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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일상..

음식에도 인연이 있었을까? 속초중앙시장 <속초진짜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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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순대를 참 좋아합니다.

돈이 여유로워서 자주 식당과 같은 곳에서 사먹지는 않지만 순대에 대한 열망은 좀 큰 편인지 마트를 둘러 보다 순대를 팔고 있으면 얼른 집어서 집에 옵니다. 그 집에 오는 동안에 이걸로 어떻게 요리를 해먹을까... 고민을 많이 하지만 결국 제일 만만하게 전자렌지에 돌려서 먹는다거나 라면에 넣어 먹는 정도로 대충 먹게 됩니다.

순대를 언제부터 먹게 되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게 됩니다. 초등학교 시절이었을까요? 어릴때부터 그렇게 잘 먹고 살지 못했던 까닭에 순대도 언제 먹었는지 잘모르겠지만 첫 기억은 시커멓고 비닐같은 느낌과 당면이 들어 있고 찍어먹는 소금이 엄청 짜서 이걸 무슨 맛으로 먹나.... 하는 첫기억이 떠오릅니다.

그후로 순대는 그냥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순대의 조합으로 많이 먹었던 것 같습니다. 술을 마시기 시작한 이후로는 어쩌다 안주로 먹는 음식이었고 술은 마신지 강산이 두번 바뀌자 해장으로 생각나는 음식이 순대국이었습니다. 나이가 늘어가면서 건강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라면과 술을 마시면 뭔가 몸이 더 안좋은 느낌이었습니다. 보통 술을 거하게 마신다음 해장으로 라면을 먹게 되는데 언제부턴가 라면을 멀리하게 되고 순대국이 땡기기 시작했습니다. 땡기긴 하지만 순대국을 하는 곳 까지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순대에 대한 열망은 그냥 마음 속에 간직하게 됩니다.

최근에 친척집에 갔을때 순대전골을 먹어본적이 있습니다. 순대가 하얗고 담백한 맛에 조금 탱글한 맛이 있었습니다. 저는 살아오면서 평범한 순대는 두 종류라 생각했습니다. 당면이 엄청 들어있는 시커먼 순대 그리고 시커멓지만 당면은 없고 피를 섞어서 뭔가 고급진 순대 그 정도라 생각했습니다. 사실 순대는 당면이 들어있는 순대도 맛은 있습니다. 당면이 들어 있지 않은 시커먼 순대는 조금 더 고급스러운 순대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얀 이 순대는 그동안의 순대에 대한 한계점을 깨뜨렸던 것 같습니다. 육수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긴 하지만 전골은 먹을때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게 되었는데 그 땀은 몸이 아플때 아파서 나오기도 하고 몸에 안좋은 것들을 땀으로 배출할때도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순대전골을 먹으면서 흘리는 땀은 몸에 안좋은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조금 개운하다고나 할까요?

우연찮게 볼일이 있어서 속초중앙시장근처에 가게 되었습니다. 아무생각없이 시장입구 근처를 보고 있는데 닭모양의 간판이 보이고 만석이란 글씨도 써있길래 뭔가 했지만 나중에 찾아보니 만석닭강정 본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정도로 제가 속초에 갈일도 없고 맛집도 잘 모르는 사람인데 속초중앙시장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시장입구로 가니 시장 초입에 제가 맛을 봤었던 그 순대를 만들고 파는 집이 있었습니다.

 

 

속초진짜순대.... 이름은 그렇게 확 와닿지는 않습니다. 속초순대 속초진짜순대 속초가짜순대....속초정통순대, 속초 원조순대 등등... 하지만 이름이 중요하진 않습니다. 음식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음식이니까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순대를 직접 만드는 곳이 드물다고 합니다. 공장에서 납품 받는 식으로 해야 수지타산이 맞는다는 말인거죠. 그렇다면 괜찮은 공장 하나 알아놓고 장사를 하면 나름 경쟁력이 있을거라 생각도 들긴하는데요. 속초진짜순대 이 집은 직접 순대를 20여가지 재료를 넣어서 만든다고 합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더 건강에 신경쓰인 음식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집의 순대맛은 속초에 오기 전부터 맛을 본터라 굳이 안에 들어가서 음식을 시켜먹지는 않았습니다. 잠깐 들어가서 둘러보고 나왔죠. 넓직한게 시원하고 깨끗했습니다. 다음에 속초에 놀러 오게 되면 여기서 음식 몇개랑 술한잔 하면 굉장히 좋겠다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요.... 시장안에 있기 때문에 술을 진탕 마실만한 곳은 아닐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술이 중요한게 아니었습니다.

 

 

이집 순대를 먹으려면 속초까지 와야 한다는 것... 이것이 중요한 점이었습니다. 차라리 공장에서 납품을 받는거라면 속초에 살지 않는 사람들도 맛을 자주 볼 수 있을텐데... 다른 사람은 둘째치고 저 역시 이집 순대를 먹을 일이 별로 없을거라는게 아쉬운점이었습니다.

사람의 입이 간사한 이유가 있습니다. 맛있는 걸 알고 나면 맛의 기준점이 바뀐다는 것이죠. 쉽게 올라갔던 기준점이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그 맛을 느끼고 싶으면 어쩔수 없이 속초에 가야 할겁니다. 속초중앙시장을 구경하고 여러 음식을 맛볼겁니다. 그리고 차를 타러 주차장에 가는 길에 만석닭강정을 포장해서 떠날겁니다.

저는 다음번에 속초에 가게 되면 중앙시장 구경을 하고 속초진짜순대에서 속을 채우고 음식을 포장하고 나오는길에 만석닭강정에 들려서 닭강정도 사갈겁니다.

속초에 사시는 분들은 만석닭강정이나 속초진짜순대 같은 맛집에 대한 소중함이 좀 덜하실 것 같은데... 조금은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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