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빨래하기 참 좋은 날씨입니다.
어릴 때 어렴풋한 기억 중 하나는 날씨가 좋은 날 운동화를 빨던 기억이 납니다.
남의 집 수돗가에서 말입니다. 우리집 수돗가도 아닌 남의 집에 어린 학생들 몇명이서 운동화를 왜 빨았는지...
아마도 일종의 놀이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주말은 한주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면서 새로이 시작하는 다음 주를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난 한주 동안 입은 옷들을 빨래를 해야만 했었습니다.
그래야 다음 주에 입을 수 있거든요.
금요일 저녁에 세탁기를 돌렸습니다.
세탁시간이 최소한으로 걸리게 설정을 하고 돌립니다. 저녁시간이었거든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상하게 세탁시간이 설정한 것 보다 더 걸리는 것 같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세탁은 끝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빨래를 보니 가루비누랑 같이 넣었던 베이킹소다도 그냥 붙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귀찮아서 그 다음날에 다시 빨래를 하자고 하며 잠들었고 그 다음날인 토요일 아침에 다시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설정을 하고 작동을 시킨 다음 텔레비전을 보면서 뒹굴거리고 있었습니다.
빨래가 끝날 시간이 되었는데.... 하면서 세탁기에 가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세탁기는 세탁을 하기 위해 물을 받으면서 배수관으로 탈수를 진행하고 있는 거였습니다.....
무슨상황이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 밑 빠진 세탁기에 물 넣기 였습니다.
뭔가 잘못되고 있구나 싶어서 껐다 켰다 반복 설정변화도 몇번을 했습니다.
하지만 밑 빠진 상태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빨래거리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데 세탁기는 고장났고
꽤 난감했습니다.
세탁기는 그동안 묵묵하게 큰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개천에서 빨래들을 빨래 방망이로 두드리면서 빨았던 그 일을
더우나 추우나 비가오나 바람이 부나 집안 구석에서 열심히 대신 빨래를 해주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이불을 빨아야 하는데 빨래 하는 법을 잊어 버렸는지 잠깐 머뭇하다가 세수대야에 이불을 넣고 조물조물 빨았습니다.
그래... 빨래는 이런식으로 하는거야...
군대를 전역한 이후 빨래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빨래를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스트레스는 할 이유가 별로 없었습니다.
세제만 넣으면 되었고 탈수가 끝나면 건조대에 올려 놓는게 전부 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말은 이걸 어떻게 하지?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고장난 세탁기는 어차피 밑이 빠진 상태니 탈수기능은 할 수 있을거라 생각이 들었고 다행히 탈수기능은 가능했습니다.
그 기능을 쓰기 전에 설정도 안한 스스로 물을 받으며 동시에 물을 빼고 있던 모습에 얼른 전원을 끄긴 했지만...
그렇게 이불 탈수를 하고 바람 잘 통하는 곳에 이불을 널어놨습니다.
이 애물단지를 어떻게 하지? 수리를 하기에는 너무 오래 된 것 같습니다.
별 다른 생각 없이 작동시키던 세탁기를 보고 있노라니
굉장히 낡았구나 싶었습니다.
버튼도 이상하고 세탁조 안쪽에 붙어있는 저 낡은 주머니는 왜 저기에 붙어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재활용 수거날에 나와 있는 세탁기보다 더 낡아 보였습니다.
고장 나기 전까지는 보이지도 않았던 구석구석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98년 4월이 제조년월입니다.
20년 조금 넘게 썼네요.
고장나는게 당연했습니다.
뚜껑이 빠져도 작동 잘 되고 디자인도 촌스럽지 않았던 세탁기입니다.
사진 찍으면서 많이 낡았다는 것을 인지 할 정도로 세련된 세탁기입니다.
아직 그 자리에 전기 코드 꼽힌 채 대기하고 있는 세탁기입니다.
물론 세탁기능은 못 쓰기에 탈수기능만 대기중이지만... 그래도 아직 현역에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말입니다....
새로운 세탁기를 구입했습니다.
아직 배송 전이라 언제 올지 모르겠습니다.
20년 조금 넘게 우리집의 일부였던 세탁기가 떠날 때가 오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얼마나 많은 빨래를 했었는지 고맙기도 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열심히 살았던 우리 가족들의 찌든 땀이 베어있던 냄새나던 옷감들을 말끔하게 해주었습니다.
집안 구석구석 말끔하게 걸레질 하는 것도 도와줬습니다.
추울때나 더울때나 깔고 덮고 했던 이불들도 깨끗하게 빨아주었습니다.
이 세탁기를 쓰면서 LG꺼는 원래 오래 쓰는거지!를 당연시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삼성은 AS라고 했고 LG는 오래 쓴다고 했었습니다.
AS는 고장 나야 부르는거니까 LG를 썼고 큰 고장 없이 오래 썼습니다.
그래서 다음 세탁기도 LG를 선택했습니다.
오래 쓸거니까요....
요즘에는 익숙하지 않은
월부로 구입했던 세탁기는 20년을 넘게 쓰고 우리집을 떠나게 될겁니다.
세탁기를 많이 쓰지는 않았지만 왠지 섭섭합니다.
세탁기를 주문하던 오늘
뉴스에는
LG그룹 구본무 회장님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이 올라와있습니다.
좋은 제품을 오래 쓰게 해줬고 앞으로도 좋은 제품 오래 쓰게 될 회사에 슬픈 소식 있어서 숙연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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