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일상..

소소한 행복을 찾아서_나와 나의 측백나무

삶은 이야기 2022. 4. 19.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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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자라지 않은 까닭인지 산과 나무가 늘 근처에 있었기 때문인지

나는 나무는 그냥 원래 그렇게 있는거라 생각했었다.

 

어린시절 기억을 더듬어 보면 동네아이들과 산에 있는 나무를 톱으로 베었던 적이 한 두번 있었던 것 같다.

꽤 어린나이였는데 톱을 들고 다닌 것도 좀 이상하고 힘들게 나무를 베었던 것도 좀 이상했지만 

아마도 그때 그게 나름의 색다른 놀이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요즘에는 아니지만 2006년 이전까지는 식목일은 빨간날... 즉 쉬는날이었다. 

TV에서는 당연히 식목일 즈음 묘목을 심는 모습이 의례적으로 나왔었다. 

명절때 막히는 고속도로와 묘지에서 성묘하는 사람들이 헬리콥터를 보면서 손 흔드는 장면이 나오듯 말이다. 

 

식목일에 나무를 심으라고 쉬는날로 만들어놨을텐데 

나에게는 그냥 따뜻하고 쾌적한 교외로 나가지는 못해도 창문 열고 낮잠 자기 좋은 날이었다. 

 

그렇게 각박하고 척박한 나의 인생에 

우연찮게 어떤 나무를 심을까?.... 라는 고민을 몇년 전(2019년)에 하게 되었었다. 

 

 

미세먼지를 맞서는 소심한 봄맞이 측백나무 묘목 심기,

미세먼지가 일상이 된 요즘 비싸고 좋은 마스크를 쓰는 것이 최소한의 건강지키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주변을 보면 발전이 되면 될수록 나무를 비롯한 많은 산들이 없어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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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측백나무들은 나름 잘 자랐던 것 같다. 

당시 17그루를 심었던 것 같은데... 

 

옆집에서 제초작업 도중 베어버리면서 잔혹하게 잘려나간 사고나 유난히 비가 많이 와서 물 빠짐이 안되어 죽어버리는 등의 자연재해를 입으면서 현재 남은 측백나무들은 7그루 정도가 된다. 

 

하루하루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주말에 가끔씩 지켜보면 너무 더디게 키가 자라는게 많이 답답하기도 했다.

마음같아서는 얼른 얼른 자라났으면 좋겠지만 워낙 작은 묘목을 심었기 때문에 더욱 더딜 수 밖에 없었다. 

 

성질 급한 사람이라면 5년 이상 자란 나무를 심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은데...

나는 경제상황에 맞춰서 저렴한....그러니까 어린묘목을 심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어린 묘목을 심어서 그랬을까...

어느새 내 키를 훌쩍 넘어간 측백나무를 보면 기분이 무척 좋아진다. 

가늘었던 줄기도 꽤 두꺼워지고 잎도 가지도 풍성해진 것을 보면 이제 측백나무가 되었구나 싶다.

 

 

측백나무에서 씨앗을 재작년 작년 이렇게 두번 채취했다. 

씨앗들이 엄청나게 많다면 인터넷에서 나오는대로 가루로 발라도 보고 술도 만들어 보고 할텐데...

양이 애매하다. 

 

그래서 그 씨앗을 발아시켜서 심어보려고 몇번을 시도해봤다. 

처음 씨앗을 발아시켜서 키웠던 측백들은 6그루 정도 쯤 되었을까...

그 나무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하찮은 크기와 모양이지만...)을 심었지만 한그루만 남고 나머지는 이세상 나무들이 아니다. 

그 한그루는 다행히 지난겨울을 바깥에서 시커멓게 질리도록 추위에 맞서 살아남았다. 

아직은 이 나무에 대한 애정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씨앗을 발아시켜 나무답게 키운 첫나무가 되겠다. 

 

그리고 이후에 또 여러씨앗을 발아시키고 어줍잖은 잎새를 자랑하며 세상에 나왔던 측백나무들 중 2그루의 측백나무가 집안에서 측백나무 모양을 하면서 자라는 중이다. 

가까이 자주 봐서 그럴까 나에게 이 2그루의 측백나무는 살짝 애착식물에 가까운 것 같다. 

가끔 보고 있으면 잠깐이지만 잡생각이 없어지면서 마음이 편해진다. 

 

2022년이 되면서 이상하게 나의 머릿속에 잊혀졌다가 떠오른 것이 바로 나의 <행복> 이다.

 

행복이 무엇인지...나는 잘모르겠다.

지금까지 짧지 않게 살아오면서 나는 많이 포기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그냥 포기하면 편하다는 생각으로 많은 것들을 포기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올해에는 그래도 소소하게 나의 행복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소리에 대한 소소한 행복을 찾아서 블루투스 스피커도 사기도 했다. 

 

소소한 행복을 찾아서_마샬 엠버튼 블루투스 장만기

블루투스 스피커들이 사은품 같은것으로 소소하게 받은 제품들이 몇개 있었고 지인이 해외여행 기념으로 보스 사운드링크 미니 가품을 주신 덕분에 잘 쓰지 않던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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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틀어박혀서 인터넷 할 때 조금이라도 쾌적하게 사용하고 싶어서 거의 10년만에 무선인터넷공유기도 바꾸기도 했다. 

 

 

소소한 행복을 찾아서_무선인터넷공유기 장만기_ipTIME A2004MU

우리집에서 10년 넘게 쓴 인터넷 공유기는 아이피타임의 N6004였다. 새로운 물건을 잘 쓰던 사촌동생이 사용하던 공유기를 보고 당시 넷기어 무선공유기를 친구에게 주고 구입했던 무선공유기 N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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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돈을 쓰면서 물건을 사는 것이 꽤 즐겁기는 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소유하는 것....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나의 행복을 돈으로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돈이 없으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안타깝고... 

그리고 돈 없으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거였다.....

 

나는 과연 어떻게 하면 많이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소소하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봤다. 

 

곰곰히 생각하다가 최근 내가 어떤 상황에 제일 즐거웠는지 더듬어 보니까... 나무를 심었을 때...그리고 나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시간을 기다릴때가 행복했다는 것을 발견했다...(안타깝다...사람에게서 행복을 느껴야 하는 거였는데..ㅠㅠ)

 

어쨌든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나는 행복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씨앗들을 세상에 내놓기로 했다. 

생각처럼 발아가 잘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두그루라도 싹이 돋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아마도... 흙을 뚫고 싹이 돋아나기 시작하면 나는 꽤 행복해질 것 같다. 

그리고 그 싹들이 많이 돋아나면 그만큼 더 행복해질 것 같다. 

그리고 그 싹들 중 꽤 많은 수가 더이상 크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아쉬워 할 것이다 

그런데 그래도 한두그루가 열심히 커가는 모습을 보면 아쉬운 와중에 더 행복해질 것 같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그 싹들이 흙을 뚫고 나오기 전까지 시간이다.

나는 아마도 굉장히 기대를 하면서 화분을 볼 것이다. 

 

그렇게 나는 소소하게 행복감을 느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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