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개 두마리 고양이 한마리가 있다.
제일 오래 키운 개는 누나가 나의 군대 전역 선물이라면서 샀던 개다.
털이 하얗고 눈은 까만게 아주 솜사탕에 초코렛을 박아 놓은 것 마냥 귀엽고 예뻤다.
하지만 영양상태가 안좋은 개농장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10년 넘게 골골 대고 있다.
어쨌든 우리집은 그 녀석 이전에 키우던 개를 포함하면 연속으로 20년 정도를 개를 키우고 있는 것 같다.
그 이전 개들은 집안에서 키운 기억은 없던 것 같다.
개집 하나 만들어 주고 못쓰는 냄비에 먹다 남은 밥 주면서 키웠던 기억만 난다.
발바리 정도만 키우던 입장에서 요크셔테리어 같은 작은 개를 키우게 되었을때에는
너무나 징그러웠었다.
조그만게 종종종 거리면서 쫓아다니고 짖어대니 신기하면서도 이상했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을 빨리하는 동물!
집안에서 잘때도 팔베개 해주고 시도 때도 없이 안아주고 만져주다 보니까 어느새
옆에 당연히 있어야 하는 동물이 되어버렸다.
앞서 말했지만 우리집은 개를 20년 정도 쭉 키워왔다.
그전에 키우던 개들도 몇마리 있었지만 동물병원은 없고 가축병원만 있던 동네에 살아서 그랬는지
그냥 몇달 못 키우고 세상을 뜨는 경우가 많았다.
동네 놀이터에서는 어른들이 꽤 큰 개를 잡느라 동네에 개 털 타는 냄새도 많이 났었던 그 시절
개는 그냥 집 지키는 동물, 화가 날 때 걷어 차는 화풀이 상대, 한여름 복날에 몸보신 하는 동물 정도로 생각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요즘시대의 개에 대한 시선으로 20년 전의 나를 본다면
참 많은 손가락질과 댓글로 욕을 얻어먹은 덕분에 장수를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20여년전 그 당시에 살던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비슷하게 개를 대했던 것 같다.
살림살이가 나아지진 않았지만 작은 애완견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던 그 즈음
어떻게 우리집에도 그 작은 애완견으로 불리어지는 개가 들어오게 되었고
먹다남은 밥을 주면서 같이 살았었다.
그렇게 개들과 10년 넘게 살아가면서 보여지는 점은
개들도 나이가 먹으면서 사람과 비슷한 병에 걸린다는 것이었다.
눈은 점점 흐리멍텅해지고 잘 깜빡이지도 않는다.
개들도 나이를 많이 먹으면 백내장에 걸린단다.
귀도 잘 안들리는건지 들려도 일일이 아는 척 안하는건지...
키운지 13년째였는지 14년째였는지 내가 데려온 개의 이야기다.
죽기전날 몸이 굳어가는 녀석을 붙잡고
'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라고 말하니 녀석의 눈에서 눈물이 올라왔다.
그 눈물을 본 후 개는 더이상 동물이 아니었다.
아니 이제는 개라는 동물과 교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의 습성을 조금 더 잘 알게 된 것 같았다.
눈을 보면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았다.
수많은 종류의 동물 중에서 그나마 제일 가까워진 동물이 개가 되었다.
그렇게 한 마리의 친구를 보내고
계속 또 한마리 또 한마리 를 키우고 있다.
개들이 다 똑같진 않다.
성격도 다르고 지능도 다르다.
똑똑한 개도 있고 살짝 둔한 개도 있다.
사람의 뜻대로 교육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름을 지어주고 불러주는 순간 그런 능력은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 생각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지난 20여년간 키우고 있는 개 세마리 중
개농장에서 분양 받은 개를 제외하고는
두마리는 강아지가 아닌 개가 되어서 우리집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가끔 전주인들을 보게 되면 어찌나 반가워하면서 꼬리를 치는지
키우는 보람을 못 느낄 정도였다.
그렇게 개들은 사람을 미워하지는 않는 것처럼 보였다.
계속 키우지 않고 누군가에게 맡겼을때는 버림 받은거나 마찬가지였을텐데
전주인에게 으르렁 거리기는 커녕 현재주인한테 하는 것보다 더 잘하는 걸 봤을때
어쩌면 자기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항상 여름만 되면 유기견이 급증한다는 소식은 너무 많이 들어서 새롭지도 않다.
더군다나 사람들도 먹고 살기 힘든 어려운 세상이니 개를 챙길 여유가 없다는 것도 이해가 간다.
휴가지까지 가서 놓고 온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주인과의 행복한 마지막 여행?!
피서지라는 장소적 특성 상 사람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주인을 만날 확률이 높음?!
그 결과 로드킬을 당할 가능성이 낮음!?
기타등등...
반려동물 혹은 애완동물로 칭해서 키우는 동물들은 장난감이 아니다.
사람보다 오래 살지 못하기에 죽을때까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책임감이 부담스럽다면 아예 키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라리 화초를 키우는 것을 추천한다.
개고기에 대한 의견이 많은 까닭은
많은 사람들이 개를 키워서다.
소나 돼지를 키우고 있다면 그 고기를 먹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름을 불러주고 쓰다듬고
나를 알아보고 달려와서 안기는 그 동물은
이미 동물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가깝게 존재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름을 불러주고 교감을 하는 순간
동물이 아닌 친구가 되는 것 같다.
동물들이 사람 말을 하지 못할 뿐이지
감정과 생각은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쉽지 않겠지만
키우기로 한 이상 최선을 다해 책임을 다해줬으면 좋겠다.
쉽지 않을 것 같다면
그냥 주변사람이 키우는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종종 보면서 만족했으면 좋겠다.
두서없이 주절주절 적어놨다.
개랑 고양이 좋아하고 오래 키운 사람이
휴가지에 버려진 개들 소식 듣고 흥분해서 떠들어댔다고 너그럽게 읽어주셨면 감사하겠다.
<사진출처-SK에너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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