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횡당보도를 건너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길은 이런저런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어서 더러웠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런 그 길
차들이 휙휙 지나가면서 바닥에 가벼운 쓰레기들은 조금씩
바람에 날려 움직이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이 바닥에 쓰레기들은 줄거나 늘거나 없어질것이다.
그런데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나방 한마리가 바닥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날씨가 추워서 날아다니는 곤충들 보기 힘든 요즘에 나방 한마리가 그 바닥에 있었다.
힘들게 날개짓을 하지만 단지 날개짓만 할뿐
날아오르지는 못하고 있었다.
날씨가 추운데 나방이 있었다.
힘들게 날개짓을 하고 있었다.
횡단보도 옆에서
차들이 휙휙 지나가는데
그 바람 때문에 나방은 더 힘들어 보였다.
조금씩 기어가고
조금씩 날개짓을 하고 있었다.
도로쪽으로 그렇게 조금씩 가고 있었다.
아마도 이렇게 가다보면 힘들게 움직여서
도로한가운데 차에 밟혀 죽을 것 같았다.
신호는 바뀌었다.
잠시 차들은 멈췄고 나는 걸어야 했다.
나방을 그냥 둘까?
도로 바깥 쪽으로 갈 수 있게 무릎을 꿇어 바람을 불었다.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뒤집어 지지 않으려고
힘을 주고 있었다.
나는 횡단보도를 건넜다.
반응형
'삶은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당한 쉐보레 욕설 우편물 (0) | 2016.12.16 |
---|---|
속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가 많이 생각나는 요즘이네요. (0) | 2016.11.29 |
2016년 11월 19일 광화문 촛불집회 (0) | 2016.11.20 |
드라마 시크릿가든을 열번 넘게 봤던 것에 좌괴감을 느낀다 ㅠㅠ (0) | 2016.11.15 |
잊혀질 계절 2016년 10월 마지막 날을 아쉬워 하며 (0) | 2016.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