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을 자주 하지는 않지만
어쩌다 급하게 마음먹고 마트가서 이것저것 장을 보고나서
텐트 칠 곳에 도착하면 심리적으로 무서운 밤12시가 되어버린다.
어디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나의 머릿속에는 12시가 되면 귀신이 나온다는 믿음이 생겨버린지 너무 오래되어버렸다.
그래서 무섭지만 혼자있기에 정신없이 텐트도 치고 주변을 밝힌다.
주변은 인적이 없다. 야생동물이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당장 눈 앞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불을 피우며 이것저것 먹고 있다보면 동물이나 귀신보다 어딘가에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두려워서
날이 밝을 때까지 불 앞에서 시간을 보낸다.
귀신도 무섭지만 사람도 무서운 그런 요즘에 걸맞게 <그놈이다>라는 영화가 나왔다.
주원, 유해진, 이유영
이 세 배우가 주연이다.
영화의 시작은
동생과 자신 밖에 없는 장우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얼음공장에서 일하고 인형뽑기기계 관리도 하는 장우와 동생 은지
마을은 재개발이 되고 사고로 돌아가신 부모님께 물려 받은 거라고는 집하고 동생 은지 밖에 없는 장우는
집 마저 잃게 생겼다.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 처럼 아무리 발버둥치지만 장우와 은지의 인생은 암담하기만 하다. 은지는 대학교는 포기하고 미용기술을 익혀 자기만의 가게를 차리는게 꿈인 고등학생이다.
오빠 몰래 미용실에 가서 일하다 붙잡혀 집에 갇히게 되고 장우는 술에 취해 돌아오지만 동생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경찰은 별일 아니라 그랬지만 3일만에 자신의 집에서 발견된다.
억울한 죽음을 달래기 위해 천도재를 지내고 넋건지기굿을 하다 우연히 한남자를 보게 되고 추격전이 벌어진다. 그렇게 그놈과 장우의 추격전이 시작된다.
이 영화는 범인이 누군지 알고 보는 영화다.
하지만 보는 내내 처음 지목했던 범인이 아닐지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의심받는 인물과 그놈의 연결고리는 찾기가 좀 힘들다.
그리고 사람이 무서운게 아닌 가끔 타인의 죽음을 보는 예지력이 있는 시은의 눈에 보이는 귀신으로
사람도 무섭고 귀신도 무섭게 되는 그런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천도재를 하는 중 작두에 올라선 무당의 어깨를 밟고 있는 어린소녀 귀신 같은 장면이
이 영화의 긴장감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의심받는 민약국과 연쇄살인을 일으키는 범인인 그놈
이 두사람이 어느순간 동일인물이 되는 그 시점에 유해진의 연기력은 폭발한다.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지만
예전 영화 <이끼>에서 혼자 헛소리하는 발광 장면에서 정말 연기를 잘한다는 것을 느꼈는데 그후 오랜만인 이번에도 그의 연기는 굉장히 섬찟하게 잘 표현한 것 같다.
삼시세끼 어촌편에서의 푸근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더해져서 그의 연기가 더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유해진 배우가 싸이코패스 역할을 꽤 잘 소화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원 배우의 연기는 어땠을까?
주원 배우 얼굴도 작고 잘생겼고 키도 크다.
동생과 단둘이 사는 생활력 강한 역할이 좀 힘들어 보였다.
강해보이려고 하는 행동들이 좀 어색했다.
특히 영화 시작 처음부분에 얼음공장 장면이 그랬다.
담배 피우는 모습도 조금 어색했다.
경상도사투리 쓰는 것도 조금 어색했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영화의 이야기에 빠져서 그런지 주원 배우의 어색함은 장우가 잘 해결하는 것 같았다.
미스터리 추적극이라 어색한 사투리나 어색한 연기는 그놈 쫓는 상황이나 갑자기 튀어나오는 소녀 귀신으로 정신을 쏙 빼놓느라 주원이라는 배우보다 장우의 인물에 몰입되었다.
충분히 한여름에 나와도 꽤 소름끼쳐서 시원하게 만들었을텐데
날씨가 추운데 나온걸 보면 이 영화 날을 잘못 잡은 것 같다.
영화니까 넋건지기굿으로 한사람을 의심하고 추적 끝에 범인을 잡을 수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많이 힘들 것 같다.
지극히 현실과 같아서 불편했고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쩌다 볼 수 있을지 모르는 귀신같은게 나와서 더 가슴 조여가면서 봤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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