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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10년 전 군대 이야기

휴가가 있어서 상상력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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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라서 오랜만에 방 정리를 했습니다.

잡동사니를 넣어둔 상자 두개를 정리 하는데 거의 한나절이 걸리더군요.

물론 열혈모드는 아니었고.. 정리 하다가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하면서 낮잠도 자고 그랬습니다.

그 잡동사니에는 여러가지 우편물과 영수증 수첩같은 것들.. 기타등등등이 많았어요.

우편물 같은데에는 여러가지 신상정보가 있어서 하나하나 다 찢느라 더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정리가 끝났습니다.

눈에 띄는 종이 쪽지들이 몇 장 보이더라구요.

이 것들은 뭐지??

 

공책 찢어 놓은 종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슨 낙서를 해놨나 싶어서 살펴보니까.

사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사람, 가보고 싶은 곳, 먹고 싶은 음식, 전역 후 계획, 휴가 일정등이 적혀 있는 종이들이었습니다.

보니까 6박 7일짜리 휴가였던 걸 보니 2001년 하계GOP 위로 휴가 계획인 것 같습니다.

 

휴가라고 해봤자 6박 7일!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이지요.

더불어 남들은 학교를 가거나 일을 하거나 할때 혼자서 놀고 있으면 더더욱 할게 없고요.

특히 군인신분이면 뭔가 하기 애매한 입장이지요. 운전도 못하고..

 

아무튼 6박 7일의 위로 휴가는 지긋지긋한 여름 GOP 기간 동안 활력소가 되었던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경계근무 나가기 전에 종이 찢어서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초소에 도착하면 사수는 안에 들어가서 잠자고...(솔직히 그러면 안되는데 많이 자더라구요.)

부사수였던 저는 초소 밖에서 근무를 섰지요.

(오전 주간근무에는 대부분 사람들이 잠을 잘 시간이라 더 여유 있었고..

오후 주간근무는 대부분 사람들이 작업을 할 시간이라 살짝 각 잡힌 모습으로 근무를 섰었습니다.

야간에는 제대로 된 근무형태로!!

사수는 전방을

부사수는 후방을 경계합니다.

저는 밥이 비리비리 했기에 후방을 경계했습니다.

후방에서는 멧돼지나 순찰자들의 움직임.. 가끔 비만고양이(짬타이거.. 아무튼 고양이 치고는 나태하고 덩치 큰 녀석)들을 지켜봅니다.)

투광등( 가로등이라고 생각하면 됨) 불빛을 벗삼아 주머니에 넣었던 공책을 꺼내고 이것저것 낙서를 했습니다.

이런저런 계획들을 세우면 시간이 참 빨리 갔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 생각들.. 그 생각하는 동안에는 벌써 휴가 첫날, 둘째날...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상상을 끝내면 시간은 금방 몇시간이 지나갔었던 것 같고요.

사수도 아마 초소 안에서 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낙서 되어 있는 내용들을 보면 영화보고 학교가고 시골내려가고 술마시는 그런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네요.

먹고싶은 음식에는 피자, 짜장면, 탕수육, 케익, 불고기,짜파게티, 햄버거.. 이렇게 쓴 걸 보면 원래 군복을 입으면 먹고 싶은게 다 비슷하게 변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GOP에서 근무하고 있는 군인 동생(조카라고 해야 할까요?...)들은 한참 근무를 서고 있겠군요.

휴가 생각도 하고.. 아.. 제가 근무 했던 곳은 9월이 되니까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습니다.

안 믿기지요? 저도 그 때 놀랐습니다. 9월인데 영하라니?? 이러면서..

 

오늘도 군대에서 고생하는 청춘들 덕분에 편하게 잘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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