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일상..

송재호 배우님의 명복을 빕니다.

삶은 이야기 2020. 11.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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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름없이 인터넷에 뜬 여러가지 소식을 보다가 눈에 띄는 부고 기사가 있었습니다.

송재호 배우님의 별세 소식...

어린시절 마트 앞에서 그리고 은행 안에서 뵈었던 두번의 기억이 전부였고 그 후 영화에서 나오면 우리동네 사시는 분이라면서 반가워했던 그 기억이 있습니다. 

 

머리는 하얗고 인상은 부드럽고 편안한 평범한 동네 아저씨... 분명 처음 뵙는 분이었지만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이 나는 건지 저의 잠재의식 속에는 괜히 친근함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때 공부를 잘하지 못했던 저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삭발을 감행합니다. 

면도기로 쓱싹쓱싹... 날이 무딘 면도기는 머리에 따끔한 상처를 입혔습니다. 

조금 어색해서 어울리지 않는 모자를 쓰고 다녔었는데요... 어느날 꽤 더운 여름... 저는 어릴때 부터 여름에 자주 하던 은행에서 시간 보내기를 했었습니다. 겸사겸사 은행에 볼 일도 있었는지도 모르겠는데... 은행 자동출금지급기에 줄을 서있었죠. 그 줄 속에 송재호 배우님도 계셨습니다. 동네 아주머니는 굉장히 친한척하면서 배우님께 말을 걸고 있었고... 저는 아무생각없이 줄을 서있었습니다. 송재호 배우님은 저를 위아래로 훑어 보셨는데... 한참 세상에 반항심이 가득차고 있었던 그 시절 저도 강렬한 눈빛을 보냈습니다... 굉장히 불량스럽게 말이죠.

 

시간이 흘러 가끔 그 은행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면 저의 삭발머리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어린시절에는 그냥 세상에 반항하는 삭발머리.... 그리고 시간이 20여년 이상 흐른 지금은 그 삭발머리가 아픈 사람의 머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송재호 배우님은 그때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궁금도 합니다. 

 

우리의 삶에도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어마무시 합니다. 배우의 삶 속에서 스쳐지나가는 사람은 보통의 사람들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 스쳐지나간 사람 중 한명이겠죠... 한.... 30초 정도 스쳤을 듯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30초는 저에게 깊게 각인이 된 시간이었나봅니다. 

한동안 송재호 배우님이 나오면 굉장히 반가워 했으니 말입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도 반가웠습니다. 

다음영화 '살인의 추억' 정보검색 중 이미지

그렇다고 엄청난 팬은 아니었습니다. 

송재호 배우님이 나오신 작품을 꼼꼼하게 챙겨 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1987KBS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 

하지만 어쩌다가 오래된 흑백 텔레비전 광고를 보다가 혹은 오래된 영화 속에 송재호 배우님이 나오는 걸 보면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머리가 하얀모습만 알았으니... 

아 그 아저씨 정말 미남배우였었구나... 어떤 영화에서는 의외의 거친 배역으로도 나옵니다.  

 

영화 꼬방동네사람들

송재호 배우님의 연기 스펙트럼이 많이 넓으셨었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일부러 송재호 배우님이 나오신 작품들은 찾지 않을 겁니다. 

이런저런 작품들을 접하다가 송재호 배우님을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어린시절 삭발머리 했던 제가 은행에서 잠깐 뵈었던 것 처럼 우연히 말이죠. 

그리고 저는 그때 그 잠깐의 시간을 기억할겁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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