻혀서 살때가 있다.

추억을 너무 떠올리는 것 같고.. 왜그러지? 

현실은 인정 못하는건가?

나중에는 그 시간들을 추억으로 인정할거면서.. 참 우습다..

며칠 있으면 나도 170대가 되는 구나.. 그렇게 하루하루 깎다 보면 집에 갈 날이 오겠지?


 


군대에서는 참 시간이 안갔는데 나이가 하나 둘 씩 늘어나니까 

시간처럼 빨리 지나가는게 없네요.

몸 쓰는 행정병이 전화받는 상황근무를 밤새도록 서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모양입니다.

일기장에 귀찮음이 많이 묻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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