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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10년 전 군대 이야기

십여년 전 군대이야기-전입 첫날밤에 더러운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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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보면 별것 아닌 일이었지만

막상 당하고 있는 그 순간은 너무나 견디기 힘든 시간이다.

스무살이 넘은 청년도 막상 군대라는 곳에 가면 아기와 같이 융통성도 발휘 못하고 

어리바리 되게 마련이다. 


신병교육대에서 군인의 기본자세를 배우기는 하지만 막상 자대에 가면 모든것을 잊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게 맞는 것 같았다.

운전면허를 탈때 기능코스를 합격하고 도로주행연습을 하던 첫날 운전강사가 코스에서 배운 것은 모두 잊어야 한다. 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군대는 모든것이 낯설었다. 

보충대에 들어갔을때도 낯설었다.

신병훈련소에 들어갔을때도 낯설었다. 막상 익숙해져서 여유가 생길 때 쯤 또 다른 곳으로 팔려나가는 기분으로

옮겨 간다. 

사단에서 연대로 연대에서 대대로 대대에서 중대로 중대에서 소대로... 그 순간순간 마치 전학을 다니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대에 전입 간 첫 날은 야심한 밤, 어두컴컴하고 정신없이 한쪽 구석에서 동기와 잠들었고 곧 기상을 하고 중대장 면담 행정보급관 면담 등 어리둥절한 일정들을 보내고 총기수여식 후 소대배치가 되었다.


하루종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소대에 가서 소대장 면담과 부소대장 면담 후  분대 배치를 받았다.

드디어 이리저리 팔려 다니다 갈데 까지 간 것이다.


소대장은 힘든일이 있으면 분대장 한테 말하면 분대장이 소대장한테 소대장이 중대장한테 보고를 하는거다.

중간에 분대장이나 소대장 순서를 건너뛰는 것은 잘못 된 거라고 말해줬다.


갓 전입 온 군생활 두달 채 안된 이등병은 그렇게 어리바리 눈치보며 머릿속은 복잡해져 갔다.


그 사람이 그 사람 같고 이름도 모르겠고 생활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고...

군생활은 아직도 730일 이상 남아있었으니 말이다.


간 전입 온 신병은 분대장이 직접관리를 했다.

그래서 나는 분대장 관물대 바로 옆에 짐을 풀었고 항상 옆자리였다.


고향도 같은 지역이었고 한살 많은 형이기에 많은 의지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날 밤 내 생각은 완전 잘못된 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점호가 끝나고 취침소등하고 비좁은 내무실에서 부동자세로 누워서 잠을 청했다.

등화관제를 한 내무반 처럼 내 군생활이 참 깜깜하다는 것을 되새기며 눈을 감고 있는데

이런 미친 분대장이 내 몸을 더듬기 시작한다.

가슴을 만지작 만지작 거리는데 

그 기분은 정말 더럽다 못해서 환장할 것 같았다.

마음은 확 일어나서 지근지근 밟고 있었지만 

젠장할 몸은 부동자세로 자는 척 해야만 했었다.


낮에 소대장이 한 말이 생각났다.

무슨일 있으면 분대장한테 말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소대장한테 말하는 거라고... 그런식으로 보고 해야한다고 말이다.


이런 ㅅㅂ 분대장 이  ㅅㄲ가 이 ㅈㄹ 인데 어쩌지???


그래도 군인은 참 대단했다. 그 수치스럽고 더러운 기분을 안고 잠은 자버렸으니 말이다.

다행히 분대장은 첫날만 그 ㅈㄹ이었고 몸을 더듬고 그런 짓거리는 그 후로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분대장의 고참 병장들은 서열이 엄청 꼬여 있어서 

억눌린 것도 많았고 솔직히 엉뚱하게 짬밥 대우를 받으려고 했다.

한마디로 좀 개념없이 짬밥을 먹었다고 보면 된다.

1주차로 몰려 있었으니 그 사이에 서열을 확립하려면 구타도 엄청 심했던 것이다.


병장이 병장을 갈구는 모습을 보여줄 정도로 웃긴 조직이었었다.


그 이야기는 그렇고.

그 꼬인 병장들 중 나름 선해보이는 병장이 무척 잘 해주는 것이다. 

뭘 모르는 신병은 고마울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작자도 손버릇이 더러운 것이다. 

왜 남의 팬티 속에 손을 넣으려고 하는건지... 

아 이 ㅅㅂㅅㄲ 들은 다 호로ㄱㅇ들 밖에 없나? 이런 생각은 그냥 생각일 뿐... 전혀 내색을 못한채 팬티 속에 손이 못들어오게 피하는 액션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갈아먹어도 시원찮을 작자는 그게 또 재미나나 보다. 계속 찝적거리는데 아주 환장하는 줄 알았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까...


솔루션은 쉬웠다.

나름 사제 샴푸와 바디샴푸 등으로 알로에비누의 향을 극복하려는 말년병장에게 있어서는 알로에비누  냄새 나는 신병은 별로 좋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지가 쓰는 사제비누를 준다.... 아 다행히 비누를 주으라고 던져주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사제 비누를 주는 꼬락서니를 보고 아... 앞으로 남은 730여일의 군생활은 정말 험난하겠구나 싶었다.


내가 이 사제비누로 씻으면 정말 난감한 꼴을 당할지 모르겠다 싶어서 난 알로에 비누를 계속 사용했다.

그와 더불어 잘 안씻기 시작했다. 

이등병의 위생은 선임병들이 엄청 관심있는 척 관리하지만 워낙 하얀피부의 소유자라 안씻어도 씻은듯 보여서 

잘 안씻어도 티는 안났다. 하지만 이 변태병장은 나의 잘 안씻는 신병스멜에 그전처럼 몸을 건드리지 않게 되었다.


다행이다...ㅋㅋㅋ

이런 생각과 더불어 나에게도 후임이 생겼다

한달 후임이...

그리고 그 변태병장의 타겟은 미안하게도 후임에게로 옮겨졌다.




요즘 군대문제가 많이 나오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힘들게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남 괴롭히는 것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군대같이 계급이 깡패인 집단에서는 말이다.

때려치고 싶다고 때려 칠 수 있는 곳도 아닌 그런 곳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정말 얍삽한 짓거리다.


그리고 군생활은 점점 편해지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예전 어르신들의 줄빠따 이런 것들은 없으니 최소한 구타는 많이 줄어든 듯 싶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자신은 군생활을 편하게 했으면 그 뒤에 오는 사람도 자신보다 조금 더 좋은 환경을 물려주는 것이 당연한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은 나 같은 사람만 하나보다.

군생활 중 후임들에게 잘 대해 줬는데 막상 그 후임들은 어디서 이상한걸 배워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다.


그래서 군대가 발전이 없는것이다.

그건 사람들의 문제라 확실한 해법은 없어 보인다.


군생활을 잘 버티는 방법은 자신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군생활하면서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던 이등병 일병 시절에는 까이면서 속으로 생각했었다.

'너 같은 놈도 상병 병장 달고 전역 기다리는데 나라고 못하겠냐'

'너 같은 놈 때문에 내가 영창 가서 전역 늦게 해서 되겠냐'

이런 생각들은 그 순간을 잘 넘기게 해줬던 것 같다.


다행히 나는 전방에서 근무를 했었고 군생활 절반은 실탄과 수류탄을 가까이 하는 철책근무라 구타가 많이 없는 곳이라 짜증나는 갈굼 해소법으로는 앞에 말한 것들이 알맞았을 듯 싶다.


하지만 요즘 뉴스를 보니 

말도 안되는 집단 괴롭힘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에는 정말 화가나고 그 가해자들에게는 정말 엄청난 막말을 쏟아 붓고 싶은게 사실이다.

자기가 힘들은 만큼 남도 힘들거라는 생각을 좀 하고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은 힘든가보다.


인성교육 인성교육 그런 것은 스무살 넘은  머리 큰 청년들에게 해도 크게 소용없는 것 같고 

본질적으로 어릴때부터 교육을 잘 시켜야 하지 않나 싶다. 

사람 귀한 줄 모르는 사회풍조가 결국 사람을 망치고 있으니 어릴 때 공부 많이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인간스럽게 같이 어울려 살 수 있는 교육 아니 배움? 깨달음? 을 알게 만들어 주는게 중요한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 군대에서는 사람을 힘들게 하는 그 누군가들이 있을 것이다.

비단 군대 뿐 아니라 사회에사람들이 모인 조직이라는 곳에서도 그러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는 것 자체가 힘드니까 제발 다른 사람 힘들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각자의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말이다. 

특히 군대는 각자  계급에 맞는 임무들이 있으니까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하고 

젊은청춘 답답하고 힘들고 막막한 곳에 모인 사람들끼리 서로 위로해주면서 잘 버텼으면 좋겠다.

남을 괴롭힌다고 그만큼 시간 빨리 지나가는 것 아니니까 말이다.


그리고 군대의 모든 해결방법은...


제대가 약이다! 


군입대를 앞두고 계신분들 국방부시계는 어쨌든 흘러가니 힘내세요!


(전역한지 좀 되었지만 혹시나 저 때문에 상처받고 힘들었던 분들이 계시면 고의는 아니었으니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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