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나마 텔레비전과 같은 곳에서 보여주던 공포영화는 고작 여곡성이나 전설의고향과 같은 귀신이 나오는 영화를 본 기억이 있는데 언제부턴가 외국영화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좀비영화를 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정말 여곡성에서 눈 뒤집어지고 혀가 엄청 길게 나오고 갑자기 비명소리 나고 지렁이를 먹는 그 장면들은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전설의 고향은 정말 이불 뒤집어 쓰고 귀 막고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정도로 한국의 공포영화는 한국인 체질에 딱 맞아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귀신은 약간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그런 무서움이라고 한다면 좀비는 보이고 잡히고 그런 조금은 구체적인 공포의 존재인 것 같습니다. 나름 챙겨 봤던 영화라고 한다면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데요. 워낙 레지던트 이블에서는 긴장감도 있긴 했지만 주인공이 엄청 강한 존재라서 큰 스트레스 없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좀비영화라는 장르는 국산이 아닌 해외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한국에는 처녀귀신이 있지만 외국에는 처녀귀신이 잘 안보이고 외국에는 드라큘라는 있지만 한국에는 드라큘라는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좀비영화라고 하면 대부분 외국에서 만든 영화... 언젠가 한국에서도 좀비영화가 나온것 같은데 제가 영화전문가나 매니아가 아닌 까닭에 처음인지는 모르지만 기억에 남는 영화라고 한다면 <부산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부산행>은 KTX안에서 좀비들과 싸우는 장면들은 좁은 공간에서 꽤 긴장감이 넘쳤던 것 같습니다. (인상깊게 보지 않은 까닭에 정확한 줄거리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ㅠㅠ)
영화 부산행 포스터를 보니 끝까지 살아남아라! 라는 글이 보이는걸 보면 좀비가 넘쳐나는 세상이나 좀비가 없는 사람으로 넘쳐나는 세상이나 목표는 역시 살아남는 것이었나봅니다.
외국에서 만든 좀비영화는 그나마 좀비떼가 넘쳐나도 살아남을 가능성은 한국보다 높아 보입니다. 외국에는 총도 있으니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좀비와 싸울때 쓸 수 있는 도구가 뭐가 있을까요?...
왠만하면 집에 가위나 칼은 있을테고...그리고 뭐가 있을까요? 막대기 같은게 있을까요? 격투기나 태권도 같은것을 할 줄 알면 좀비와 싸워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우선 그런걸 할 줄 모르니 좀비와 싸우게 된다면 금방 좀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떼로 덤비는데 장사 없으니까요.
그래서 외국 좀비영화를 보면 각종 무기로 맞서는걸 보면서 이야기를 편하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실정과는 다른 세상의 모습이었으니까요. 머리색깔도 다르고 말도 다른 외국 사람들이 시대적 배경도 언제인지 모를 미래로 설정된 곳에서 싸움도 잘하고 총도 잘쏘고 운전도 잘하는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정말 영화가 맞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 부산행의 4년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반도가 나온다고 합니다. 예고편을 보면 정말 처참한 배경에서 처참한 몰골로 열심히 차를 몰면서 총을 쏩니다. 다행입니다. 지금의 현실적인 모습과는 이질감이 있어서 말입니다. 외국 좀비 영화와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컴퓨터 그래픽... 탄창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총알이 들어있는지 궁금해지는 사실도 말입니다.
넷플릭스에서 인기가 많았다는 킹덤 시리즈를 보지는 못했지만 반응이 좋았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K좀비라는 장르도 생긴 것 같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나 봅니다. 가까운 시간에 부산행2인 반도와 #살아있다 이 2편의 영화가 개봉했고 개봉예정이니 말입니다.
배우 유아인, 박신혜 두 사람이 나오는 영화 #살아있다 는 좀 특이합니다. 장소가 광범위하지 않은 한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 아파트는 아마도 서울 여의도에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어쨌든 평범한 일상 중 갑작스럽게 사건이 시작됩니다. 주인공인 준우(유아인 배우)는 게임스트리머가 직업같아 보입니다. 어른들의 시선으로 보면 그냥 머리 짧은 불량불량해보이는 백수 청년이지요. 어느날처럼 비슷한 시간에 맞춰서 일상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어떤 그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 이상한 병이라고 할까요? 무슨 영향이라고 할까요? 바이러스? 어쨌든 뭔가가 퍼지기 시작했는데 처음 시작은 어떻게 왜 시작했는지는 모릅니다. 그래도 우리는 그 이상한 퍼짐 그 자체가 좀비로 만드는 거라는 걸 알수있습니다.
전형적인 좀비떼들... 피투성이라고 해야 할 것 같지만 뭔가 굉장히 더러워 보이는 몰골을 하고 눈에는 검은자도 안보이고 희거나 회색빛에 시장에 진열되어 있는 썪은 동태 눈알 마냥 그런 눈을 해가지고는 몸을 꺾고 정말 힘들어 보이는 자세로 돌아다닙니다. 뜬금없이 소방차가 아파트 단지에 달려 들어오고 폭발도 일어나고 정신이 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24시간 뉴스채널인 YTN에서는 역시 24시간 뉴스채널답게 재난정보를 열심히 보도를 합니다. 뉴스에서도 이 좀비떼의 원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영화안에서 텔레비전만 보고 있다면 사실 영화관에 갈 이유가 없습니다. 우선 준우는 문단속을 하고 자가격리시간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재난상황에 정보습득에 유리한 라디오를 듣기 위해 방법을 찾습니다.
스마트폰(아이폰은 미지원)으로 라디오 앱을 실행시킵니다. 스마트폰 안에 라디오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부품이 들어있나봅니다. 그런데 라디오에서 중요한 안테나는 스마트폰에 안달려있습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오디오잭에 뭔가를 끼우는 걸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어느분이 오디오잭에 먹는 고추를 꽂았더니 라디오 수신이 되었다는 재미난 경우가 있었지만 영화에서는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긴박한 상황이라 먹는 고추를 끼워서 라디오를 듣는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준우는 목숨을 건 자가격리 시간을 갖게 되고 앞 동에 있는 유빈(박신혜 배우)을 알게 되고 좀비떼가 넘실거리는 그 아파트에서 살아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줄거리는 더이상.... 쓰면 안될듯하고요...)
영화는 다른 좀비영화랑은 조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몰입감이 조금 더 크다고 할까요? 가뜩이나 코로나19바이러스로 무형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지금 상황이라 그런지 뭔가 감정이입이 잘 되는 것 같았습니다. 자가격리는 해본 적 없지만 좀비떼에서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문을 닫고 집안에 있는 식음료를 소비하는 과정은 전쟁에 대한 공포로 비상식량과 같은 물품을 사재기 하는 것에 조금은 낯설지 않았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예전처럼 사재기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만...)
코로나19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한 초창기에 들었던 그 공포심이라고 할까요? 사람들 많은 곳에 가는 것을 꺼려하던 그 시절에는 사람자체를 피해야 병에 걸리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사람들을 피해서 살 수는 없었습니다. 돈이라도 벌려면 사람들 속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이 영화에서는 좀비영화지만 생존 혹은 재난에 관한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 줬던 것 같습니다. 어느정도 집안에 식량을 비축해두어야 하고 전기가 끊길 경우 수도가 끊길 경우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었던 것이죠. 좀비떼에서 살아나가는 과정에 대해 몰입을 하면서도 아... 집에 이런거 이런게 좀 필요하겠구나... 만약에 설마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만 우리동네에도 좀비떼로 넘실거리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거였죠.
막연하게 사막 한가운데 철판을 덧대고 뾰족한 칼이나 철근 같은걸로 마치 거북선 마냥 무장이 된 엄청 대단한 엔진을 달고 있는 자동차를 타고 군대에서도 본 적 없는 꽤 멋있어 보이는 총을 가지고 좀비떼들과 맞서는 영화였다면 남의 이야기라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아 물론 미국에서 살고 총을 살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도 저는 이번에는 어떤 총을 사고 총알은 어느정도 사놔야겠군... 정도의 생각을 했을 것 입니다. 하지만 한국실정에는 총기를 구할 수 없으니 영화에서 총이 나오는 순간 저건... 영화 속 이야기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살아있다 이 영화는 좀비 영화입니다. 하지만 막연한 재난에 관한 영화같습니다. 그 재난에 휩싸였을때 무기력해지는 사람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요즘 같은 코로나19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지금의 상황이라서 더 몰입이 된 것 같습니다.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심각한 상황이지만 잠깐잠깐 웃을 수 있는 순간도 있습니다. 아마도 영화 반도와 비교를 한다면 독립좀비영화정도의 규모라고 해도 될 듯 보입니다. 하지만 몰입감이라고 할까요? 그 감정이입의 정도는 왠만한 좀비 영화보다 더 몰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좀비떼였습니다. 우리동네에 좀비떼로 넘쳐난다면....저희 집에는.... 쓸만한게 장우산 밖에 없습니다. 이번주말에는 철물점에 가서 호미라도 하나 사놔야겠습니다.
'CONTENTS > 삶은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강철비2:정상회담-정치적, 교훈(육)적인, 지금까지는 제일 괜찮은 영화 (0) | 2020.07.31 |
---|---|
기대를 반도 안했는데 나름 재미있었던 영화 반도 (0) | 2020.07.16 |
꿈은 이루어진다! 영화 야구소녀 (0) | 2020.06.23 |
이태원 하루의 소동극, 영화 초미의 관심사 (0) | 2020.06.22 |
왠지 제2의 서편제가 될 것 같은 영화 <소리꾼> (0) | 2020.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