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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삶은 뮤지컬

잊지 말아야 할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픈 이야기 뮤지컬 꽃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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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아픈 역사는 젊은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너무 막연하다.

한국전쟁이나 일제침략 시기는 교과서에서나 배운 너무나 막연한 이야기다.

막연하게 끔찍하다. 다시는 똑같은 일이 반복되면 안된다. 이 정도의 생각만 할 뿐이다.

아니 요즘에는 그런 생각 조차 안하고 사는지도 모른다. 


꽃신이라는 공연을 봤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전개 속도는 너무나도 빠르다. 

한정된 시간 동안 피해자 할머니들의 인생을 표현하려면 어쩔수 없이 빠른 전개가 필요하다.


어린시절에서 갑자기 끌려가서 고생하는 그리고 돌아와서도 그 잊고 싶은 기억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다가 인생을 보내는 그런 내용이다.


우리에게는 피해자 할머니들은 나이 지긋하게 드신 어르신들이다.

주름도 많고 흰머리도 많은 할머니...

그리고 막연하게 그녀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이다. 이렇게 생각한다.


그녀들이 한참 예쁘고 꿈 많은 그 나이에 위안부에 끌려가서 고생을 했던 그 나이를 쉽게 상상하지는 못한다.


공연에서는 나름 친절하게 관객을 시간여행을 시켜준다.

그녀들의 어린시절 그 꿈많고 이쁘고 아름다운 시절을 보여준다. 그리고 어떻게 끌려갔는지 끌려가서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그리고 고향에 와서 얼마나 힘들어했는지를 보여준다.


공연을 보면서 마음은 한없이 불편해진다. 전혀 즐겁지 않다.

답답하다. 화가 난다. 하지만 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런 답답한 공연이 무슨 의미일까? 왜 만들었을까? 


제목을 보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제목 꽃신

이 꽃신의 역할을 보면 이 공연의 끝은 해피엔딩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어린시절 위안부에 끌려가기 전 사랑하던 순옥과 윤재의 사랑을 표현하는 꽃신

평생 한사람만을 그리워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꽃신


비록 그 꽃신은 두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에 역할을 다 하지 못했지만

공연 말미에 저 세상에서 나마 두 사람의 사랑은 결실을 이루게 되는 장면에서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짐을 느끼게 된다.


위안부 희생자 할머니들

그 분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공연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달래 줄 수 있는 공연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 불 어 


이 공연을 보면 무대가 굉장히 단순하다. 

가운데에 살짝 물결치는듯한 계단 처럼 경사가 있는 빨래판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그 장치를 계속 보게 되었다.

분명 무슨 의미가 있지 않나 싶었다.

계단일까? 파도일까? 가끔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길의 역할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모양은 빨래판 모양이다. 

모든 공연의 장치에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그 의도는 의도한 사람의 목적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관객들에게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주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기도 하다.


나는 그 빨래판을 보면서 우리나라 빨래문화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예전 냇가에서 빨래를 하면서 우리 어머니 할머니께서는 그 빨래터에서 수 많은 이야기들을 공유했을 것이다.

남편 시댁 흉부터 이런저런 속내를 다 터놓고 지냈을 것 같다.

다행인것은 물이 졸졸 흐르고 빨래 방망이로 두드리고 빨래를 헹구고 문지르는 소리에 그녀들의 대화는 밖으로 크게 나가지 않았을 것 같다. 

그녀들의 고민상담소가 빨래터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관객과 공연이 서로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터놓고 이야기 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할머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하면 조금이나마 잠깐이라도 가벼워진다.

그렇게 뮤지컬 꽃신은 우리에게 이야기한게 아닌가 한다.


꽃신을 보고 나와도 현실에서는 해결되는 것은 없다.

하지만 할머님들의 답답함은 아주 조금이라도 가벼워지지 않으셨나 한다.


그와 더불어 꽃신!

그 꽃신을 보면서

예전에 봤던 태극기 휘날리면에서 나오는 구두가 생각났다.


애인에게 신발을 사주면 도망간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보다는 소중한 사람에게는 좋은 신발을 선물하는 게 정답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시 한번 강조해본다.

이 뮤지컬은 화려하고 멋지고 막 자랑할 만한 공연은 아니다.

이 꽃신을 보고서 친구에게 뮤지컬 꽃신 봤어!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좋았겠네~ 이런 반응을 얻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공연장도 그렇게 멋지지 않다. 

오디오도 완벽하지 않다.


열악한 환경에서 올려지는 공연이다.

하지만 공연내용은 천천히 다가온다.

그 이유는 우리가 짊어지고 해결해 나가야 할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꽃신이라는 공연이 조금씩 다듬어져서 계속 공연이 되는 것이다.

피해자 할머님들이 한분 두 분 떠나셔서 이 세상에 아무도 계시지 않는다 해도 계속 공연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안고 가야 할 역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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