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나는 그 누군가의 빅팬(BIG FAN)이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노래방에 가서 심취해서 가사를 안보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곳은 애국가 정도 될까 싶다.
관심이 있는 척 하지만 나는 별로 큰 관심이 없이 살아오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라디오를 듣는 것을 1988년부터 좋아했지만
<고스트라디오>를 들었던 적은 없었다.
나는 그저 <별이 빛나는 밤에>나 <지금은 라디오쇼>나 <싱글벙글쇼> 이런 라디오 프로그램을 좋아했을 뿐이었다.
대학가요제 <무한궤도>는 기억에 남는다.
그 시절 볼게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시절에는 강변가요제나 대학가요제와 같은 빅이벤트가 제일 큰 관심사일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나는 뭐 신해철이라는 가수를 엄청나게 좋아하지는 않았었다.
나는 그저 무난하게 <그대에게> 정도 들으면 괜히 좋아했었고
<날아라 병아리> 이런 노래는 대학시절 동기들과 노래방에서 자주 듣던 곡 정도라는 기억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나의 귀차니즘 때문이었을까?
지금은 고장나서 분해되어 버린 아이리버MP3에는 저장 할 당시에는 최신곡이었겠지만
거의 10년 정도 플레이리스트 변동 없이 듣던 그 MP3플레이어에는 신해철의 노래가 몇 곡 있었다.
앞서 말했던 <그대에게>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일상으로의 초대>가 기억에 남는다.
비루하고 재미없던 그리고 외롭기만 한 그때나 지금이나 나에게 그마나 잠깐이나마 힘이 되어 주는 노래는
<일상으로의 초대>였던 것 같다.
10년 훨씬 전인
2014년 10월 27일 신해철이라는 가수는 세상을 떠났다.
믿겨지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원래 갑작스런 떠남은 믿겨지지 않는게 당연했다.
어쩌다 나는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신해철의 장례식을 지켜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취재진들은 장례식장 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의 할일이 그런거였겠지만 조금은 너무 과해보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갑작스러운 떠남으로 황망하고 쓸쓸할 수 있었던 그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 줬을 수 있겠다 싶다.
어쨌든 신해철을 사랑하는 팬들은 줄을 서서 조문을 하고 있었다.
조문을 하기 위한 사람들의 줄을 끊이지 않았었다.
줄을 지어 장례식장에 들어가서 조문을 하는 조문객들
그 줄에 서 있는 나 역시 마음이 가볍지 않았었다.
앞에 있는 사람이나 뒤에 있는 사람이나
우리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서로 말을 섞지 않았지만
같은 마음으로 슬픔을 각자의 마음에서 소화시키고 있었다.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영정 사진은 굉장히 멋있는 모습의 사진이었던 것 같다.
장례시장에 울려 퍼지고 있었던 곳은 <민물장어의 꿈>이었다.
순서대로
4명인가 5명인가 일행처럼 줄 맞춰서 애도를 하고 장례식장을 빠져나오는 것이 반복되고 있었다.
나도 잘모르는 몇명과 함께 고인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서로 그 슬픔을 공유하지는 않았지만
어지간히 슬프구나 싶었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더라면
더 많이 슬펐겠지?
더 잊기 어려웠겠지?
하지만 세상에 없음을 더 잘... 인정할 수 있겠지? 싶었다.
개인적인 친분도 없는 나는
그 슬픔도 금방 지나간 것 같다.
세상에 없다는 것을 믿기 어려웠었다.
나는 그저 하루가 너무 힘이 들면 <일상으로의 초대>를 들으면서 힘을 낼 뿐이었다.
그 언젠가 아마도 신해철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지금은 하지 않는 어떤 SNS 에 짧게나마 나의 슬픔을 적었던 그 즈음
신해철이라는 사람과의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과의 말싸움을 하게 되었던 그 시간은
나에게 꽤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 저 사람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다른 토론자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을 공격하는게 그들의 상식이었나 보다.
보수냐 진보냐....
이런 문제를 떠들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저...
88년도 대학가요제에서 흘러나왔던 그 신나는 노래부터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나의 공허한 일상에서 누군가를 초대하고 싶은 마음을 꽤 많이 공감하게 만드는 그 노래를
여전히 듣고 있는 나에게..
신해철 이라는 아티스트의 부재는
많이 허전하고 아프다는 생각 뿐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세속적인 기념일 같지 않은 기념일로 치면 10년이란 시간은 더욱 기념해야 할 시간일지 모르겠다.
나중에 10년이 지나면
이 공허함이 채워질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신해철 그는 10년 후에도 그 공허함이 비어있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10년 후에는 신해철 그의 노래는 그를 모르는 사람의 공허함을 채워주고 위로해주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세대를 많이 넘어가면 좋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의 후배들에게 그의 역할을 양보하면 좋겠다.
신해철 형님
우리 얼굴도 서로 모르고 인사도 하지 않았지만
당신의 노래로 잘 버티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나는 당신의 노래로 위로 받지 않는 때가 오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로만 하는 당신은 언젠가 잘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쉴 때도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언제가 끝일지는 모르겠지만 신세 좀 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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