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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수양록 2년 2개월

병영일기(수양록&새로운 일기장_2001.11.7~200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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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록 2001년 11월 7일
오늘은 로우 사격을 했다.
아무튼 66미리 로우를 봤는데, 탄이 비싼 관계로 축사탄이라는 걸 쐈다.
90미리 박격포, 팬저 토우(?), 201사격등.. 매일 소총 사격만 봐오던 나로서는 매우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 전역하기 전까지 그런 교육,실습 같은 것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다.
알고보면 군대도 배울 것이 많은 곳이다.. 군대에 있는 동안에는 전사가 되자!

새로운 일기장 2001년 11월 9일 금요일 흐림
아침부터 추위속에서 작업을 했는데 발 시렵고 손 시렵고 콧물 나오고..말이 아니었다.
사회는 그렇게 춥진 않겠지?
이곳의 경치를 표현하자면.. 웅장하다고 해야 하나?
구름도 넓고 두껍고..크고.. 산도 높고 험하고 많고..
바람도 세게 불고..
이 동네는 몸은 힘들지만 멋있다!

오늘은 편지를 두통인가 세통쓰고 전화 두통했음


수양록 2001년 11월 10일
음.. 내일이 빼빼로 데이
시간은 그럭저럭 가는구나.. 수양록을 보니 정말 전입한 것이 엊그제 같다.
사는 것이 원래 다 그런거겠지?
GOP철수가 엊그제 같다. 그런데 거의 한달이 다 되었다.
저축 많이 해서 나를 위해 투자하자!
난 손발 시려운게 제일 싫다..
친척 형이 암이라는데.. 회복했으면 좋겠지만... 분위기가 안좋다.

새로운 일기장 2001년 11월 10일 토요일 맑음
주간(위병소) 근무 초번초..
역시 새벽은 춥다 이것저것 껴입고.. 부사수와 이 얘기 저 얘기 하면서 시간도 빨리 가는 것 같았고
오후에는 날이 너무 좋아서 눈이 부셨다.
이런 날씨면 지낼만 할텐데.. 11월도 벌써 3분의 1이 지나갔고 금방금방 시간이 지나가는 것 같다.
얼어죽지만 않으면 되는데..
근무 끝나고 전화를 걸었는데 받는 사람 한 사람도 없고 오직 식구만이.. 역시 가족이 더 좋다!

친척형이 암이라는데..걱정된다.. 살아야만 하는데..

새로운일기장 2001년 11월 11일 일요일 흐림
오늘은 일요일
다른 명칭으로는 빼빼로데이지..
사회에서는 연인들끼리 빼빼로 엄청사서 서로 선물하고 그랬겠지?
난 오늘 엄청 잤다.. 계속 잤다.. 전화도 잠깐 하고.. 그런데 집을 제외하고는 전화 걸 곳이 없다..
그래서 잤다.. 잡지도 좀 보고.. 책 읽고 싶다..
이러다가 담배 다시 피우는게 아닐싸? 편지도 쓸 만큼 써서 쓸 사람도 없고..
공부하고 싶지만 공부할 짬밥도 아니고..
눈치봐서 책이나 읽어야 겠다.. 그림공부나 할까?

11월 12일 월요일 맑음 D-496
오늘은 정비한 날..
오전에는 바늘로 총 구석구석 닦고 아니 쑤셔댔고..
오후에는 방독면 피 하고 아니 방독면 피 빨고.. 방독면 및 부수기재를 내렸다... 그리고 전투화 꽤매고..
밥 세끼 먹고 매점가서 군것질 하니까 하루가 그럭저럭 갔다...
시간은 그렇게 갔다. 나에게는 아마도 이 곳에 있는 이 시간들이 빨리 갔으면 하는 시간이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늦게... 아니 멈춰졌으면 하는 시간일 것이다..
세상은 왜..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는 없는 것일까?  @@형! 힘내라! 꼭 살아야 해!

11월 14일 수요일 새벽..
야간 통문 근무를 마치고.. 새벽이라서 그런지 춥다.. 발도 차갑고.. 콧물도 나오고.. 세상에 아픈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기적인지 모르겠지만 내 주위에는 정말.. 아픈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제발..

11월 15일 목요일 새벽 D-493 경력:298일
오늘도 아니 어제는 작업으로 하루를 마감했고 오늘은 야간통문 근무로 하루를 시작했다.
일일 부사수와 근무식량을 먹고 당구 한 게임 쳤는데 30인 내가 이겼다.. 당구 재미있다^^
오늘도 이렇게 시작했다.

11월 16일 금 D-492
오늘 적투력 측정했다. 사격..체력...

11월 17일 토요일 D-491
오전에 작업하고.. 오후에 오랜만에 전투복 빨고.. @@한테 전화하고..
누나한테 전화하고 요즘은 좀 재미가 없다..
물론 군생활을 재미로 하는 건 아니겠지만.. 요즘은... 그렇다.. 전화 걸 곳도 없고.. 편지 쓸 곳도 없고..
그냥 허송세월하는 것이 싫다.. 독서나 해야겠다...
빨리 무사전역해서 낭만있고 멋있게 살고 싶다..
물론 인생이 뜻대로 쉽진 않겠지만.. 지금 여기보다는 낫겠지?
내일은 오늘보다 낫겠지! 점점 좋아질거야.. 조바심 갖지 말고...

11월 18일 일요일 D-490
일요일.. 아침먹고 점심먹고 자고.. 저녁먹고..집에 전화하고 그냥 그렇게 시간갔다..
오른쪽 다리가 뻐근하게 아프다..
집에는 그래도 괜찮은데 다른 친구들한테는 전화하고 싶어도 미안해서 못하겠다.. 그놈의 수신자 부담전화라서..
공중전화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11월 19일 월요일 D-489
오늘 새벽부터 유성우라고 별똥별이 엄청 떨어지는 것을 봤는데 기분이 참 묘했다.
아마 우리 동네에서는 보지 못했던.. 아니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광경이었을 것이다...
식구건강을 빌고.. 이것저것 떨어지는 별을 보고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혼자 보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2011년 12월 덧붙임..
일기라는 것의 매력이 있습니다.
흔적을 남기는 일종의 메모이자..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놓은 파일같습니다.
클릭하는 순간 그 당시의 사진이나 동영상이 재생되는 듯한...
그 시절 어렴풋한 기억들이 조합되면서 하나의 그림이 떠오릅니다.
GOP에서 철수하고 새로운 후방부대로 철수했었습니다.
후방이라는 것이 전방보다 지도상 뒤에 있었지만 해발고도는 전방보다 더 높은 곳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훈련때 짱박히는 산 꼭대기에서 전방을 보면 근무했었던 섹터가 멀리 보였습니다.
날씨 좀 좋은 날에는 어렴풋이 대북방송도 바람결에 들리곤 했습니다.
소대끼리 생활하다가 중대가 모였으니 반가운 사람들도 있고... 어색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GOP투입 한달 정도 전에 FEBA에 전입왔었기에 선임병들을 알리가 없었습니다.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었고.. 솔직히 군대 가기 전에는.. 군인아저씨! 라는 이미지가 컸었고.. 자대에 가면서... 아~ 아저씨가 아니라 군인 형 군인친구 군인동생 정도 되는 구나... 물론 상사나 원사 되시는 분은... 군인 삼촌(?)정도의 나이를 갖고 계셨고요.  그렇게 후방에 와서는 중대규모로 같이 살았기에 사람에 치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원래 일이 힘든게 아니라 사람이 힘들게 하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후방 같지 않은 후방에서의 군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리얼버라이터만큼 재미있는 군생활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
남들만큼 허세나 허풍이 심해서 재미있게 꾸밀지는 모르지만.. 군대에 가지 않은 분들에게는 그냥 한번 쭉 보시면 나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솔직히 이 군생활 일기 다 읽는데 2년은 안걸리거든요...
그만큼 군생활 금방 지나갑니다..  이런 군생활도 있었구나.. 하는 글이라고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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