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NTENTS/삶은 영화

영화 귀로(1967) 짧은 감상

반응형

요즘에는 볼 것이 너무 많이 있어서 무엇을 먼저 봐야 할지 모르겠다. 

세상에 볼 것이 너무 많아서 조바심이 났던건지 영상을 볼때 재생속도를 조금 빠르게 해놓고 볼 때도 많다. 

기다림의 미학을 잊은지 오래인지 천천히 봐야 할 부분도 방향키를 눌러서 시간을 건너뛰기도 한다. 

저부분은 넘겨도 된다고 합리화시키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영화나 드라마... 그 이야기를 만든 사람은 분명 저 장면을 넣은 이유가 있는데 나는 그 마음을 무시한채

시간을 내 마음대로 하려고 노력을 한다. 

 

그렇게 시간에 대한 생각이 조금 많아 질 때 나는 습관적으로 유튜브 <한국고전영화>채널을 찾게 된다. 

고전영화를 볼 때 마다 느끼는 것은 꼭 내가 시간여행자가 된 어설픈 착각이 든다는 것이다. 

몇 수십년이 지난 미래에서 영화 속 현재로 시간여행을 온 그런 기분으로 영화를 시작하게 된다. 

 

오늘 본 한국고전영화는 <귀로,1967>였다. 

 

공개시간이 정해진 영상이어서 더욱 기대가 되었지만 결국 공개시간에 맞춰서 보지는 못했다.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에 나와 있는 영화에 대한 정보는 

 

 

KMDb -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www.kmdb.or.kr

 

 

영화의 줄거리는 

최동우(김진규)는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부상을 당한 뒤 하반신 마비로 인해 성불구가 된다. 그는 소설가가 되어 자신의 부부 관계를 모티프로 한 소설을 신문에 연재하고 있다. 2층 방의 침대에 누워서 매일 아침 약사발을 들고 계단을 올라오는 아내(문정숙)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그는 14년의 결혼 생활 동안 남편 구실을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사로잡혀 있다. 아내는 남편 앞에서 그것이 자신의 선택이었음을 강조하지만, 무감한 체하는 아내의 반응은 그를 더욱 절망스럽게 한다. 지연은 몸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서 가끔씩 원고를 전달하러 서울의 신문사에 다녀온다. 집을 떠나 도시의 이곳저곳을 방문하는 그 시간은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인내하며 살아가는 지연이 잠깐이나마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신문사에 갓 입사한 강 기자(김정철)는 이런 지연에게 호감을 가지고 접근한다. 어느 날 기차를 놓친 지연은 강 기자와 데이트를 하게 되고, 최동우는 우연히 이 광경을 본 여동생(전계현)으로부터 이 사실을 전해 듣는다. 하지만 아내와 헤어질 용기가 없는 그는 직접적으로 내색하지 못한 채 소설 속 여주인공의 행동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부부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상황 속에서 강 기자는 지연에게 남편과 헤어지고 자신과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55년 전 제작된 영화를 보면 서울역이 나온다. 

지금은 문화역서울284라고 불리어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쓰이고 있지만 오래전 방송이나 영화에서 보면 자주 등장하는 장소이다.

 

그 서울역은 많은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희망을 품고 서울이란 곳에 내려서 처음 마주하는 곳이었다. 

지금도 그 공간은 옛스러우면서 동양적이기 보다는 서양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곳인데 과거에 그곳을 찾았던 사람들은 

요즘 경험으로 치면 테마파크의 입구에서 느끼는 그런 흥분감을 가지지 않았을까 생각을 한다. 

하지만 서울역을 나서서 서울이란 땅을 밟았을 때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을 거라 짐작이 된다. 

예전 영화에서 나오는 서울역은 아마도 그런 곳이 아니었나 싶다.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장소...

 

영화 <귀로>에서도 서울역이 나오는데 

극중 동우의 부인인 지연에게는 서울에 있는 신문사에 원고를 전달하러 오는 그 시간이 현실과 이상을 구분지어주는 장소가 서울역이 아니었나 싶다. 

극중 결혼생활을 14년동안 했고 한국전쟁이 1953년에 휴전했으니 영화가 제작,개봉되었던 1967년이란 시간은 꽤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2022년에는 조금 생소한 이야기였지만 당시 1967년에는 비슷한 경우도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여성에게 순종을 강요하는 것이 당연시 여기던 그 시절이었을텐데

동우는 자신의 부족함에 지연이 강기자에게 흔들리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자신을 떠나라고 소설 속에 돌려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동우의 좌절감과 지연에 대한 사랑을 충분히 공감 할 수 있었고 그런 상황은 그때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까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서 인상깊었던 것이 있다면 

사람 말을 아주 잘 듣는 개가 한마리 나온다는 것이다. 

지연을 잘 따르던 개였는데 요즘에는 영화에 출연하는 동물도 있고 훈련시키는 사람도 있지만 과연 그 시절에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그 개는 영화속에서 동우에게 죽임을 당하는데 

다리가 불편해서 활동이 불편했던 동우는 어쩌면 지연의 말을 잘 듣는 개와 자신을 동일시 하지 않았나 싶다. 

 

영화 <귀로>는 결국 지연이 죽음으로 마무리 지어진다. 

강기자와 떠날거라 생각을 했지만 당시의 정서상 이혼이나 불륜과 같은 것은 지금의 시대보다 더 엄격했을거라 생각이 든다. 

지연은 자신의 잘못을 죽음으로 용서를 받으려 했던건지... 영화는 조금 충격적으로 끝을 맺는다. 

 

유쾌하지 않았던 영화였는데 

그 당시의 한국 아니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다.

 

이만희 감독님의 영화들이 분위기가 좀 우울한 느낌이 드는데 

2022.01.04 - [CONTENTS/삶은 영화] - 영화 휴일(1968)_어느 일요일.. 굉장히 피곤하고 암울한 청춘 이야기

 

영화 휴일(1968)_어느 일요일.. 굉장히 피곤하고 암울한 청춘 이야기

나는 일요일에 무엇을 할까? 보통 월요일을 준비한다는 핑계로 특별한 일을 만들지 않고 있다. 이 영화 휴일(1968)은 어느 일요일 청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줄거리를 적는게 복잡하

lifehotstory.tistory.com

예전에 봤던 영화 휴일 역시 사람 지치게 만들었던 영화였다.

 

탕웨이 배우와 현빈배우가 나오는 만추는 봤지만 아직 이만희 감독님의 만추를 못 본게 너무 아쉽지만...

만추 역시... 우울하고 힘 빠지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이만희 감독님의 작품 세계를 보고 싶다면 <귀로> 역시 꼼꼼히 봐야 할 것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