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었던 영화
모방송사에서 지적인 모습과 진정성 있는 목소리로 그것을 알려주던 진행자였던 시절이 있었던 문성근 배우
어느순간부터는 정치적인 메시지가 강한 영화 속에서 나쁜 역할은 다 맡아서 하던 그 배우는
요즘에도 드라마에 나오면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이 드라마 인사이더는 도박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였다. 도박기술을 전수 받는 부분에서는 예전 영화 타짜가 생각이 났었고 긴장감있게 돌아가는 이야기가 꽤 재미있어서 계속 보고 있는 중인데 갑자기 문성근 배우가 나왔다. 본인의 목소리까지 변형하면서 나오는 모습이 참 잘 어울렸었다.
악역을 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그의 모습은 그냥 처음부터 악역으로 시작했던 것 같은 착각도 할 정도였다.
단지 드라마 인사이더에서 연기하는 문성근 배우만을 아는 사람이라면
문성근 배우는 비열하고 못되먹은 이미지로 남을 것 같다.
(문성근 배우가 나왔던 드라마나 영화를 다 챙겨보지 못하고 띄엄띄엄 본 나의 착각일 가능성 높지만...)
물론 드라마 <인사이더>전개상 문성근 배우가 맡은 도원봉은 주인공인 김요한의 큰 조력자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굉장한 어둠의 권력자로 보인다.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얄밉고 얍삽해보이던 판사역을 맡았던 그를 보면서 국민욕받이가 되고 싶은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어쨌든 그 영화속 문성근 배우가 얄미웠던 것은 그렇지 않은 그의 모습... 아니 이미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악랄해 보이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 (예를 들어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 할 때는 세상에서 제일 정의로운 사람으로 보였었다)
오랜만에 인사이더에서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소자로 등장한 그를 봐서 그런지
문성근 배우의 옛영화인 <101번째 프로포즈,1993>를 찾아 보게 되었다.
영화 <101번째 프로포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에서
아래 링크 참고.
30년이 넘은 영화였기 때문에 당시 영화는 어떤 반응이었을까 궁금해서 조선일보의 옛기사 검색 서비스를 이용해서 찾아봤다.
조선뉴스라이브러리
1993년 6월 18일 기사 '101번째 프로포즈 화엄경 방화2편 여름극장가 노크'
기사를 보면 당시 일본 후지TV 미니시리즈를 각색했다고 한다.
39세의 만년대리 구영섭(문성근)과 사랑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첼리스트 한지원(김희애)의 사랑이야기다.
당시의 시대에서도 조금 납득이 가질 않는 이야기였다고 하고.. 영화사와 극장사이의 충돌도 좀 있었다고 한다.
IMF이전의 시대라서 그랬을까? 영화 속 사람들은 구김도 덜해 보였는데
1993년 그 시절 영화를 본 사람들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특별하지 않은 모습이었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순진한 영섭의 지원에 대한 서툰 사랑표현은 조금 답답하기도 했고
뜬금없이 직장상사와 지원과 연결되는 부분은 짜증도 났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영화 속 영섭의 인생도 보는 내내 답답했었지만
그래도 영화 속 주인공이니까 잘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영화를 봤다.
1990년대 그 시절에도 영화 속 이야기는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워 보일 정도로 동화같은 분위기였었다.
과거나 현재나 저런환경의 남자가 저런환경의 여자와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마음이 팍팍한 나로써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혹시나 저런 상황에서 저렇게 서로 이어진다면... 나는 그것을 인연 혹은 운명이라고 말하고 싶다.
순진+순수+맑은 사람인 영섭 역할을 문성근 배우가 쑥쓰러워하고 답답한 모습으로 어눌하게 연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요즘 그가 자주 연기하는 인물들하고는 거리가 많이 느껴졌다.
그래서 혹시 내가 알고 있는 최근의 문성근 배우의 이미지가 제대로 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고
공교롭게도 지금의 드라마 <인사이더>처럼
강하늘 배우와 함께 했던 작품
<기억의 밤,2017>이 있었다.
이 <기억의 밤>에서 문성근 배우는 전직경찰출신의 최면술사(?) 역할을 맡았다.
예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진행을 맡았을 때의 분위기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부러진 화살>에서 느낀 그 얍삽함은 아니었지만...
영화<101번째 프로포즈>의 영섭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세상의 풍파를 겪고 강해진 모습이라고 할까?
30여년에는 세상 제일 착하고 순진하고 순수하고 맑았던 열정적인 배우가
그 30여년의 세월 속에 비열해진 것 같고 세상 나쁜 것은 다 가지고 있을 거 같은 배우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배우의 본모습은 아니었겠지 싶지만
배역이 아닌 배우의 이미지에 영향을 받아서일까...
순수함과는 거리가 배역을 맡아서 연기하는 문성근 배우의 현재 모습을 보다가
30여년전 나이에 비해서 너무 맑은 영혼을 연기하는 모습이 많이 어색했다.
하지만 만약에 30여년 전 이 영화를 30여년전인 그 시절에 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시간의 차이를 많이 두고 어느 배우의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영화를 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는 것 같다.
괜히 반갑고... 나이듦에 안타깝기도 하고 성장했음에 자랑스럽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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