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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기억과 추억

그냥 그 자리에 있어줬으면 하는 것에 대해서...개그맨 김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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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반복되는 일상에서 반복되는 모습들이 있었습니다.  몇시에 나가면 그 사람이 있고 어느정도 그 시간에 지나가면 어떤 사람이 앉아서 신문을 읽고 있고 어디쯤 오면 그 사람이 산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런 잠깐의 순간들이 사람들 각자의 인생의 교차점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요.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것이 반복이 되다보면 자연스럽게 낯설어지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어느순간 여러 반복점들 중 어느 한 점이 빠지게 되면 굉장히 서운하기도 하고 걱정 되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런 까닭은 제 인생 아니 제 일상이 굉장히 단순하고 변화없고 재미없게 돌아가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제 주변에서 반복되는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제가 어떻게 할 힘도 없기 때문에 그 작은 변화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렇게 반복점들 중 한개가 빠진 것에 익숙해지고 있을 때 쯤 빠져있던 반복점이 다시 돌아왔을 때는 왠지 반갑고 별일 없었던 것 같아 다행이라면 살짝 기뻐하게 됩니다.

제 평일에 반복되는 반복점들 중 제가 알아차리고 챙겨서 지켜보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들르는 흡연구역에서 담배 혹은 천원짜리 한장을 달라고 하는 아저씨, 키가 유난히 작고 몸이 조금 불편하지만 열심히 어디론가 출근하는 아가씨, 산책을 하는 건지 열심히 걷기 운동을 하는 젊은친구, 에스컬레이터 근처에 앉아서 신문을 열심히 보는 어르신과 같은 반복점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일터로 나가는 과정에서 보게 되는 분들인데 그냥 비슷한 장소 비슷한 시간에 보게 되는 분들입니다. 어쩌면 그 분들에게도 제가 일상의 반복점들 중 하나로 존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반복되는 무언가는 물체던지 경험이라던지 사람이라던지 많은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다 일 때문에 대학로를 가게 될 때가 있는데 그곳에서는 한때 들르면 꼭 반복시킨 것 중 하나가 학림다방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는 거였습니다. 학림다방에서 사 마시는 것은 아니고 길 건너 아르코예술극장에 있는 학림다방 분점에서 마시는 시간을 반복시키는 것은 저에게 있어서 꽤 괜찮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반복시키고 싶었던 제 의지였었습니다. 어찌보면 의도한 반복점이었던 겁니다.

포털사이트 다음 인물검색결과캡쳐

하지만 제 의지와 상관없이 반복되는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어릴 때 텔레비전에서 몇번 봤던 연예인이 하얀뿔테 안경을 쓰고 쉰 목소리로 열심히 노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 사람은 텔레비전에서 몇번 본 사람이 맞았습니다. 어느날에는 꽤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재미있는 모습이 보여지기도 했습니다. 사람들도 좋아하고 즐거워보였습니다. 또 어떤날은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어느날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혼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번인지 모르지만 그 자리에서 그렇게 그 사람은 거기에 있었습니다. 대학로를 가는 순간에 반복되던 반복점이었습니다.

얼마전 인터넷에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대학로에 거리 공연을 하던 개그맨 김철민씨가 암 투병 중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사실 그 분과 저는 말 한마디 나누어 본 적 없는 그런 사이입니다. 그냥 대학로에 갔다가 몇번 봤던 분이었죠. 그 분은 엄청 많은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주었기 때문에 저란 사람이 공연하는 것을 봤다는 것 조차 모를겁니다. 하지만 몇번 되지는 않지만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혼자 열심히 노래를 하거나 비가 내리는데도 열심히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본 기억들은 괜히 그 분이 제 일상에 더 가깝게 느껴지게 만드는 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돈이 안되는 거리공연을 오랫동안 이어오면서 돈벌이는 잘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실 저도 거리에서 공연을 즐기다가도 사람들 앞에 악기 케이스에 얼마의 돈이 들어가 있는 모습을 보면 괜히 부담스러워서 자리를 뜨기도 했었습니다. 그 얼마의 돈이 아까웠습니다. 굉장히 이기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인데.... 그리고 불우이웃을 돕는 공연이라고 하는데... 저는 아직 덜 된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아직 기부 혹은 봉사에는 어색하고 어렵습니다.

언젠가 대학로에 다시 가는 날이 오게 된다면 저는 마로니에 공원을 천천히 둘러보게 될 것 같습니다. 아르코예술극장 앞에 흔적을 아니 기억을 찾을 것 같습니다. 항상 당연하게 생각했던 그 흔적과 기억 아니 지극히 당연한 모습을 말입니다.

김철민님이 항상 그자리에서 있어주셨던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다 갔었던 저한테도 그런 큰 울림의 흔적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대학로에 자주 가셨던 분들에게는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사람이 누군가에게 울림을 주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당신의 울림은 대학로에 갈때마다 느낄 수 있을겁니다.  

지금도 홀로 싸우고 계실 김철민님 우리 얼굴한번 가까이 보지 않았고 인사한번 나눠본적 없지만 당신은 대학로에 갔었던 순간순간 좋은 기억과 추억 낭만을 남겨주셨었습니다.  그 감사함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께 드릴 힘은 없지만 고마움 감사함은 말씀드려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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