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은 일상..

2019년 상반기를 마무리하며, 요즘 나를 설레게 했던 것들

반응형

정해진 시간에 눈을 떠서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정해진 시간에 일을 하러 나가는
굉장히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인생에 조금이나마 설레임을 갖게 해주었던 것들을 떠올려봅니다.

굉장히 소소하고 더딘 티가 별로 나지 않는 것들인지 모르겠는데 지난 봄부터 나를 적잖이 설레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측백나무 17그루를 심기 시작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조금 비싼 가격의 묘목을 샀더라면 심은 티가 많이 났겠지만 워낙 작은 묘목들인지라 이름 모를 풀들이 많이 자라나는 요즘 시기에는 어디에 심었는지 잠시 헷갈리는 정도입니다.

처음 심는 나무들인지라 잘자랐으면 하는 바람 때문인지 기회가 있어 나무들을 보러 갈 때면 굉장히 신경이 쓰입니다. 뿌리는 잘 내렸는지 어떻게 하면 무럭무럭 자라서 나무 같은 모습을 할런지... 틈만나면 물을 주고 거름이 될만한 것을 주변에 뿌려줍니다.
17그루의 묘목을 심었는데 2그루 정도가 색이 시원찮았습니다. 흙이 맞지 않았는지 색이 어두워지는 묘목을 볼때마다 그렇게 마음이 안좋을수 없었습니다.

지난 몇년동안 물부족국가라는 말이 조금은 와닿을 정도의 가뭄이 일상화 된 요즘이어서 그런지 매일 물을 챙겨주지 못한 까닭으로 죽어가는게 아닐까 생각을 하면서 틈나는대로 죽은 것 같은 나무에게도 물을 줬습니다. 그러던 언젠가 비가 어느정도 내린 적이 있었고 죽어가는 2그루의 묘목 중 1그루가 색이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의 힘... 신비로웠습니다.
참 강하구나... 척박하고 열악한 상황에서 죽다 살아났구나... 기분이 많이 좋았습니다.
측백나무들은 어느정도 각자의 환경에 적응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언젠가 시간이 많이 흘러서 나무들을 보면 엄청 자라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매주 혹은 격주로 보는 저로써는 참 자라는게 더딥니다. 티가 나질 않습니다. 돈을 더 들여서 사람 키 만한 나무를 심을걸 후회도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티가 나질 않지만 같이 커간다는 느낌은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제보다 오늘은 조금 더 튼튼해질것이고 키도 조금 더 자랄것이고 뿌리도 조금 더 넓게 자리 잡을 것입니다. 사람의 조바심은 잠깐 잊어야 합니다.



작년 여름에는 참 많이 더웠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에어컨 없는 집에서 살아서 그런지 작년은 정말 에어컨을 들여놓고 싶었습니다.
여름이 아닌 계절에 에어컨을 사야 싸게 설치할수있다고 합니다.
그 시기를 생각만 하다보니 또 여름 안에 와있습니다.
그 시기 생각하는 중에 나는 쓸데없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변에 잔디를 심자...
항상 행동에는 책임 아니 돈이 들어갑니다.

뗏장으로 부르는 롤잔디를 사서 깔면 나름 금방 티가 납니다. 하지만 저는 참 자린고비입니다.

이것저것 검색을 해봅니다.
잔디씨를 심기로 합니다.
한국잔디는 가격이 조금 있습니다.
사실 잔디씨를 심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연습이 좀 필요했습니다.
혼합5종 씨앗이 검색이 됩니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보입니다.

그렇게 잔디씨를 심어보게 되었습니다.
어디서 본건 있는지 물에 불려서 심었던 잔디씨 아니 혼합5종의 씨앗은 땅을 뚫고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마치 잡초마냥... 잡초치고는 일정하게 생긴 풀들이 맨 흙바닥이였던 그곳을 푸르게 채우고 있었습니다.
보통의 잔디라고 부르기에는 어색한 모양이었지만 저는 그게 참 신기했습니다.

제초제를 뿌리고 낫질을 하면서 죽어라 없애던 풀들을 일부러 기른다는 것은 참 이상했지만... 흙바닥보다는 풀바닥이 조금 더 편안함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그 느낌은 시간 날 때 마다 잔디씨 아니 혼합5종 씨앗을 뿌리게 만들었습니다.
땅따먹기 처럼 조금씩 푸른바닥을 늘리려고 노력합니다.
세번에 걸쳐서 심었는데 첫번째는 놀랄만큼 잘자랐고 두번째는 놀랄만큼 망한것같습니다 최근에 심은 세번째는 과연 어떤 결과를 안겨줄지... 너무 궁금합니다.


심심한 일상에서 궁금하게 만들어주는 잔디씨...
측백나무... 지난 2019년 상반기 저를 설레게 만들어 주었던 것 같습니다.

뭔 나무하고 풀에 설레야 하는지 한심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제 일상이 참 비루하고 못나고 심심했다는 겁니다.

키우는 동물들이나 보고싶어지는 제 일상이 별볼일 없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이 별볼일 없는 잔잔한 시간들이 감사 할 따름입니다.
언젠가 한참 복잡하고 힘들어 지는 시간들이 찾아왔을때 저는 측백나무와 잡초같은 혼합5종 풀들을 보면서 잠깐이나마 이 별볼일없는 아니 이 별일없던 시간들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