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S/삶은 연극

소극장 폐관을 축하합니다. 안녕 게릴라극장! 안녕 소극장!

삶은 이야기 2017. 5. 3. 10:20
반응형

지난 2017년 4월 16일 

그날은 세월호 3주기 였습니다.

그리고 부활절이기도 했었습니다.

여러 의미있는 날이었던 그날은 2017년 4월 16일 이었습니다.


대학로의 한 소극장이 문을 닫는다는 말을 들어서 오랜만에 서울구경을 갔습니다.


대학로에는 사람이 참 많았습니다.

사실 집이 아닌 사람이 모일만한 곳에 가보면 사람들이 참 많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날 제가 간 소극장은 게릴라극장이었습니다.


이름은 여러번 들었던 것 같은데 공연을 보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극장 앞에는 벤치가 있어서 마땅히 갈 곳이 없던 저는 그곳에 앉아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날은 앞서 말했지만 부활절이었습니다.

교회를 다니시는 분들이 부활절 계란을 나눠주고 계셨습니다.

저는 두개를 받았죠.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봄날씨였었죠.


그런데 부활절 계란을 나눠주시던 부부와 두분의 따님이 극장 앞에서 잠깐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극장관계자와 나누는 말씀을 들어보니 결혼한다음 이사왔을때 있었던 극장이라면서 폐관을 아쉬워하셨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두분의 따님보다 그 동네에 오래 있었을 극장임에는 틀림없네요.


동네에 소극장이 있다는 것은 아직 저희동네에 소극장이 없어서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 동네에 사시는 분들은 오다가다 극장에 공연포스터가 바뀌는 모습과 공연을 기다리거나 보고 나오는 관객들의 모습들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여겨졌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날 마지막 폐관 공연은 <황혼>이었습니다.

 

 

 

매진....

이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예매를 했었어야 했는데.... 사실... 그 극장에 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집에서 멀었고 멀었고 멀었습니다....


아무튼 귀찮지만 어떻게 어떻게 낯선 서울까지 갔고 간신히 보조석을 차지 할 수 있었습니다.

제 시야의 약 5분의 1을 기둥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영화에서 많이 보던 명계남 배우가 나옵니다. 

신기했습니다. 영화배우다....


연기를 참 잘했습니다.

좋은 작품 같았는데 조금 어려운 감이 있었는지 아니면 서울까지 올라오느라 피곤했는지

조금은 지루했습니다. 

폐관하는 날 마지막 공연이기에 하나의 의식이라 생각하면서 끝까지 봤습니다.















이렇게 황혼이라는 연극의 마지막 공연날은

한 소극장의 폐관일이었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는 것처럼 

어떤 부부의 신혼생활과 비슷하게 시작되었던 소극장은 일상에서 추억으로 사라졌습니다.


그 소극장 자리에는 무엇이 들어와있는지는 나중에 가봐야 알 것 같습니다.


어릴때 동네 몇군데에 있던 서점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는 술집이 생겼을 때의 그런 섭섭한 느낌도 듭니다.


책 읽는 시간보다 술 마시는 시간이 더 많기는 하지만 종이냄새 맡으면서 이 책 저 책 훑어 보는 그 시간도 참 좋아했는데

이제는 동네 작은 서점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영화관도 다 비슷비슷해졌고 서점도 다 비슷비슷해졌으니까요.


언젠가 연극이나 뮤지컬도 대형극장에서만 볼 날이 올까요? 



연희단거리패 극단 사람들은 30스튜디오라는 둥지를 마련해놓았기 때문인지 폐관하는 분위기가 우울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초대 받은 사람들은  악수를 건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폐관을 축하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