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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일상..

냄새 그리고 익숙한 사이, 그 소중함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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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저는 시력은 약하나 청력이 좋은편이고 그리고 코는 자주 막히지만 후각이 좋은 편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인터넷에 올라가 있는 수 많은 게시물을 보다가 어느 게시물을 보게 되었습니다. 친구네 혹은 누군가의 집에 방문했을때 특유의 냄새가 난다는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별볼일없는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려보고 싶었습니다. 냄새에 관한 이야기....를 말이죠.

저희 집은 개와 고양이를 키운지 참 오래 되었습니다. 개는 아마도 97년정도부터 작년까지 쉴틈없이 키웠고 고양이는 2008년정도부터 중간에 몇달 빼고 쉴틈없이 키우고 있는 중입니다. 그야말로 개판 고양이판 사람판... 난장판인거죠.

요즘에는 개가 비정기적으로 살고 있는 중인데  정기적으로 살고 있었을 이전에는 정말 집은 상당히 보기에도 느끼기에도 심각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래도 자연스레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는 개 덕분에 큰 불편 없이 살아오다가 그 개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거실에 볼일을 보고 다른 한마리는 기분이 좋을때 혹은 하늘의 계시가 있을때는 화장실에 볼일을 보고 그 외의 경우에는 지뢰찾기 식으로 아무곳에나 볼일을 보는 덕분에 훈훈한 날씨가 지속되는 계절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그 냄새는 정말 두 주먹 불끈 쥐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찌릿찌릿 찌린내는 그냥 보통의 찌린내(지린내?)일뿐 역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저놈은 그냥 저렇게 싸고 다니는구나.... 정도로 무뎌진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투덜투덜 거리며 화장지를 둘둘 말아서 슥슥 닦고 안 닦이면 물로 적셔 휘휘 문질문질거리면서 알아듣는지 못알아듣는지 모르는 그놈들한테 한소리 하는 정도.

하지만 어쩌다 남의 집에 갈 경우 그 집에 개들이 있으면 참으로 신기한게 그렇게 냄새가 잘 맡아지는겁니다. 약간 비리고 찌리고... 좀... 그러니까 병원.. 동물 병원에 처음 들어가면 나는 그런 냄새가 살짝 속을 미식거리게 만드는 것이었죠.

이상하다... 나는 분명 개도 키우고 고양이도 키우는데... 아 제가 키우기보다 저의 어머니께서 키우시고 저는 단지 바라본다고 하는게 맞겠습니다만 키우는 건 중요한게 아니고 같이 사는 입장에서 어쨌든 개 고양이의 냄새에 익숙할 법한데 남의 집 개와 고양이한테는 제 코가 너그럽지 못한거였습니다.

더 웃긴건 그렇게 지나가는 개나 고양이한테 아는 척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인데 어느날인가.... 꽤 고급스러운 "남의" 고양이를 만지고 나서 얼굴이 마구 가려운 것이었습니다. 눈도 아프고.... 마치 알레르기 혹은 알러지가 있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분명 우리집 고양이한테 얼굴 부비고 그래도 멀쩡했는데 말이죠.

서로 아니...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나 개한테 제가 적응을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종류의 동물들이지만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식은 아니지만 같이 먹고 자고 싸고 하면서 익숙해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 말이 정답일 것 같습니다. 동물 털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어도 자주 접하다보니 견뎌지는 거란 생각이 듭니다. 지독한 냄새겠지만 맡다보니 무뎌진 것 같습니다.

단지 동물과 사람 사이만 그런건 아닐겁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겠죠. 사람마다 다 똑같은 냄새가 나진 않을겁니다. 맡지 못한 냄새가 나면 낯설어서 꺼려지겠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무뎌지고 그런거겠지요.  생각해보면 같은 공간에서 먹고 자고 싸는 등의 많은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인 것 같습니다. 가족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말이죠.

같은 공간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 그리고 가끔 공유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은 보통일은 아닙니다. 동물들도 사람들도 특별해지는 경험인 것 같습니다.

냄새가 익숙해지면 특별해지는 사이가 된 것이 아닐까... 잘은 모르겠지만 서로에 대한 면역력이 높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본인한테는 무해하나 다른 사람 혹은 동물에게 유해한 성분들 같은 것들 말입니다. 조금씩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적응해 나가는 것 말입니다.

사람과 동물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공유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날 수록 이질감은 떨어지고 면역세포들도 점점 덜 바빠지는 것 같습니다.

익숙해지고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워질 어느날 평화로운 어느날 갑작스럽게 익숙했던 동물 혹은 사람을 떠나 보내야 합니다. 어쩌면 두고 떠나야 합니다. 준비된 이별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냄새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사실 보통 일은 아닌듯 보입니다. 특별한 시간이라고 해야 할까요? 냄새에 익숙해진다는 말이 조금은 이상해보일지 모르겠지만 오다가다 옷깃이 스치는 특별한 인연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시간이니까 말입니다.

갑자기 냄새에 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었습니다. 어쩌다가 본 냄새에 관한 게시물을 보고 말입니다. 

날씨가 일교차도 큽니다. 뜻하지 않게 이별을 하는 경우가 많은 계절입니다. 냄새에 익숙한 사람 혹은 생명체들과의 지금 이순간을 잘 보내야겠습니다. 지나고 나면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

그나저나 집나간 우리집 고양이는 돌아오기는 할까 모르겠네요...

날씨가 추워지네요...화면으로나마 잠깐 따뜻한 불 쬐세요...

그나저나 우리집 고양이는 언제나 오려는지... 안오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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