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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든 도시 그 어디에 있는 빨래터를 찾아서 뮤지컬 빨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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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든 도시 그 어디에 있는 빨래터를 찾아서 뮤지컬 빨래 #1

http://lifehotstory.tistory.com/475



지난 6월 28일 빨래터를 찾아 나섰다.

대학로

실상 대학로라 불리어지는 그곳에는 대학간판은 보이지 않았지만 대학로라 불리어지는 그곳에 빨래터가 있다고 해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대학로에는 참으로 많은 공연들이 무대에 올려져있었고 그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 혹은 그냥 대학로라는 곳에 놀러 온 사람들로 가득해 보였다.


이곳 저곳 대학로라 불리어지는 그 지역을 둘러보다가 빨래터를 찾았다. 이름은 아트센터K 네모극장


무대는 흡사 달동네의 이곳저곳을 모아 놓은 듯 한 모습이었다.

달동네에는 아직 살지 않았지만 왠지 정감이 간다. 아마도 단칸방에는 살았던 기억이 남아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요즘 대학생 정도 되는 사람들은 뮤지컬 빨래의 무대가 굉장히 낯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25같은 편의점이라도 무대에 올려놨으면 익숙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편의점이 있거나 없거나 공연에 몰입하는데에는 아무런 지장은 없었다.


지방에서 올라와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나영

몽고에서 대학교 공부도 마쳤지만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와서 공장에 취직했지만 공장에서 돈도 못받고 사람취급도 못받는 솔롱고 그리고 솔롱고의 친구 마이클

동대문에서 옷가게 하는 희정엄마와 그의 남친 구씨

그리고 나영이 희정엄마의 안집아줌마 아니 안집할머니인 주인할매 그리고 그녀의 딸 둘이

하늘에서 빛줄기를 받으며 새들의 서점 주인이 되라는 합창을 들으며 서점사장이 된 악덕업주

그리고 배우는 같지만 다른 배역의 여러캐릭터 들이 빨래터를 가득 채웠다.


소외되고 상처받고 쳇바퀴마냥 반복되는 일상에 내일의 희망이란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지만 

그 사람들 사이에 피어나는 끈끈한 인정이 내일을 버텨나갈 힘이 되어주는 것 같았다.


자신의 상처도 보듬기 힘든 사람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응원을 해준다.

그런 순간순간의 에피소드들을 너무나 빠르게 마음 속 깊은 곳에 이야기 해준다.


이 공연이 안정화 된 공연이란게 느껴지는 것은 눈물코드와 웃음코드를 거의 동시에 던져준다는 점이다.

한참 슬픈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한쪽 구석에서는 웃음코드를 날려준다. 

어쩌면 한참 슬퍼지려고 하는 관객들에게는 웃음코드는 정말 분위기 깨는 부분 일 것 같다.

하지만 그 웃음코드는 툭하고 던지는 수준이기에 눈물 흘리는 관객들이 모르고 지나갈 부분일 것도 같았다.


어쨌든 내용을 분석하고자 하는건 아니다.

단지 빨래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뮤지컬 빨래는 삶의 무게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다. 

반복되는 무게감

반복되는 삶의 찌든 때...

이것을 빨래로 표현 한 것 같다.

매일 새 옷을 사서 입는 사람이 거의 없듯이

아무리 땀에 찌들고 먼지에 더러워져도 세재로 거품 내서 빨고 깨끗한 물로 헹구고 맑은 하늘에 있는 해와 바람으로 말리면 뽀송뽀송하고 햇쌀냄새나는 옷으로 거듭나듯이 우리의 어제와 오늘을 빨아서 깨끗한 내일로 바꾸는 모습을 뮤지컬로 표현한 것 같다.


부족한 글로 표현하기가 너무 힘든 것 같다.


공연에 나오는 노래 중 한 노래의 가사를 옮겨 보겠다.


슬픈땐 빨래를 해


<희정엄마>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시간이 흘러 흘러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

슬픈 네 눈물도 마를거야

자, 힘을 내


<주인할매>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여

시간이 흘러 흘러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

슬픈 니 눈물도 마를 거여

자, 힘을 내


<나영>

억울하구요. 화가 막 나구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주인할매,희정엄마>

슬픔도 억울함도 같이 녹여서 빠는 거야

손으로 문지르고 발로 밝다 보면 힘이 생기지

깨끗해지고 잘 말라 기분 좋은 나를 걸치고

하고 싶은 말 다시 한 번 하는 거야


<나영>

월급은 쥐꼬리 자판기 커피만 뽑았죠

야간대학 다니다 그만 둔 지 오래

정신없이 흘러간 이 십대

뭘 하고 살았는지 뭘 위해 살았는지

난 모르겠어요.


<주인할매,희정엄마>

뭘 해야 할 지 모를만큼 슬플 땐 난 빨래를 해

둘이 기저귀 빨 때 구씨 양말 빨 때

내 인생이 요거밖에 안 되나 싶지만

사랑이 남아 있는 나를 돌아보지

살아갈 힘이 남아 있는 나를 돌아보지


<주인할매,희정엄마,나영>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깨끗해지고 잘 말라서 기분 좋은 나를 걸치고 

하고 싶은 말 하는 거야


<희정엄마>

난 돈도 많이 벌고 사랑도 많이 할 거야


<주인할매>

난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 거여


<나영>

난 지치지 않을거야


<희정엄마>

자 힘을 내


<주인할매>

자 힘을 내


<나영>

자 힘을 내


<모두>

자 힘을 내 

어서


공연에서 이 노래를 들을 때 쯤에는 아마도 여러번의 눈물과 웃음으로 마음이 어느새 가벼워져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대학로에 있는 빨래터에서 관객은 자신의 속상함을 대신 말해주고 슬퍼해주고 응원해주고 있는 배우들과 도시 그 어느 곳의 소외되고 힘들고 지친 공연의 시공간적인 배경을 지켜보다가 어느새 극에 빠져들어 희정엄마도 되고 주인할매도 되고 솔롱고도 되고 나영도 될 것이다.


그리고 잠깐이나마 가벼운 발걸음으로 빨래터를 벗어 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힘든 현실을 느낄 것 이다.


이 도시 어디엔가 희정엄마,주인할매,나영,솔롱고... 그 들이 서로 힘을 내면서 살아가듯이 우리도 서로 응원하면서 힘 내면서 살아가면 된다.


그렇게 힘을 내고 또 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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