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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10년전 군대이야기(2002년 9월 3일~2002년 9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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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라는 곳..

남자들은 그것이 본능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릴 때 부터 총을 가지고 논다거나 전쟁놀이 같은 것들을 하면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 같습니다.(요즘 아이들은   학원 다니느라 그런 추억이 없을지도..) 


저는 어릴 때 마을 아이들과 뒷산에서 나무 잘라서 오두막 같은 것들을 만들면서 '본부'를 만들었고 

가상의 적이 쳐들어 왔을때 대응하는 방법 같은 것들을 고민하면서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비비탄 총은 그 당시 비쌌기에 새총 정도나 만들었고 조그만 돌멩이들 주워서 마구 쏘아댔던 기억이 나는군요.

꼬마.. 어린이 그 시절에는 하루가 굉장히 길었던 것 같아요. 요즘에는 '지겨워.. 지겨워..' 몇 번 말하고 나면 퇴근시간이거든요.


아무튼 그 어린 시절에는 막연한 군인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휴전국가에서 북한 사람들을 긴 꼬리와 뿔 달릴 악마로 배운 저한테만 그럴 수 있겠지만 말이죠.


막상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부분의 남정네들은 군인이 됩니다.


저 역시 10년 전 이때 쯤 군인이었고요.

하루하루 별 볼일 없는 저에게 10년 전  군대 일기는 잠시나마 볼일 있는 시간을 줍니다.

일종의 타임머신(?)이라고나 할까요?


10년 전..  저는 그래도 지금보다는 하고 싶었던 것이 많았습니다.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훑어 보겠습니다.


2002년 9월 3일 화요일 군생활 203일 남음

더웠다..

땀이 났고..

하루종일 짜증났다.

과연 이 짜증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과연.. 이 끊이지 않는 부담감은... 정말 머리가 아프다!


2002년 9월 4일 수요일 군생활 202일 남음

오늘은 국군방송에서 <위문열차>라는 프로그램으로 사단 연병장에서하는 방송녹화에 참석했다.

서경석씨하고 벡터맨에서 버지니아 공주 역할했다는 여자가 진행자였고..

L.U.V , 진주, 엘리, 그외 다수..가 나왔다.

그냥 군생활에 추억거리라고나 할까?

난 빨리 소대로 복귀했으면 좋겠다.

물론 소대에 가도 짜증 많이 나겠지만...


2002년 9월 7일 토요일 군생활 199일 남음

피곤했다.FTX 전 소초를 다 돌았다.

그리고 지쳐버렸다.. 

^^이제 100대다!! 

인수인계 잘하고 좀만 더 참자!!


2002년 9월 8일 일요일 군생활 198일 남음

하루종일.. 날이 너무 좋아서 빨래하고.. 목욕하고.. 신발 말리고..

이런 여유로움도 며칠 남지 않았구나..

 GOP올라가면...

물론 내가 알고 있는 기억들은 소초에 있을 때 기억이니까..

GOP.. 멋지게 살자..!


2002년 9월 9일 

월요일.. 한주가 시작되었고..

오늘 하루 나도 모르게 지나가 버렸다.

오늘도 그냥 지나갔다..

사는게 앞으로도 이런식이라면 허무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곳에서는 별로.. 

예전에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를 봤을때 강제수용소에 갇혀있는데도 

그 속에서 아들에게 꿈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웠었다.

이 곳.. 그나마 괜찮은 곳일수도 있을거야..


고3시절... 그때도 하루하루 짜증나고 싫었었는데.. 

지나고 보면 아름다운 추억이니까.. 


지난 일기를 보니 정말 짜증이 많이 나는 하루하루 였던 것 같네요.

GOP투입한다니까 신경도 많이 쓰였던 것 같고..

제일 중요한 것은 인수인계를 할 때 책임을 져 줄 사람이 없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소대에서 곡괭이질이 그렇게 좋았던 저인데.. 갑자기 계원이 되었고.. 총,방독면 같은 물품을 관리하게 되었거든요.

점호 빠질 수 있는 것은 참 좋았지만 책임감이 커졌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장부와 실물을 비교하다보니 분실물들이 많이 발견되었는데.. 사수는 말년병장이고 제가 혼자 떠안고 가야된거지요..

이래저래 참 복잡했던  10년 전 이즈음이었습니다.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FM대로 가더라구요.

스트레스 받아도 전역일은 하루하루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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