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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삶은 영화

영화 도시로 간 처녀(1981)_그들이 행복하게 2021년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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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여유있는 주말 

무언가를 하기에는 어중간한 일요일 오후 3시에서 4시 즈음

역시 그 시간에는 영화를 보는 것이 탁월한 선택이다. 

 

오랜만에 유투브 한국고전영화 채널을 찾아 본다. 

한동안 고전영화들에 푹 빠져서 이 영화 저 영화를 보다가 출연진이나 영화 내용이 많이 뒤섞였던 까닭에 

잠시 찾지 않았던 그 채널이었다. 

 

부담없이 무료로 영화 한편을 감상 할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기 때문에 

짠돌이한테는 좋은 장소였던 그 채널...

어쨌든 업데이트가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직 못 본 영화들이 많은 그곳에서 

선택 된 영화는 김수용 감독의 <도시로 간 처녀>였다. 

 

김수용 감독.... 왠지 이름이 익숙한 그 이름 

역시 나는 아는게 어설펐다.

먼저 떠올랐던 김수용이라는 사람은 개그맨 김수용이었다. 

물론 나는 김수용님의 개그 스타일을 좋아한다. 

무게감있는 개그를 날리는 그 분의 개그는 시대유행에 뒤떨어질지 모르겠지만 유행에 둔감한 나로써는 크게 상관없는 개그코드다. 

 

어쨌든 김수용 감독은 어떤 분인지 검색을 계속 해봤더니....

<만추>의 감독님이었었다....(조금 더 검색을 했어야 했었다...)

 

나는 만추를 제일 최근에 만들어진 현빈과 탕웨이가 나온 김태용 감독의 <만추>를 봤었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혼자 봤던 기억이 있는데 잔잔하면서 여운이 많았던 영화로 기억이 됐던 영화였다. 

그 <만추>를 만든 감독님이라는 것이 영화를 선택할 이유가 되었다.

(원래 만추는 1966년 이만희 감독님이 만드셨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1982년에 김수용 감독, 2011년 김태용 감독이 리메이크를 했다...원작자를 잘 몰랐던 것이 영화 선택의 큰 부분이 되었음 )

 

<도시로 간 처녀>는 영화 <만추>보다 1년 정도 앞서 세상에 나온 작품인데 훗날 82년에 만들어진 <만추>를 보게 될 때 작품세계에 관해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해서 보기 시작했다.

처음 몇 장면을 보다보니 왠지 봤던 느낌이 들었었는데 예전에 보다가 포기했었던 영화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래도 끝까지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영화를 감상했다. 

 

영화의 줄거리를 적는 것은 쉬운 것 같으면서 어려운 일인듯하다.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에 적혀 있는 <도시로 간 처녀>의 줄거리는 

 

버스 안내양 이문희는 입금실적이 좋지만 여감독의 몸수색이 그치지않음을 슬퍼하며 정직하게 근무하고, 동료들에게도 따뜻하게 대한다. 문희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동료들을 사랑으로 감싸주고 차내 행상을 하는 광석을 선원을 만들고 내일을 약속한다. 어느날 회사측이 안내원 숙사를 뒤지고 안내원의 몸수색이 행해지면서 문희는 남자 감시인 앞에서 몸수색을 당하자 슬픔을 견디다 못해 회사측에 항의하다가 옥상에서 투신하여 심한 부상을 입고 기절하여 애인 광석의 품에 안긴다.

 

라고 적혀 있다. 

사실 저 줄거리는 틀린 말은 아니다. 맞는 말이긴하다. 그렇지만 저 줄거리 내용을 보면 조금 많이 아쉬운게 사실이다. 

 

어쨌든 이제부터는 영화를 보면서 들던 생각을 적어 보는게 순서있듯하다. 

 

요즘에는 절대 볼 수 없는 버스 안내양 이라는 직업군이 배경이 되는 이 영화는 시골에서 도시 그러니까 서울로 와서 버스 안내양 직업을 하는 여성들이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유지인, 금보라, 김한섭(트위스트김), 한소룡(한지일,본명은 한정환) 이외에 어디선가 봤었던 기억이 나는 배우들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데 당연히 고전영화이기 때문에 그런거니 ....]

 

여기서 기억나는 세 여성의 삶을 적어본다면...

좌:금보라님 중:유지인님 우:이영옥님

부모없이 이모댁에 얹혀 살고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버스 안내양이 되어서 흔히 말하는 삥땅으로 사촌동생의 학비를 마련하려고 하는 역을 맡은 금보라 배우 역시 당시의 시대상을 잘 표현하고 연기하지 않았나 싶었다. 

 

영화 캡쳐

공갈젖꼭지를 물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그녀는 내성적이고 순수한 모습이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버스 안내양의 일상인 삥땅을 치는 모습에서도 항상 버스에서 내리는 사촌동생에게 돈을 보내는 식이었고 그녀의 이모와 사촌여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모습이 보여진다. 

 

같은 버스를 타는 남학생을 짝사랑하지만 그 남학생의 사는 세상은 그녀의 세상과는 너무 다른 세상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처지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환경으로 벗어나기 위해 자수미싱 자격증 공부를 하게 된다. 

짝사랑하는 사촌누나의 미싱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따게 되는데 그녀는 아마 남학생과의 사랑의 결실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노력했을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법....결국 그 남학생으로 상처를 받게 된다.(사람 마음으로 장난치면 안되는데...)

사랑의 아픔 및 복합적인 것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안좋아진 그녀는  한밤중 아무도 없는 버스안에서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동료들은 놀라서 그녀를 말리지만 그녀는 자신이 일을 하고 삥땅을 쳐야 사촌동생의 학비를 내 줄 수있다고 한다. 그 상황은 직장 동료들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을 거라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녀는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되고 자신의 이모곁으로 돌아가게 된다. 

버스회사 동료들은 그녀를 위해 자수미싱을 마련해주기로 한다. 길에서 노점을 하는 그녀의 이모는 자수미싱 기술이 있다면 먹고 살 수 있다면서 그녀를 안고 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는 그녀가 어떻게 성장하고 나아지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가 마음의 상처를 잘 극복하고 자수 미싱으로 돈도 잘 벌어서 사촌동생을 좋은 환경에서 교육시키고 이모님도 같이 잘 모시고 살다가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해서 행복한 삶을 살아 나가는 모습이면 좋겠지만...

영화에서는 어떠한 이야기의 씨앗을 주지는 않는다. 

 

이제는 이영옥배우가 그린 그녀의 삶이다. 

굉장히 성격도 쎈 캐릭터였다. 

인생을 즐길 줄 아는 그런 모습이었는데 예를 들면 소주도 한잔하고 영화도 보러 다니는 등의 모습은 

버스회사 동료들 중 그나마 여유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도시로 간 처녀>라는 영화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당시 시대에는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 올라와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요즘 시대에 비해서는 인권이란것이 터무니 없이 존재하지 않던 그 시절 열악한 모습들을 필름에 담은 영화였는데

그런 보통의 인물들에 비해서는 이영옥 배우는 굉장히 강하고 남성에 이끌려 살아가는 것이 아닌 여성의 주도적인 모습이 보인 인물이었다. 

이영옥 배우는 영화에서 그녀의 애인이었던 버스기사에게 자신이 택시를 살테니 당신은 운전을 하라고 했던 말은 굉장히 인상 깊었던 내용이었다. 

경제적인 독립심이 엄청 많았던 인물이었고 영화 속에서 제일 돈도 많이 썼던 인물이었다...

극중 그녀의 이야기는 사랑이었던 것 같다. 

버스기사와의 사랑이 순탄하지 않았는데  열심히 일하는 그 남자에게 반한 그녀는 그남자의 애인과 싸우기도 하고 그 일로 퇴사를 한 남자에게 택시를 사주면서 애인을 정리해서 행복한 일상을 살아나가는 것 같지만 어느순간 남자는 그녀를 떠나게 된다. 하지만 그 남자가 찾아간 곳은 그의 딸들과 어머니가 있는 집... 그래도 그녀는 남자를 많이 사랑했는지 그의 자식까지 품으려고 노력을 하지만 그남자의 본부인이 있는 걸 알고 깨끗하게 포기를 한다. 

그녀의 삶도 평범하지는 않나 싶을 정도로 일이 많이 꼬였던 것 같다. 

그당시 운전면허제도를 잘 모르지만 그녀는 그남자와 연애를 하면서 버스도 운전을 할 정도로 기술습득이 빨랐던 것 같다. 그 남자에게 사줬던 택시는 결국 그녀가 운전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버스 안내양이 아닌 택시기사가 되어서 그녀의 쿨함을 보여주면서 멋지게 나이를 먹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유지인 배우의 삶은

굉장히 바른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월급보다 더 챙기는 사람도 있었을 그 삥땅의 유혹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살았고 

그 삥땅을 근절하기 위한 방법으로 월급을 올려주는 것에 대한 의식이 있었던 그녀는 자신의 부족한 배움을 채우려고 노력했고 야간학교에서는 선생이지만 낮에는 행상인 그 남자를 버스에 태우지 않으려고 했던 공과 사를 제대로 구분하면서 살았던 사람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건지.... 그녀의 올바름 때문일까 사기꾼 기질이 있었던 행상을 하던 그남자도 서서히 바른 마음을 갖고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된다. 

어느날 삥땅을 근절하기 위해 회사에서 몸수색을 하던 어느날 그녀는 그것을 반대하면서 투신을 하게 된다(유튜브에서는 복원이 힘들었는지 소리만 난다...)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다행히 그녀는 죽지 않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그남자와 행복한 일상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버스를 탔을때 자신의 희생으로 안내양에 대한 인식변화 및 근무환경의 변화된 것을 전해 듣게 된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것 그것은 매우 힘든일이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어떠했는지 잘 모르겠다. 

이 영화는 서울에 올라와서 일자리를 구해 어렵게 돈을 버는 많은 지방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 같다. 

그리고 그 당시 노동자들은 아니 적어도 버스회사에서 일했던 여성노동자들은 한방에서 모여 살았고 의심도 받으면서 몸수색도 당하는 지금 시대에서는 이해가 되질 않는 상황에서 일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화가 개봉되었던 1981년 그 시대에는 이 영화가 어떻게 느껴졌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당시 신문기사들을 검색해보니까 이 영화를 본 버스안내양분들이 

운전사 안내양의 3각관계와 정사, 알몸수색에 항의하는 투신자살, 남자고교생과의 연애들을 주제로 당시 15만 교통운수 근로자들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켰다고 항의를 했다고 한다. 

 

조선뉴스 라이브러리 100에서 찾은 기사 링크 

https://newslibrary.chosun.com/view/article_view.html?id=1867219811211m1108&set_date=19811211&page_no=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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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나는 손해보는 것 같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바른 길을 가고 있는 유지인 배우가 맡았던 이문희라는 사람처럼 살아야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40년 전에도 40년이 흐른 지금도 삥땅과 정직 사이에 갈등은 쉽게 어떤게 올바른 것이고 어떤게 잘못된 것인지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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