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단어는 지금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표현하기 위해서 만들어 졌거나 유행시키기 위해서 만들어 졌거나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단어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저는 우연히 몇달 전에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멘탈 뱀파이어'라는 단어를 보게 되었습니다.
책 제목이었던 것 같은데 간단한 정의는 멘탈을 빨아먹는 뱀파이어... 사람의 기운을 빠지게 만드는 사람을 칭하는 것 같습니다.
책은 읽지 않았지만 멘탈 뱀파이어라는 단어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던 겁니다.
생각 해보면 10년전 2009년 즈음에 제 인생에서 급격하게 인맥도 많아지고 약속도 많아졌던 적이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던 그 시절에는 힘든 줄 모르고 사람들과 참 잘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3~4번의 술자리가 있었으니 말입니다.(물론 이보다 더 바쁘신 분도 있으시겠지만..)
약 10년 전 저는 지금과 비슷한 수동적인 밥벌이와 함께 그 당시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공부를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삶을 살아 나가는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앞서 말했듯이 일주일에 3일 정도 조금 심하면 5일을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반복하게 됩니다.
어떤 모임은 좋은 기운을 받는 것 마냥 만나고 나면 기분이 참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모임은 조금 비슷하고 소모적인 느낌이 드는 기억이 있습니다.
어쨌든 그 당시에는 그 모임들에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재미가 있었습니다.
술에 취해서 새벽에 집에 들어가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하루를 보내는 그 삶은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어렸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하하호호 그렇게 재미있게 시간을 잘 보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와 사촌형의 시한부 선고와 죽음을 보면서 멘탈이 많이 흔들렸던 것 같습니다.
힘듦의 정도는 모든 사람이 같지 않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인생이 허무해지고 뭔가 답답했습니다.
지금 나는 잘 살고 있을까? 잘 살아 나가고 있는 중인가? 그 궁금증은 분명 제 자신이 잘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잘 몰랐습니다.
시간이 좀 필요 했었습니다.
잠깐 혼자 있을 동굴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회피형 인간이었거든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의 지난 삶은
뭔가 착한 이미지로 고착되어 있었습니다.
고민을 들어주는 선한 사람의 이미지랄까요?
저는 단지 재미난 이야기가 없었고 말재주도 좀 없었고 재미난 경험이 없어서 할 말이 없었을 뿐인데 말이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너는 그냥 듣기나 해 내 말부터 들어!
너만 힘든게 아니라 다들 힘들어.
술자리에서 뭔가 힘든 고민을 꺼내 놓으면 제 주변 사람들은 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누구나 다 힘들다... 이런식 아니면 너는 듣기나 해 내 말이나 들어봐바... 이런 반응이 많았습니다.
참 어렵게 힘들다는 말을 했었던 건데...
저의 멘탈이 많이 흔들릴 어느 즈음에 저는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끊기 시작했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저는 누군가의 말을 듣는 입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관계 안에서 더 이상 들어주기에는 제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주변사람들이 저한테 바라는 역할을 하기에는 저는 너무나 복잡했습니다.
그렇다고 주변사람들에게 내 얘기를 들어줘... 라고 말하기에는 그때까지 관계 안의 사람들은 제 얘기를 들어줄 여유가 없었을 겁니다. 평소와 다름 없이 말이죠.
어쨌든 어떻게 보면 많은 사람들이고
어떻게 보면 별로 안되는 사람들이겠지만
저한테 있어서는 정말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멈췄습니다.
저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저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사실 어떻게 제가 저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지는
잘 몰랐었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어보자... 우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만 듣기로 하자...
그러다 보면 뭔가 방법이 있을거야...
예전에 좋은생각이라는 잡지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이야기인데요.
그들은 사냥이나 이동을 할 때 열심히 뛰다가도 갑자기 말에서 내려 한참을 서있는다고 합니다.
너무 빨리 달려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봐 돌아온 그 길을 보면서 영혼을 기다린다는 내용입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보고나서 잠깐 쉬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 당시 저는 지쳤던 것 같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아니 제가 느끼는 감정을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잘 지나갔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또 그런데로 잘 적응해서 살고 있습니다.
가끔 약속이 없어서 쓸쓸할 때도 있지만 그냥 그런데로 익숙해졌는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멘탈 뱀파이어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저는 지난 과거에 저의 일들을 떠올렸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제 주변에 많은 사람들을 멘탈 뱀파이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저의 멘탈이 건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쉽게 주변 사람들을 멘탈 뱀파이어라고 결론 지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저의 멘탈이 그 시절보다는 많이 건강해졌습니다.
그 때보다는 지금 조금 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여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시절 제가 멘탈 뱀파이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지금 다시 볼 용기는 없습니다.
지나온 시간도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멘탈 뱀파이어라는 생각이 들까봐 걱정도 됩니다.
그리고 더 용기가 나질 않는 것은 저 역시 그 시절 그들에게 있어서 멘탈 뱀파이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멘탈 뱀파이어가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어느 정도 공감을 했었기 때문일까?
제가 기운을 빠지게 만들어서 힘이 들었을 그 분들에게 미안해집니다.
서로에게 있어서 멘탈뱀파이어가 아니었을까...
어떤 사람들에게는 Mental Donor ... 어떤 사람들에게는 Mental Vampire...
항상 한쪽에만 있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누군가의 기운을 빼는 사람도 누군가의 기운을 더하는 사람도 아닌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편하기도 합니다.
한살 두살 나이가 늘어나면서 느끼는 것은 내 탓이 아닌 네탓을 하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멘탈 뱀파이어... 그 단어 역시 어쩌면 자기를 보호 하려는 본능에서 나온 네탓용어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어느 누구한테 힘을 얻으면 안될것같습니다. 그 사람의 기운을 빼앗으면서 말입니다.
서로 기운을 주고 받으면 좋겠지만
사실 현실은 팍팍하고 살아나가기 힘들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결론은 나지 않지만 뭔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
네탓용어인 멘탈 뱀파이어에 대해 생각해보는 연말연초였습니다.
멘탈 도우너(?)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회피형인간인 저의 마음이 많이 좋아진 날이겠지요...
연말부터 썼다 지웠다 쓰다보니 어느새 새해 첫날이 되었습니다.
올해에는 멘탈 뱀파이어도 좀 줄어들고 멘탈 도우너(?) 어쨌든 뱀파이어든 뱀이든...
서로의 말에 조금 더 귀를 열고 들어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더 생기면 좋겠습니다.
저 뿐 아니라 많은 분들에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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