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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삶은 연극

재일 교포 백년의 시간이 담긴 노래 백년절... 그 완성을 보여주는 연극 <백년, 바람의 동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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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5가~ 하면 떠오르는게 있습니다.
보령약국! 어릴때 라디오에서 종로5가 보령약국~ 광고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그 종로5가에 떠오르는 공연장은 두산아트센터가 있겠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지리적으로 약점을 갖고 있는 공연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뮤지컬,연극은 대학로 혹은 요즘엔 강남쪽에도 많아졌지만요...
미술전시는 인사동... 요즘엔 강남쪽도 많아졌지요...

하지만 종로5가에 거의 유일하다고 생각 되어지는 문화복합공간이 조금씩 되가고 있는 두산아트센터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연극 <백년, 바람의 동료들>을 보러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Space111이라는 연극무대에였는데요. 요즘 두산아트센터에서 경계인 시리즈 두번째 작품으로 올리고 있었습니다.
재일동포(교포)의 이야기라고 해서 예전에 봤던 <야끼니꾸 드래곤, 용길이네 곱창집> 생각이 나더군요. 그 작품은 시대적 배경이 1970년 만국박람회 즈음이였는데 이 <백년, 바람의 동료들>은 작년... 거의 요즘 이야기입니다.
 
극장에 들어가면 식당으로 보이는 무대가 반겨줍니다.

오늘은 2010년 8월 29일입니다. 
장소는 오사카 이카이노의 술집 '바람따라 사람따라'라는 재일교포의 술집 근처에서 부터 시작합니다.
호객꾼들의 꾀임에 넘어가서 어느새 '바람따라 사람따라'안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오늘은 앞에 말씀드렸듯이 '바람따라 사람따라'의 개업 20주년이자 한일강제병합 100주년 이기도 합니다.
개업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이카이노에서 태어나고 자란 친구들은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합니다.
과거의 자신들의 추억 이야기로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게 되지만 민족과 국적에 대한 논쟁도 역시 빠질 수 없습니다.
그들은 어디에도 자연스럽게 섞이지 못하는 자이니치...재일교포...이렇게 불리어지는 존재들이니까요..

조국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남한에 와서는 쪽바리...간첩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고문도 당하고...할아버지는 과거 제주 4.3 사건으로 일본으로 이주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 모인 사람 각자마다 기구한 사연들이 있습니다.그렇게 사연에 슬퍼하고 화내고 있는 사이에 단골 가수 영태(조박)의 '백년절'이 완성되기에 이릅니다.

이 연극은 약 두시간 좀 넘는데요.
재미있는 점은 무대 위의 배우들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 과정 마다 백년절이 조금씩 조금씩 완성되어 진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 고문당하던 이야기가 끝나면 극중 영태역의 조박 님이 나와서 통기타 반주로 부른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백년절이 완성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바다 건너 그 존재조차도 잘 모르고 있던 재일교포의 이야기에 푹 빠져 들게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오사카 이카이노의 '바람따라 사람따라'술집의 개업20주년 잔치가 시작됩니다.
뭐하십니까? 즐기셔야죠!

박수치고! 노래불러야죠!
함께 웃어야죠! 기뻐해야하고요!
그 즐거운 음악과 분위기.... 왠지 서글픕니다...
백년절 가사가 그렇게 신나지만은 않습니다.


흰 쌀밥이 먹고 싶어서 현해탄을 건너왔지만

소금과 푸성귀 보리밥뿐인 노가다, 광부, 부두 노동자

일거리 있으면 고마울 뿐 당장의 끼니조차 알 수 없어

황국신민 말뿐이고 한 껍질 벗겨 보면 노예천국

 

마침내 기다리던 새벽이 왔다는 그 기쁨도 잠시만

돌아가는 배조차 기약 없고 현해탄의 파도만 높네

 

백년이 지나면 강산이 변하네. 나라가 망하면 사람도 죽네.

대대손손 삼대가 살아왔건만 타향살이의 근심이여.

백년 지나면 강산이 변하네. 고향 돌아갈 날 기다리며,

대대손손 삼대가 살아왔건만 내 고향 없다는 신념이여.

백년 지나면 강산이 변하네. 대지는 갈라지고 끊겨 버리고,

대대손손 삼대가 살아왔건만 조국을 갈망하는 허무함이여.

백년이 지나면 강산이 변하네. 사람의 마음도 변하지만,

백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은 굽히지 않는 불복종.

 

                                                         - <백년절> 가사 중에서 -


실제로 이 '바람따라 사람따라'라는 술집은  지금도 영업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다큐멘터리로 제작중이라고도 하고요...
일본에 가서 그들과 술 한잔 하고 싶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진행중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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