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약 20년 정도 애완동물 혹은 반려동물을 계속 키우고 있다.
그 사이 한마리는 죽었고 두마리가 아니 세마리가 생겼다.
이 20년 역사의 시작은 고등학교때 시골에서 데리고 온 요크셔테리어였다.
몸집이 큰 개들만 보다가 상대적으로 작은 강아지만한 개를 보니 여간 어색하고
징그럽지 않을 수 없었다.
성격도 안좋고 매일 문만 열리면 도망나가서
이름 부르면서 동네를 돌아다니게 만들었던 녀석이다.
그러다가 말티즈 한마리가 더 생겨서
개가 두마리였다.
늙은개와 어린개
집에서 누워있을때 좌청룡 우백호!
이러면서 요크셔테리어는 왼쪽에 말티즈는 오른쪽 팔을 베어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먹고 자고
지지고 볶고
시간은 잘도 갔다.
늙은개는 눈이 뿌옇게 변했고
몸에는 검버섯같은것도 보이기 시작했다.
가끔 어딘가에 부딪치기고 했다.
눈이 안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린개는 착해보였던 인상 아니 견상은
점점 개스럽게 변했다.
농장출신이라 그런지 피부병 귓병은 그냥 일상이었고
관절도 안좋아 수술 두번에 철심까지 박았다.
병원 데려가는게 일상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늙은개는 세상을 떠났고
어렸던 개는 혼자가 되었다.
그렇게 혼자서 나이를 먹으면서 있다보니
시츄가 집에 오게 되었다.
어렸던 개는 늙은개가 되었고
오줌 똥 못 가리는 개와 같이 지내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집은 20여년 계속 개를....
오줌 똥 못 가리는 개가 오기 전에
어머니가 데려오신 새끼고양이도 있었다.
어쨌든 20여년 동안 계속 말도 통하지 않는 동물들과
지냈다.
그 20여년 동안에 나도 모르게 많은 습관이 생겼나보다.
바닥에 누우면 항상 개들 이름 부르는 것
문을 열기 전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면 안에서 개 짖는 소리에 익숙했던 것
심심하면 고양이 찾으러 다녔던 것
떠오르지 않지만 동물들과 어울려 살면서 하던 소소한 것들
요즘 며칠 동안
개들과 고양이가 집에 없다.
나혼자 집에 있는데
집에 들어오기가 싫을 정도로 집은 너무 고요하다.
유일하게 집에서 움직이는 것은 거실에 걸려 있는 시계추와 나뿐이다.
유일하게 집에서 소리 나는 것은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과 나뿐이다.
한마디로 적막하고 적적하고 한가하고 고요하고 한산하고
단어들이 생각이 나질 않지만 어쨌든 쓸쓸하고 외로운 느낌이 많이 들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사람보다 못한 동물들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보살펴준게 아니라
그 동물들에게 많이 기대고 있었던 것이다.
똥오줌 못 가린다고 구박하면서 전주인한테 가라고 그랬던 시츄 녀석도 괜히 보고싶었다.
잠깐 개들과 고양이를 보러 갔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개 두마리는 양쪽 팔에 꼭 끼고 누워있었다.
쓰다듬어주고...
어딘가에 숨어있는 고양이도 꺼내서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고...
그렇게 20여년 애완동물 반려동물을 키운게
키운게 아니라 나도 키움을 당한 것 같았다.
언젠가 자식이 생긴다면 사람 키우는데 정신이 없어서 동물들을 키울 엄두가 나질 않을지 모르겠지만
항상 옆에 있어주고 부르면 와주는 그리고 아무말 없이 위로받게 해주는 그 동물들을 죽을때까지 안키울거라는 다짐은 결코 하지 못할 것 같다.
다합쳐 15킬로그램도 되지 않는 그 세마리의 빈자리가
나의 일상에서 엄청난 무게감이었다는 것을 이번에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석들이 돌아오고 며칠이 지나면
똥과 오줌을 치우면서 구박 하고 투덜댈것이다.
그렇게 또 자연스럽게 일상을 같이 할 것 같다.
소중한듯 안한듯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듯
그냥 같이 자고 먹고 시간을 같이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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