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은 아이들이 많은 가족을 싫어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너무 시끄럽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입주 전에 아이들 수를 줄여 말하고 막상 이사 들어오는 그 날에는
듣지 못한 아이 한 두명이 더 오는 그런 전세집 입주공략을 많이 사용하던 그 시절
개를 식구처럼 기르기에는 무리가 있던 그때였다.
지금과 같은 애완견이라는 개념이 없던
집 지키고 남은 음식을 처리할 수 있는 그리고 화날때 화풀이 대상 쯤 되었던 그 시절이었다.
개의 수명은 그리 길지 못했던 것 같다.
복날 즈음에 팔려가거나 없어지는 개들도 많았다.
연탄을 버리러 동네 쓰레기장 쪽으로 가다 보면 놀이터에서 개를 잡는 동네 아저씨들도
낯설지 않는 풍경이었고 그냥 그러려니 하는 어린시절.
그래도 개는 참 귀엽고 좋은 친구같은 동물이었던 것 같다.
땅꼬맹이 시절 옆집에 개가 있으면 굳이 가서 아는 척하다가
허벅지도 물리고 손가락도 물렸었지만
물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친해지겠다는 욕심이 더 컸는지
아직도 개는 무서운 존재가 아닌 친해지고 싶은 존재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우리집을 스쳐지나간 그리고 아직까지 키우는 개들은
트럭에 치여 죽었다는 녀석이랑
홍역 장염으로 죽은 녀석
2층 전세로 이사가면서 시골외가에 보냈다가 없어진 녀석
시골에서 데려와서 13년 정도 살다가 보낸 녀석
그리고 군대 전역 선물이라고는 했으나 아닌 것 같은 녀석
누나가 아이를 낳을 즈음 우리집으로 온 녀석
그렇게 여섯마리 즈음 된다고 한다.
집에 끊이지 않고 개와 같이 한 세월은 19년 20년은 되는 것 같다.
키워오면서 어릴때는 그저 살아있는 장난감으로 대했던 것 같다.
말을 안듣거나 화가 나면 때릴때도 있었고
요즘 시대상에는 거의 학대수준이었는지 모를 행동도 많이 했던 것 같다.
반려견, 애완견 그런 말이 없던 시절이라 그랬는지 나 역시 그런 개념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나도 크고 개도 커가니
개도 사람마냥
사람도 개마냥...
아니 개나 사람이나 서로 교감이란 걸 하게 되는 것 같았다.
속상한 일이 있거나 외로울때 은근슬쩍 옆으로 오는 강아지들은 사람이상의 위로가 되어주었다.
녀석은 이해를 안하는지
내가 이야기하는거를 눈만 깜빡깜빡 거리면서가만히 듣고 있었다.
사람보다 따뜻한 체온은 차가워진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기도 했었다.
언제나 내가 집에 들어올 시간 즈음 되면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엉덩이를 씰룩씰룩 꼬리를 사정없이 흔들면서 좋아해준다.
아이돌 못지 않는 인기를 누리게 해준다.
누워있으면 똥꼬를 얼굴쪽에다 대기도 하는 무개념
사람보다 더 독한 방구도 뽀옹 껴대는 녀석들
하루에도 여러번 똥오줌을 치우게 만드는 귀찮은 놈들
이녀석들은 집안에만 있어서 그런지 하는 일은 하루종일 누워서 자는게 다다.
출근하러 나가려면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녀석들이 이 녀석들이다.
부자 주인을 만나서 엄청 넓은 집이나 엄청 좋은 음식을 먹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불도 잘 덮어주고 삼시세끼는 아니지만 밥그릇에 항상 사료는 챙겨주고
똥오줌도 잘 치워주는 가끔 술먹으면 같은 종족이 되는 주인이랑 같이 사니까
그나마 최소한의 견<犬>권은 보장 받는 녀석들이다.
그런데 이 녀석들도 가는 세월 막지를 못하다보니
늙어만 간다.
검고 초롱초롱하던 눈은
초점도 잃어가고 뿌옇게 변한다.
털도 윤기가 없고 검버섯도 생긴다.
가끔 종양도 만져진다.
눈감고 잠자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것 같다.
새끼때는 입에서 좋은냄새가 나던 녀석이 언제부턴가 안좋은 냄새가 난다.
그래도 식구라서 그런지 그 냄새도 이해할 수 있게 되더라.
나이먹었구나.
할아버지가 되었구나.
그렇게 이 녀석이 언제부터 우리와 살게 되었는지 헤아려본다.
10년이 훨씬 넘었다.
개의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 찾아본다.
남아있는 시간은 얼마 안남았구나.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내야할 날이 하루하루 가까워지나보다.
한번 더 쓰다듬어 맛있는거 더 챙겨줘야지 그런 다짐을 하지만
잊어버린다.
한없이 오래 같이 할 거라는 막연함이 생각을 지배한다.
우연히 유투브에 올라온 목줄 안한 강아지를 밟고 지나간 차량 영상을 봤다.
사고는 정말 순간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주인
그 뒤를 쫓아가는 조그만 강아지
그 강아지 위로 지나가는 승용차
놀라서 소리지르는 주인들
영상에 대한 댓글은 운전자,개주인 등의 입장에서 해석한 여러 의견으로 대립하고 있었다.
어떤게 옳다고는 판단하기 어려울 것 같다.
내가 운전자였다면 너무 놀랐고 기분도 안좋았을 것 같다. 동물을 싫어하던 좋아하던 자신이 운전하는 차로 살아있는 무언가를 죽인다는 것은 충격일 수 밖에 없다.
가끔 도로에 로드킬 당한 동물의 흔적만 봐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본인은 얼마나 안좋았을까 생각해본다.
주인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우리집 개가 그렇게 죽었다고 하면 사람이 죽은 것 만큼 충격이 클것같다.
대부분의 죽음과 마찬가지로 보낼 준비도 못한 상태에서 교통사고로 보냈다고 하면 믿겨지지도 않고
그 상황이 되어봐야겠지만 그 주검을 수습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영상속의 사건의 잘잘못은 큰 관심은 없다.
그 영상을 보고 감정이입이 많이 될 수 밖에 없었다.
20년 가까이 개라는 동물과 함께 했기에
남의 일 같지 않았을 뿐이다.
'삶은 기억과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릴적 놀이를 추억하다 - 얌체공과 골프공 (2) | 2016.08.01 |
---|---|
2001년 1월 26일 15년전 오늘 그리고 이날밤 (0) | 2016.01.26 |
5월의 강원도 영월 그리고 법흥사 (0) | 2015.05.06 |
5월의 강원도 영월 그리고 선돌 (2) | 2015.05.05 |
메리 크리스마스이브! (0) | 2014.12.24 |