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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기억과 추억

간첩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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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MBC창사 5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타임>에서 류승완 감독이 간첩을 찾아 나서는 메이킹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마지막 자막 올라갈 때 흐르던 <간첩송> 술 마시고 취해서 동무동무 하는 사람, 신발에 진흙 묻은 사람, 북한 방송 듣는 사람... 그런 사람들
지체없이 113으로 전화 걸어라~ 이런 가사였다.
오늘은 문화일보 기사 중에 2012년 아날로그 지상파 텔레비젼 방송이 중단 되면 북한 주민들이 한국 방송을 못 보는 것을 걱정하는 기사를 봤다.
북한에서 남한 방송 듣는 것....
남한에서 북한 방송 듣는 것...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간첩....  간첩 잡으면 포상금... 이런 생각으로 나름 이른 아침에 돌아다니는 이슬에 젖고 신발이 지저분한 사람을 살펴봤던 어린시절이 기억났었다.
그리고 9살때로 기억이 나는데...
안양에 사시는 이모댁에 갔을 때 텔레비젼에서 북한방송이 나오는 걸 보고 굉장한 충격에 사로잡혔던 기억까지 떠올랐다.

너무 신기했었다.
북한방송... 그것은 어릴 때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여행책 같은 신선함을 주었다.
그리고 불법... 하지말라는 것을 하면 더 야릇한 흥분감과 성취감 같은 것도 주었었다.
이모댁에서 리모콘을 처음 만지는 9살 녀석이 이것저것 눌러보면서 북한방송을 보려했지만...
리모콘을 처음 만져보는 그리고 뺀찌로 채널 돌리는 로타리식 텔레비젼만 써봤던 내공으로는 절대 북한 방송을 못 봤다... 그 이후로도...쭈욱...

그래도 나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것은 KBS에서 일주일에 한번 보여주는 <남북의 창>
이 프로그램은 유일하게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 두 개 중 하나가 되었다.
<남북의 창> 그리고 아침일찍 나왔던 동전속에서 헤엄치던 오리 캐릭터가 등장하던 <만화세상(?)>
 
아직도 우리집엔 전축이 없다.
집에 전축이 있고 LP판이 있고 VTR같은거 있으면 정말 잘 사는 집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우리집에 그런게 없다.
세상이 좋아져서 그런게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라지만...
우리집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좀 없는게 많다.

그 어린시절 나의 감수성이 제일 예민했었던 9살에 드디어!!
더블데크 라디오가 생겼다.
레코드점에서 공테이프에 이것저것 복사해서 팔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들을 공테이프로 녹음해서 나만의 앨범을 만들던 그 시절이었다.
녹음 중 일시정지 버튼을 잘 눌러야 자연스럽게 녹음되어지고...
노래가 흘러 나오는 중에 진행자가 멘트라도 치면...정말 욕나오던 그 시절이었다.
불법 녹음을 하는 걸 알기에 일부러 진행자가 중간에 툭~! 멘트를 쳤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요즘들어 느끼는건 음악다방에서 진행하던 방식이 남아있었던 시절이었던 것도 같다.

아무튼. 그렇게 9살에 내 취미가 라디오 듣기였었다.
주파수를 맞추려면 다이얼방식이었기에... 예민한 손놀림이 필요했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AM, FM 주파수를 이리 저리 돌려가면서 라디오를 듣던 찰라!
아니!! 이럴수가!! 남북의 창 이런데에서 보고 들었던 북한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혼자서 대단한 발견을 한 것처럼!
혼자만의  대단한 비밀이 하나 생겼다.

북한방송청취!
<간첩송> 가사 처럼 북한방송 청취하는 사람을 113으로 신고해서 간첩인지 확인해보자고 한 것 처럼 
내가 신고당해서 잡혀 들어갔다면...
아마도 신문 1면에 등장하지 않았을까 싶다.
<9살 간첩> 뭐 이런식으로 

그렇게 라디오 주파수를 알아내고 한동안 북한방송을 들었던 것 같다.
다락방과 같은 집 구석에 짱박힌채 말이다.

잊고 살았던 북한 방송... 
갑자기 다큐멘터리랑 신문기사에서 떠오르게 한다. 
어릴 때에는 참 아무것도 아닌거에 흥분하고 신났던 것 같다.

정말 오랜만에 몇십년만에 라디오 주파수 한번 검색해봐야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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