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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삶은 영화

영화 축제(1996)_제목과 포스터는 역설적이게도 슬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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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을 입고 환하게 웃는 모습...그리고 제목은 축제...

도저히 앞뒤가 맞지 않는 사진이다.

축제라니....

 

1996년에 개봉했다는 영화를 2021년 지금에서야 보게 되었다. 

상복을 입은 모습도 그렇고 제목도 재미없을 것 같던 그 영화는 특별히 보고 싶지도 봐야 할 이유도 없었다....

1996년 그 시절에 살았던 나는 말이다...

 

어쨌든 1996년보다 훨씬 미래인 2021년 현재는 

1996년의 나와 2021년의 나는 많은 차이가 생긴 것 같다.  

죽음이라는 것이 점점 낯설지 않는다는 것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1996년에 축제를 봤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장례식장에서의 그 어수선함과 난장판 같은 그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응답하라 1988을 1996년의 내가 봤을때와 2021년의 내가 봤을때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런지 그 차이점이 궁금한 것은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그때보다 나이가 더 들었고 

장례식장에서 직접적인 경험은 아니지만 가족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이들을 볼 기회가 어릴때보다 조금 더 많이 쌓이게됐다. 

그리고 1996년에 개봉했던 이 영화는 나를 관람객이자 조문객으로 그들의 장례식에 초대를 했다.

 

이 영화는 장례식 3일 동안에 벌어지는 이야기와 산사람이 기억하는 돌아가신 분에 대한 이야기가 적절하게 섞여서 이어진다. 

요즘에는 보기 어려운 집에서 진행하는 장례식의 모습은 장례식장과 화장에 익숙해진 요즘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낯선 모습들이다. 

 

내가 장례식장이 아닌 집에서 진행하는 장례식을 경험했던 것은 2000년 외할아버지 장례식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나는 영화에서 나오는 것 처럼 장례식의 절차의 순간순간은 솔직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런저런 잔심부름을 많이 했던 기억만 나는데 그 때 엄청난 슬픔이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영화에서 장례식 내내 왔다갔다 했던 수 많은 문상객 중 한명 처럼 나 역시 외할아버지의 장례식 삼일 동안 그 수 많았던 사람 중 한명이었을 것이다. 

 

구체적인 줄거리는....

역시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를 참고하는 것이 깔끔할 것 같다.  

https://www.kmdb.or.kr/db/kor/detail/movie/K/04830

 

KMDb -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 [출처 : KMDB]

www.kmdb.or.kr

 

원작자의 경험으로 만들어진 소설을 영화화 했다고 한다. 

 

요즘 같은 장례식에서 화장을 하는 시대에는 예전의 장례문화를 다큐멘터리 처럼 순서대로 기록한

의미있는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상상의 공간 같은 배경으로 할머니와 준섭(안성기 배우)의 가족이 늙어가고 죽어가는 것 태어나서 자라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들은 동화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문객들의 여러 모습들을 보면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모습들이었다.

(도박을 하거나, 술에 만취한다거나, 싸운다거나, 등등)

요즘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장례식장의 분위기 보다는

예전의 장례식은 정말 영화제목처럼 축제와 같은 느낌이라 느껴진다. 

당연히 그럴 것이 장소가 평소 생활하던 곳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생일이어도 마당에 음식을 내놓고 손님을 초대했고

누군가가 죽어도 마당에 음식을 내놓고 사람을 초대했을테니...

옷차림이나 마음가짐이 조금 다를 뿐 마당에 모여 앉아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별반 차이가 없었을거라 생각된다. 

 

마을에 살던 사람들은 좋은 일 나쁜 일 여러가지 일들이 있을때 서로 힘이 되어주었다고 한다. 

품앗이라는 조금 예쁜 말로 불리어지는 교환노동을 생활화 했었는데 꼭 일을 하는 것만이 아닌 어려울때 옆에 있어주고 위로해주는 것도 일종의 품앗이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도시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라 영화 속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겠다.

많은 양의 음식을 장만한다거나 조문객들을 챙기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보통일은 아니다.

특히 식구가 많지 않은 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영화 속 준섭의 가족은 대가족이었다. 그래서 이야기가 완벽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사공이 많은 배가 산으로 올라간 다는 옛말 처럼 

앞서 말했던 것 처럼  준섭의 식구들은 대가족이었다. 

흥이 나는 일로 몸과 마음이 바쁜게 아닌 슬픈 일로 몸과 마음이 바쁘다 보니 

가족들은 티격태격 가슴에 상처를 내면서 싸우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이 많아서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도 존재했다.

 

준섭(안성기 배우)의 조카인 용순(오정해 배우)은 가족들과 섞이지 못하는 존재였고 장례식 내내 겉돌고 구설수에 오르는 인물이었다. 

분명 가족이지만 가족 취급을 받지 못하는 남같은 존재 였던 그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켰고

자신의 방식대로 할머니의 죽음에 애도하고 있었다.

 

마지막에 가족들이 앉아서 단체 사진을 찍을 때

그녀는 문 밖에서 뻘줌하게 서있었고

준섭이 용순을 불렀을때는 기다렸다는 뛰어들어오다가 가족들 앞에서는 아닌 척 표정관리를 한다. 

그리고 사람들 옆  한쪽 구석으로 뻘쭘하게 자리를 잡으려고 한다.

그렇게 바깥으로 돌고 있는 용순을 다른 가족이 가운데 자리로 오라고 한다. 

 

그리고 심각한 표정으로 사진 찍힐 준비를 하는 그들에게 "무슨 초상났냐?"라는 상황에 맞지 않는 말로 유가족을 웃기는 그 모습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웃게 만들어줬다. 

초상난 집 맞는데....

그렇게 영화는 이상한 영화의 제목처럼 상복을 입은채 활짝 웃으면서 끝이 난다....

 

가족의 구심점이었던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고 다음 세상을 기원하는 장례식을 치루면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가족으로써 끈끈한 정을 느끼는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산사람은 살아야하니까...그렇게 먹고 웃고 일어나야 하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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