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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일상..

2023년 3월 나무심으면서 들었던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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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영장

 

나는 사람이다. 

어느 교과서에서 배운지 기억은 나질 않지만 

인간의 만물의 영장이라고 배웠다. 

 

나는 과연 만물의 영장일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항상 느끼는 생각이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나도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봄에 푸르른 새싹이 돋고 여름에 제일 풍성해지고 가을에 여물고

겨울에는 죽은듯 보이는 자연 풍경들은

봄이 되면 죽은 것 같았던 앙상하고 마른 가지에서 새싹이 나오고

다시 푸르러 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은 자연보다 강한 만물의 영장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람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되면 사회적인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되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언젠가 죽는 그 순간까지 노화가 진행되는데 

주변에 이름모를 풀과 나무들은 그들에게 어떤 사실이 있는지 모르지만 얼핏 보기에는 계속 자라나고 영생하는 것 처럼 보인다. 

 

 

톱질

 

 산에 있는 나무들은 언제부턴가 거기에 있었고 이름모를 풀들도 거기에 있었다. 

 

어릴때 무슨 이유였는지 모르겠지만 동네 친구들과 산에서 많이 놀았던 것 같다. 

어느분의 산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산소근처에서 미끄럼 타고 놀았었고 

밤나무가 있으면 그 밤을 털어서 까먹는 재미로 산근처에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조금 머리가 컸을 때는 친구들과 아지트 같은 것을 만든다면서 

만만한 나무들을 잘라서 이것저것 그럴싸하게 만들어 그 안에서 놀기도 했었다. 

 

 

최근에는 집 근처 나무들의 가지를 전지한다는 이유로 무자비하게 톱질을 했다.

얼마나 아플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가지를 잘랐는데 그 후로 볼때마다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웃자라게 하지않고 보기 좋게 키우기 위해 자른거라 생각하지만(순전히 사람 기준에서...)

나무에게는 자신의 가지를 잘라내던 사람들은 정말 못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자주는 아니지만 전지를 한다는 이유로 잘 자라나고 있는 나무의 가지를 쳐내고 있다. 

그래도 그 잘린 자리에서 또다른 가지들이 자라나기 시작하고

일상에 젖어서 쳇바퀴 돌듯 살다보면 

어느새 수많은 가지들과 나뭇잎이 그럴싸한 나무의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내 키를 넘어섰다는 이유로 전지를 한다면서 톱을 만지작 거릴 미래의 내가 존재할 것이다. 

 

나무(자연) VS 사람

 

전지를 할 때마다 나무는 인간보다 약한 것일까?

전지를 하지만 다시 자라나는 나무는 인간 보다 강한 것일까? 

시간이 흘러가면서 더 두꺼워지고 더 높게 자라나는 나무들을 보면 

사람은 나무(자연)보다 나약한 생명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봄이라서 잡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한살 더 먹고 한해를 잘 살아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일까? 

 

추운 겨울 동안 굳어 있던 몸과 마음이

사람보다 더 강하고 오래 사는 듯 보이는 나무들을 보면서 질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사람보다 더 오래 있을지 모르는 나무들

 

올해는 나무를 심기로 했다. 

감나무 2그루 

사과나무

무화과나무

청매실 나무

 

편백나무 6그루 

 

감나무를 심으신 어머니께서는 이 감나무에서 감 열린 것을 먹을 수 있겠냐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직접 따지 못하시더라도 맛 볼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사시라고 말씀드렸다.

감나무가 생각보다 쉽게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몇년 전에 심었던 감나무도 좀 크다가 죽어버린 적이 있었고...

이번에 심은 감나무들은 잘 자라서 감도 열리면 좋겠다. 

그리고 감이 열렸을 때 부모님들과 같이 나무를 사다 심었던 2023년 3월을 떠올리면서 맛보고 싶다. 

 

그 언젠가 감나무에 감이 열렸을때 감이 떫어도 달달할 것 같다. 

 

나무가 잘 커가는 모습을 같이 보고싶다...

그래서 그렇게 나무를 심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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